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천시 SNS 서포터즈로 활동을 하면서 사천을 알아가고 있습니다. 돌아다니다 보면 쉽게 보이는 것들 외에 추억이 스려 있는 것을 찾고자 노력을 합니다. 부지런히 발품을 팔아야 하는데 노력이 부족해서 그런지 쉽게 찾지를 못하고 있습니다. 의지만 있으면 기회는 언제든지 옵니다. 주말이면 종종 시골 어머니댁에 들립니다. 어머니표 밥상이 그리울 때가 있는데 그때는 무작정 어미니가 계신 시골집으로 향합니다. 어머니는 있는 반찬으로 밥상을 내어 옵니다. 있는 반찬이라고 말을 했지만 주말이면 이렇게 불쑥 막내아들이 찾아올 것을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어머니를 힘들게 하는 것은 아닌가 싶으면서도 아직도 제 입으로 음식 넘어가는 것을 보며 기뻐하시기에 당분간은 이렇게 어머니댁을 찾을 것 같습니다.
어머니가 차려준 밥상에 '파래무침'이 올라온 것을 보고 파래 얘기를 했는데 어머니를 통해 사천강이 바다로 합류하는 사천공항 활주로 아래의 사천만 일대에서 이맘쯤이면 파래를 대량으로 수확을 했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또한 사천만의 선진리 일대가 백합조개로 유명했다는 얘기도 들었습니다. 오래간만에 그 이름을 들어 봅니다. 다른 지역에서는 '동죽'으로 부르기도 하지만 제가 어렸을 때는 '불통'이라는 이름으로 불렀습니다.
사천 용현면 선진리 일대가 '백합조개'와 '파래'로 유명했다면 그 흔적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을 했습니다. 무턱대고 현장을 먼저 답사를 합니다. 우선 파래를 수확하는 현장으로 발걸음 합니다. 어릴 적 바닷가에서 자랐기에 파래와 김은 이 시기에 수확을 한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또한 파래의 경우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곳에서 자라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사천에서 그런 곳이라면 바로 사천공항 활주로가 있는 사천강 하류와 사천만이 만나는 곳입니다. 다짜고짜 그곳으로 향합니다.
아직 해가 떠 오르기 전부터 물때에 맞춰 갯벌로 들어서 파래를 수확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갯벌로 들어갈 생각도 아니면서 망원렌즈를 챙기지 않았네요. 때문에 가까이에서 파래를 수확하는 모습을 사진으로 담지 못했습니다.
이제 해안선을 따라 선진마을로 향합니다. SPP가 있던 곳을 지날 때마다 씁쓸함을 느낍니다. 한때나마 이곳이 조선산업단지라는 것을 멀리서도 알 수 있었던 대형 크레인의 해체 작업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멀리서도 눈에 띄는 저 크레인으로 인해 이곳이 조선산업단지라는 것을 알았는데 이제 저 크레인을 볼 수 있는 날도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천천히 해안선을 따라 내려가면서 어릴 적 추억을 떠 올려 봅니다. 어릴 적에는 마을 앞 갯벌에서 친구들과 뛰어놀다가 해변에서 낚시랑 물놀이를 하다가 장어를 잡는답시고 갯벌을 파다 보면 흔하디 흔한 것이 '불통'으로 불리는 백합조개였습니다.
문명의 발달과 산업화로 우리의 생활은 편리해지고 물질적으로 풍요해졌지만 생각해보면 얻은 것만 있는 것이 아니라 잃은 것도 많은 것 같습니다. 우리 아이들은 나와는 다른 추억을 갖고 살아가겠지요.
아무튼 사천 용현면 일대가 백합조개로 유명했고, 지금은 산업단지가 자리하고 있는 사남면 방지리 일대가 파래 생산지로 유명했다고 해서 그 흔적을 찾아보았습니다. 집에서 그릴 멀지 않은 곳이고 주말이면 가끔씩 산책을 나가는 곳이라 조금만 발품을 팔면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용현면 선진마을로 찾아가 봅니다. 최근 선진리성 아래 해안도로 확장공사를 진행하고 있어 조금 어수선합니다. 이 겨울이 지나고 내년 봄 벚꽃이 피기 전에 공사가 마무리가 되어야 할 터인데 그전에 공사를 마칠 수 있겠죠? 2007년에 이곳 사천에 내려왔는데 처음 이곳에 들렸을 때만 하더라도 이곳은 제법 활기가 넘치던 곳이었습니다. 그때의 모습을 기억하고 있기에 지금의 선진마을을 보면 씁쓸함만 가득합니다.
이 작은 바닷가 어촌마을에 나이트클럽이 있었다고 한다면 이 마을에 얼마나 많은 유동인구가 있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이곳 선진마을에는 백합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는 간판들이 많이 있습니다. 이제는 오래된 이야기가 되었지만 곳곳에 백합이라는 이름의 간판을 보면서 예전 이곳이 백합조개로 유명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습니다.
지금은 영업을 하지 않는 곳이 많지만 불과 20여 년 전만 하더라도 이곳 선진리 앞바다엔 백합이며 바지락이 지천이었다고 합니다. 공단이 들어서면서 그 많던 조개도 차츰 사라져 버려 요즘은 몸값이 천정부지가 되었고, 이곳이 백합조개로 유명한 곳이었다는 흔적도 찾기도 힘들어졌습니다.
백합조개가 이렇게 귀한 대접을 받을 줄 알았더라면 어릴 적 넘쳐났던 백합조개를 실컷 먹어둘 걸 그랬습니다. 해원장 횟집에서 여전히 백합 회·구이·죽 등을 판매하고 있는데 이날은 혼자 발걸음 해서 다음에 일행이 있을 때 들러보려고 합니다.
누군가는 지금의 선진마을 모습을 추억으로 담고 있고, 또 다른 누군가는 예전 백합조개로 유명했던 이곳 선진마을을 추억으로 담고 있겠죠. 최근 이곳에 항공산업단지가 조성되면서 바닷가 매립과 길 확장공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10년 아니 20년 후 강산이 두 번 바뀔 무렵이면 이곳이 어떻게 바뀌어 있을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그때는 지금 이 글과 사진 한 장이 누군가에게는 아련한 옛 추억이 될 수도 있겠죠. 제가 사천을 누비며 사진으로 일상의 풍경을 담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