겨울이다. 추워야 하는 겨울이다. 이번 겨울에는 그렇게 춥지가 않다. 봄 날씨처럼 포근한 날이 많다. 이상 기후 때문일까? 들과 산으로 산책을 다니다 보면 봄에 피어야 할 개나리와 진달래를 겨울인 요즘 심심치 않게 보게 된다. 겨울에 봄에 피는 꽃을 심심치 않게 보게 될 줄은 몰랐다. 생각은 행동을 부른다. 봄을 떠 올리니 봄을 느끼고 싶었다. 주변에 봄이 기다려지는 곳이 없을까? 그동안 내가 다녔던 사천의 산과 들, 그리고 강과 바다를 떠 올렸다. 오래 생각할 필요가 없었다. 봄을 떠 올리자 생각나는 곳이 있었다.
완사를 지날 무렵 완사역이 눈에 들어왔다. 이곳을 수없이 지나쳤건만 완사역을 둘러본 적이 없다. 생각해보니 지금은 사천의 유일한 역사다.
진삼선이 폐쇄되고 난 이후 사천에는 완사역을 제외하고는 기차역이 없다. 비록 무인으로 운영되는 기차역이지만 목포방향과 포항방향으로 매일 4회씩 무궁화호가 정차를 하고 일일 평균 이용객이 20여 명 정도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기차역은 그 지역의 관문 역할을 수행하지만 완사역은 위치상 사천의 관문 역할을 수행하기에는 거리가 멀다. 하루빨리 사천을 지나는 남부내륙선이 개통되어 사천도 철도를 이용한 교통이 활성화되었으면 좋겠다.
잠시 완사역에 머문 후 오늘의 목적지인 '다자연' 녹차단지로 향했다. 봄이 기다려지는 곳 '다자연'이다. 다자연으로 가기 위해서는 덕천강을 건너야 한다. 금성교를 지나면 왼쪽으로는 덕천강과 다자연 녹차단지가 보이고 오른쪽으로는 진양호가 드러난다.
금성교를 건너면 바로 앞에 녹차단지를 안내하는 이정표가 있다. 바로 녹차밭으로 향하지 않고 주변 풍경을 감상했다.
조금 더 일찍 왔으면 물안개를 볼 수 있었을 것 같은데 아쉬웠다. 녹차단지 입구에는 소나무 숲이 조성되어 있고, 솔 숲 안쪽에는 덕천강을 내려다보는 정자가 있다. '연강정'이라는 정자다. 이곳에 오면 가끔씩 둘러보는 곳이다.
봄을 떠 올리니 초록이 싱그럽게 펼쳐진 녹차밭이 생각났다. 이제 목적지인 다자연으로 향했다. 이곳은 드론을 날리기 좋은 곳이다. 처음 이곳을 찾았을 때에도 드론을 날리기 위해서였다. 선경지명이 있었을까? 지금 이곳에는 드론 국가자격증 교육원이 있다. '진주 드론'이라는 업체가 운영하고 있는데 마음만 먹으면 가까운 곳에서 드론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다.
녹차밭이 눈에 들어왔다. 주차장에 주차 후 잔디밭을 거닐었다. 다기 형상의 조형물이 있다. 드론으로 내려다보며 사진을 찍으면 좋다.
오늘은 드론을 가져오지 않았다. 오른쪽 건물은 갤러리와 체험관이었는지 지금은 드론 교육원으로 이용되고 있다.
사진 몇 장을 찍고 녹차밭으로 향했다. 오늘은 덕천강을 따라 천천히 녹차단지를 둘러볼 생각이다. 그런데 녹차밭을 생각하면 보성이나 하동처럼 야산이나 구릉에 조성된 차밭을 떠 올리는데 이곳 다자연은 평지에 녹차밭이 조성되어 있다. 때문에 힘들이지 않고 가볍게 산책을 즐길 수 있다.
절대 가볍게 산책을 즐길 수 있는 곳이 아니다. 어디가 끝인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녹차밭의 규모가 크다. 그냥 발걸음 향하는 대로 거닐어 보기로 했다. 덕천강을 보고 싶었다. 강둑을 따라 녹차단지를 거닐었다.
다자연 녹차단지는 덕천강이 진향호와 합류하는 곳에 자리 잡고 있어 주변의 풍광을 즐기며 산책하기에 좋은 곳이다. 가끔 강을 따라 거닐고 싶을 때 이곳을 찾는다. 덕천강은 강이라는 이름이 부끄럽지 않은 강이다. 사천읍을 지나는 사천강이 있지만 사천강은 강이라고 부르기에는 부끄럽다. 그러나 덕천강은 다르다.
덕천강은 다르다. 일단 발원지부터가 다르다. 지리산 웅석봉이다. 웅석봉에서 시작된 물줄기가 산청군 삼장면 유평리를 지나면서 지방하천이 되고, 진주시 수곡면을 지나면서 국가하천으로 바뀐다. 이후 사천 금성면을 지나면서 진주시, 하동군, 사천시의 경계를 이루면서 사천시 곤명면의 진양호에서 남강과 합류된다. 강의 넓이나 길이를 보면 한강처럼 수상레포츠를 즐기기에도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이곳은 더 큰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바로 서부경남의 젖줄이 되는 상수원이기 때문이다.
강둑을 따라 끝까지 거닐고 싶었으나 중간에 공사를 하고 있어 녹차밭으로 내려와서 산책을 즐겼다. 중간에 비닐하우스 몇 동이 있는데, 하우스 안에는 딸기가 탐스럽게 익어가고 있었다.
덕천강을 거슬러 가 보고 싶었다. 그렇다고 지리산 웅석봉까지 갈 생각은 아니다. 덕천강의 규모를 보고 싶었다. 그렇게 사천의 경계를 지나 진주로 들어섰다가 다시 차를 돌렸다. 그렇게 빙빙 돌다가 우연히 지나게 된 마을이 마곡마을이다. 시골마을을 풍경이 좋아서 잠시 거닐어 보기로 했다.
완사 전통시장 주변에는 맛집들이 많다. 혼자 왔을 때와 가족들이 함께 왔을 때 가는 곳이 다르다. 오늘은 혼자 이곳에 왔으니 콩나물국밥을 먹을 생각이다. 가족과 함께도 들리는 곳이기도 하다. 오늘은 혼자라서 고기를 먹으러 가기는 그렇고 콩나물국밥이면 족하다.
완사 인근으로 산책을 나오면 언제나 마무리는 와인갤러리이다. 이번에도 와인동굴을 다녀오는 것으로 산책을 마무리했다.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듯하고 그리고 조금씩 새로운 변화를 찾아 보는 것도 와인갤러리를 찾는 재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