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책 100권 읽기 여든여덟 번째 책입니다
살다 보면 가끔은 모든 게 귀찮다고 느껴질 때가 있다. 나에게는 지금이 그렇다. 그럴 수 있다면 2019년은 기억에서 완전히 지우고 싶다. 힘든 나날을 보냈다. 아직도 그 상처가 끝나지 않았다. 겨울의 문턱인 11월에 접어들면서 더욱 그랬다. 이 시기부터는 해야 할 일이 많다. 문제는 일이 손에 잡히질 않는다. 꼭 해야 하는 것들을 제외하고는 모든 것을 미루고 있다. 그런 와중에 간간히 책은 읽는다. 여전히 좋은 사진을 찍고 싶다는 갈증을 느끼고 있기에 사진과 관련된 책을 읽고 있다. 최근에는 책이 아닌 유튜브 채널을 통해서도 사진을 배우고 있는데 그중 하나가 김홍희 작가의 채널이다. 그의 유튜브 채널을 빠짐없이 보고 있고, 그의 책을 읽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선택한 책이 바로 '사진 잘 찍는 법'이다.
이 책을 읽은 시점은 11월이다. 그러나 독서노트를 남길 수 없었다. 11월을 그렇게 힘들게 보냈다. 이제야 용기를 내어 간략하게나마 이 책에 대한 흔적을 남겨본다. 한 달이라는 시간이 지나는 동안 이 책을 읽고 난 후의 느낌이 완전히 지워졌다. 지금부터는 읽으면서 노트로 남겨두었던 작가의 글을 대신한다.
저는 모든 작품은 그 예술가가 추구한 '사유의 결정체'라고 말합니다. 퍼즐 같던 생각이 사유의 과정을 수도 없이 거치면서 하나의 큰 그림으로 맞추어집니다. 이때 생각이 정리되고 맞추어진 생각은 당연히 말이나 글로 나올 것입니다.
그러고 보면 사진가를 비롯한 모든 예술가는 현실과 싸우는 사람입니다. 그러나 그들의 작품은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미래를 제안합니다. 작가는 현실적이지만 작품은 미래적입니다. 시간이 지나면 사진가로 한평생을 산 사람의 작품을 냉정하게 비평할 날이 옵니다. 그때 다른 분야의 전문가면서 사진에도 열정을 쏟은 여러분의 사진이 새롭게 평가받을 수 있습니다. 우리는 시간과 싸우는 예술가이기 때문입니다.
흑백으로 작업하면 색은 사라지지만 상상의 색은 남습니다. 그것은 관객의 몫이 되고 관객의 경험에 따라 하나의 검정은 수많은 색으로 되살아납니다. 되살아난 검정 컬러는 사람에 따라 다릅니다. 어떤 사람은 연녹색으로 보고 어떤 사람은 붉은색으로 봅니다. 색이 없는 한 장의 사진에서 사람들은 수많은 색을 스스로 구현하게 되지요.
화공은 모사하고 화가는 정신세계를 표현합니다. 사진사는 있는 그대로 멋지게 찍지만 사진가는 왜곡하고 조합하고 창작합니다.
사람들은 대게 사진을 잘 찍는 요소 중에 기능의 무엇 하나만 통달하면 사진을 잘 찍을 수 있을 것이라는 선입관을 가지고 있습니다. 사진은 하나의 기능만 터득한다고 해서 잘 찍을 수 있는 것이 아닙낟. 카메라를 가지고 총체적으로 균형감(빛과 구도와 감정의 일체감) 있게, 자신이 원하는 대로 피사체를 찍기 위해서는 ‘숙련’이 필요합니다. 사람들은 숙련 없는 왕도를 물어보는 것이지용. 사진을 잘 찍기 위해서는 촬영의 도구인 카메라를 눈의 연장으로 익숙하게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우리가 눈으로 사물을 본 것과 카메라 파인더로 들여다 본 것이 같아야 합니다. 맨눈으로 보는 것이 다르고, 파인더로 보는 것이 달라서는 안 됩니다. 숙련을 통해 이 둘이 일치해야 합니다.
촬영은 내가 ‘본 것’을 찍는 행위가 아닙니다. 촬영은 내가 ‘보려고 한 것’을 찍는 행위입니다. 카메라는 내가 본 것을 찍어주는 기계가 아니니 결국 후보정을 통해 내가 ‘보고 싶어 했던’ 또는 ‘보여주려고 하는’ 어떤 것을 구현해야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