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책 100권 읽기 여든아홉 번째 책입니다
마음이 무거운 상태에서 책을 읽는다. 책이 눈에 들어올 리 없다. 그렇다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 주저앉을 수는 없다. 독서는 최소한의 그 무엇이다. 여전히 사진과 관련된 책을 읽는다. 김홍희 작가의 '상무주 가는 길'이다. '사진 잘 찍는 법'에 이어 그의 책을 연속으로 읽는다. '사진 잘 찍는 법'이 사진에 대한 깊이 있는 이야기를 담은 책이라면 이 책은 사진집에 가깝다. 암자를 주제로 한 여행 에세이라고 해도 좋을 것 같다. 때문에 부담 없이 가볍게 읽을 수 있다. 이 책도 11월에 읽었다. 지금도 그렇지만 11월은 더 정신이 없었던 것 같다. 책에 대한 내용이 생각에 남는 게 없다. 이 책에 대한 이야기는 출판사에서 책에 대한 소개글로 대신해야 할 것 같다.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마음 편안한 상태에서 다시 한번 읽고 싶다.
‘글 쓰는 사진가’ 김홍희는 스테디셀러 『암자로 가는 길』을 비롯해, 현각 스님의 『만행-하버드에서 화계사까지』, 법정 스님의 『인도 기행』, 조용헌의 『방외지사』 등에 사진을 실었고, 저서 『나는 사진이다』, 『방랑』, 『아무것도 보지 못했다』 등을 통해 사진을 좋아하는 독자들에겐 잘 알려진 사진가다. 그는 늘 새롭고 획기적인 화각(畵角)을 통해 시간과 공간을 독특한 이미지로 형상화하며, 철학이 깃든 작품 세계를 만들어냈다. 그동안 사진가로서 30회 가까운 개인전을 치렀고, 오롯이 부산에 거주하며 「국제신문」의 ‘세상 읽기’ 칼럼을 올해로 만 7년째 연재하고 있다.
또한 그의 사진만큼 솔직하고 거침없는 입담으로도 유명하다. 텔레비전 방송을 통해 경상도 사나이 특유의 재담과 훈훈한 인상을 시청자들에게 남기기도 했다. KBS <명작 스캔들>의 MC, EBS <세계테마기행> 볼리비아, 짐바브웨, 인도네시아 편, 부산 MBC <포토에세이 골목>, 채널 T <김홍희의 모터사이클 다이어리> 10부작 등에 출연했다.
이 책 『상무주 가는 길』은 전업 사진가로서, 작가와 방송인으로도 활발하게 활동해온 인간 김홍희의 결정체로, 그의 인생과 철학, 예술 세계가 응집되어 있다. 인연은 신비롭다. 정신없이 바쁘게 활동하던 그는 어느 날 문득, 어떤 거부할 수 없는 끌림을 좇아 암자를 오르기 시작했다.
23년 전 사진을 찍었던 그때 그 암자들은 거짓말처럼 그대로였다. 나무, 바위, 돌, 물, 하늘…, 그리고 스님. 전국 방방곡곡의 암자 수십 군데를 오르고 오른 뒤 그는 무언(無言)의 경지를 만났다. 그가 일생 매달려온, 그의 전부나 마찬가지인 카메라도 버리고 남은 한 자루의 펜도 버릴 수 있는 ‘무상(無想)의 마음’과 마주한 것이다. 그 순간 그의 육신과 정신을 피폐하게 만들었던 대장암과 우울증에서 말끔히 벗어날 수 있었다. 암자가 있는 곳, 더 이상 갈 수 없는 가장 높고 고귀한 곳, 그곳 상무주에서 받은 가피이자 영험이다.
이 책은 전국 26곳 암자의 풍광을 담아냈다. 김홍희 사진가 특유의 번뜩이는 글과 함께 세심한 감성으로 포착한 100여 컷의 흑백사진을 실었다. 고집스러운 사진가 정신, 장인의 뚝심이 느껴지는 사진들이다. 글은 글대로 사진은 사진대로 배치했다. 글과 사진은 서로 섞이지 않으면서 절묘한 조화를 빚어낸다. 읽는 맛이 보는 맛을 돋우고, 보는 맛이 읽는 맛을 부른다. 어느 페이지를 먼저 열고 보더라도 자연스럽게 ‘상무주를 향한 여정’에 동참하게 된다.
크리스천인 저자는 암자를 순례하며 인간 예수를 더욱 사랑하게 되었다고 고백한다. 또한 부처님을 향한 사랑도 더욱 깊어졌다고 털어놓는다. 이렇듯 저자의 글쓰기는 경계가 없다. 애써 꾸미지 않고 숨기지 않는다. 있는 그대로 자신의 감성을 끌어내며 암자의 존재 이유를, 사람이 살아가는 일을 정직하게 풀어놓는다. 그리고 나머지는 독자의 몫으로 남겨둔다. 더욱 선명해지는 총천연색 칼라시대에 흑백사진을 고집한 까닭이다.
흑백사진은 돌처럼 천천히 흐르는 암자의 시간을 형상화하며 가슴 깊이 진한 여운으로 다가온다. 추억을 쓰다듬고 아픔을 건드리면서도 진정한 위안의 손길을 내민다. 세상살이의 시름을 딛고 다시 저잣거리로 나아갈 수 있는 힘을 안겨준다. 또한 보이지 않는 세계를 볼 수 있는 안목을 키워주며 한층 풍요롭고 성숙한 삶으로 안내해준다. 웃지도 울지도 않는 듯한 돌 같은 흑백의 풍경은 우리에게 이렇게 묻는다.
김홍희
사진과 철학, 국문학과 문화학 전공. 1985년 도일하여 도쿄 비주얼 아트에서 사진은 물론 뼛속까지 전업 작가로 살아남는 법을 익혔다. 2008년 일본 니콘의 ‘세계 사진가 20인’에 선정되었다. 비교종교학과 역사와 지리에 흥미가 많으며 뇌와 마음의 활동에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다. 사진가로서 30회 가까운 개인전을 치렀고, 작가로서 「국제신문」의 ‘세상 읽기’ 칼럼을 올해로 만 7년째 연재하고 있다. 불꽃같은 삶을 추구해가는 과정이다. 사진이 글을 보조하는 종속 관계가 아닌, 사진과 글이 공존하는 가운데 시너지를 일으키는 특별한 책을 만들고 싶었다. 그 최근의 결과물이 바로 『상무주 가는 길』이다. 불교 관련 책 『암자로 가는 길』, 현각 스님의 『만행-하버드에서 화계사까지』, 법정 스님의 『인도 기행』, 『비구니 산사 가는 길』, 『바닷가 절 한 채』, 『나를 쳐라』, 조용헌의 『방외지사』 등에 사진을 실었고, 저서로 『방랑』, 『나는 사진이다』, 『세기말 초상』, 『결혼 시말서』, 『아무것도 보지 못했다』, 『몽골 방랑』 등이 있다. KBS <명작 스캔들>의 MC, EBS <세계테마기행> 볼리비아, 짐바브웨, 인도네시아 편, 부산 MBC <포토에세이 골목>, 채널 T <김홍희의 모터사이클 다이어리> 10부작 등 텔레비전 방송을 통해 경상도 사나이 특유의 재담과 훈훈한 인상을 시청자들에게 남기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