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책 100권 읽기 아흔 번째 책입니다
주기 중의 아주 특별한 사진 강의 노트 그 두 번째 이야기다. 책의 제목은 '사진, 그리고 거짓말'이다. 지금까는 사진은 진실을 대변하는 강력한 도구라고 생각했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작가는 '사진, 그리고 거짓말'이라는 제목을 붙였다. 왜일까? 궁금했다. 증거성을 가진 도구인 사진이 왜 거짓말일까?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이 책을 읽은 후 사진이 증거성을 가진 강력한 도구이기도 하지만 아주 강력한 거짓의 도구로 활용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사진이 아주 강력한 거짓의 도구가 될 수 있는 이유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진은 진실이라고 생각하는 그 허점을 이용하기 때문이다. 이제 이 책에 대한 내용을 살펴보자.
카메라가 구현하는 세상은 한쪽 눈을 감고 보는 것과 비슷합니다. 공간감이 다릅니다. 입체가 아니라 평면입니다. 원근감도 렌즈에 따라 차이가 납니다. 절대적인 쿠기를 보여주지도 않습니다. 사진 공부의 시작은 사람의 눈과 카메라의 렌즈의 차이를 인식하는 일입니다.
이 책은 사람의 눈과 카메라의 눈은 구조적으로 차이가 있기 때문에 사람의 눈으로 보는 것을 사진이 그대로 담을 수 없다는 것을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사람의 눈이 두 개이기 때문에 공간감을 쉽게 표현할 수 있지만 카메라의 눈인 렌즈는 하나이기 때문에 공간감을 담는 것이 어렵고 평면적으로 표현될 수밖에 없다는 내용을 잘 설명하고 있다. 때문에 사람의 눈으로 보는 것처럼 사진에 공간감 담기 위해서는 빛과 그림자 등을 이용하거나 앵글을 다르게 하거나 피사체를 중첩시키는 등의 테크닉을 통해서 공간감을 표현할 수 있다.
인상주의의 탄생은 사진과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이전까지 그림은 사진의 기능을 수행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런데 현실을 똑같이 복사해 내는 기계가 나왔으니 대상을 실제와 똑같이 그리려는 화가들의 노력이 부질없게 됐습니다. 카메라는 초상화로 생활을 하던 3류 화가들에게 ‘악마의 도구’가 됐습니다. 인상파는 이런 시대 배경에서 등장했습니다. 모네(Claude Monet, 1840~1926)를 비롯한 인상파 화가들은 실제와 똑같이 그리려는 전총적인 재현의 전략을 수정했습니다. 카메라가 묘사하기 어려운 인간의 감성에 무게중심을 뒀습니다. 시시각각 변하는 빛과 색을 관찰하며 사실성보다는 느낌에 무게중심을 두고 사진을 극복해 나갔습니다. 즉 기계적인 사진으로 표현하기 힘든 정서적인 ‘느낌’을 구현한 것입니다.
시를 읽어야 할 것 같다. 감성이란 게 무엇인지를 알아야 할 것 같다. 내년에는 시집 위주로 책을 읽으려고 마음을 먹었다. 이 책의 이 글귀를 읽으며 생각을 굳히게 되었다.
목련이 한창 합창 중입니다. 신이 빚은 팝콘 같기도 하고 깔깔거리며 웃음꽃 피는 여고생 같기도 합니다. 어두운 곳에 있는 목련은 허공에 둥둥 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줍니다. 시인 조정인은 이를 ‘하늘을 두드린다’고 말합니다.
“마른 가지 어디에 물새알 같은/꽃봉오리를 품었었나/톡/톡/톡/껍질을 깨고/꽃봉오리들이/흰 부리를 내놓는다/톡톡,/하늘을 두드린다/가지마다 /포동 포동/꽃들이 하얗게 날아 오른다”
목련이 피는 모습을 합창한다거나 ‘하늘을 두드린다’로 묘사하는 표현이 인상적입니다. 시인들은 어떤 대상을 오래 관찰하고 이를 독창적인 시어로 표현하는 데 능합니다. 사진가도 시적인 감성을 창의적인 사진문법으로 표현하는 훈련을 해야 합니다.
사진은 진솔한 삶의 기록이자 살면서 겪는 희로애락의 느낌표입니다. 1등도 꼴등도 없습니다. 자기만의 시각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모두가 1등을 할 수 있는 매체입니다.
‘사진은 권력이다’는 말은 사진의 강력한 증거성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사진은 진실만을 말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지만 거듭되는 복제 놀이 속에 전통적인 진리 미학은 힘을 잃고 무장해제를 당합니다. 원본과 복제의 구분이 사라졌습니다. 위 사진들은 ‘복제의 복제’ 즉 시뮬라크르를 바라보는 현대인의 지각을 이야기합니다. 복제 이미지가 실제보다 더 큰 위력을 발휘합니다. 영화배우가 대통령이 되고, 연예인이 국회의원이 되는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실제에 표를 던지는 것이 아니라 영화 속, 드라마 속 이미지에 열광합니다. 우리는 실제와 이미지가 혼재된 세상, 복제의 복제가 판치는 세상에서 살고 있습니다. 서구 정신사를 지배해 온 진리 미학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사진은 기계를 다루지만 마음을 형상화하는 작업입니다. 같은 대상이라도 그 의미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다가옵니다. 사진가는 독창적인 시각으로 이를 형상화합니다. 일상에서 무심코 지나치는 대상에서 의미를 발견하고, 기호를 숨기며, 메시지를 담습니다. 그리고 감상자와 해석의 게임을 벌입니다. 지시 대상이 분명하면 싱겁게 게임이 끝납니다. 좋은 사진은 정답 없는 게임을 아주 오래 즐깁니다.
주기중 작가의 두 번째 책을 읽었다. 작가는 자신의 풍부한 시적 감수성과 낯설게 보기를 통해 자신의 세계를 사진으로 보여주고 있다. 작가의 사진을 보면 작가가 사진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 깊은 인문학적 소양을 가지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책을 통해 내공이 느껴지는 글과 사진작품을 만나는 시간이 즐거웠다. 사진을 잘 찍으려면 아이들과 같은 엉뚱한 상상력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 실상과 허상의 조합으로 남들과 다른 사진을 만들어 낼 수 있는 방법을 익히는 요령을 책은 설명하고 있다. 그의 책을 읽으면서 사진을 풀어내는 그의 이상한 시선을 좋았다. 제목이 ‘사진, 그리고 거짓말’이다. 제목부터 남달랐다. 흔히 사진을 진실의 대성사로 일컫는다. 그런데 그는 사진이 거짓말이란 역설로 말문을 연다.
“사진은 누가 찍든 간에 찍는 순간 사진가의 의도가 개입된다. 어떻게 보면 사진은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는 매체이다.” 그렇다. 작가의 말처럼 사진은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는 매체가 맞다. 그럼에도 나는 보이는 그대로 담기지 않는다고 내 사진이 이상하다고 생각한 날들이 많았다. 우리 눈에 비친 현상은 빛, 앵글, 렌즈, 색 등의 요소에 따라 달리 보인다. 게다가 찍는 사람의 의도에 따라 다르게 표현된다. 눈에 보이는 것과 각자의 ‘포토아이’로 달리 표현되는 사진, 주기중 작가는 이를 거짓말로 역설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