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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룡골 가을 산책

하나모자란천사 2019. 12. 1. 22:03

11월의 마지막 일요일 아침이다. 일요일 아침 눈을 뜨면 가장 먼저 날씨를 확인한다. 비가 내린다고 한다. 베란다로 향했다. 역시나 빗방울이 조금씩 떨어지고 있다. 산책을 나가지 못할 정도의 비는 아니다. 시간대별로 날씨를 확인하니 정오 무렵부터 비가 거친다고 한다. 오늘은 아이들을 집에 두고 아내와 둘이서 산책을 나설 계획이다. 오늘은 삼천포 종합시장에 가서 수제비를 먹는 것부터다. 날씨 때문일까? 아내가 따뜻한 수제비가 먹고 싶다고 했다 마침 비도 내리고 있어 안성맞춤이라 생각했다. 일요일이라 집안 청소를 하고 아이들이 알아서 먹을 수 있도록 밥과 국을 준비해 놓고 삼천포로 향했다.




이 날은 삼천포 장날이었다. 아침부터 비가 내리고 있었지만 장은 북적북적했다. 장터를 둘러보면 이것저것 군것질거리가 참 많다. 쓸데없는 소비를 하지 않기 위해서는 허기부터 채워야 한다. 그래서 곧장 항아리 수제비로 향했다. 



아직 점심시간까지는 시간이 넉넉히 남아서 손님 많지 않았다. 비빔밥과 수제비를 시켰다. 참고로 비빔밥을 주문하면 수제비가 따로 나온다. 이곳은 제법 유명하고 잘 알려진 곳이다. 다만 일요일은 영업을 하지 않는다. 그러나 오늘처럼 이렇게 장이 서는 날이면 일요일에도 영업을 한다. 때문에 일요일 장이 서는 날이면 가끔씩 이곳에 들린다.



허기를 채우고 나서 천천히 장을 둘러보았다. 시골장은 사람 사는 냄새가 난다. 오가는 흥정 속에 훈훈한 정이 느껴진다. 시골장을 거닐 다 보면 가난했던 어린 시절 어머니를 따라 시골장을 거닐던 아련한 추억이 떠 올라서 좋다. 아이들과 함께 왔으면 좋았을 터이지만 아이들도 추억 속 그 시절 내 모습보다 더 훌쩍 자라 버렸다. 



장터 곳곳에는 어묵, 튀김, 김밥, 닭강정 등 다양한 먹거리가 있었지만 이미 든든하게 비빔밥과 수제비를 먹어 두었기에 먹거리가 눈에 들지 않았다. 아내는 아침 일찍 출근하는 나를 위해 누룽지를 구입했다. 그렇게 아내와 둘이서 장을 구경하고 난 후 삼천포도서관으로 향했다. 



도서관으로 향하는 도중에 사천시문화예술회관에 잠시 들렀다. 이곳에서 2019 한국문인화협회 사천지부 회원전이 열리고 있기에 아내와 둘이서 잠시 시간을 내어 관람을 했다.



집을 나설 때만 하더라도 비가 조금씩 내렸지만 도서관으로 향하고 있을 때는 날씨가 맑게 개어 있었다. 그냥 이대로 도서관에서 시간을 보내기에는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늦었지만 가을을 만끽하고 싶었다. 차를 용두공원으로 돌렸다. 지난가을 이곳에서 가을을 제대로 즐겼던 추억이 있기 때문이다. 



용두공원 입구에 주차 후 와룡저수지를 따라 둘레길을 걷기 시작했다. 어느새 먹구름은 완전히 자취를 감추고 파란 하늘에 흰구름이 아름답게 수를 놓고 있었다. 와룡저수지를 따라 산책길에는 떨어진 낙엽들로 인해 가을 분위를 물씬 느낄 수 있었다. 비 때문이었을까? 날씨는 너무 포근했다. 조금 걷다 보니 땀이 나기 시작했다. 아내와 나는 외투를 벗었다. 아내는 반팔 티를 입고 있었지만 춥지 않았다.




주중에는 날씨가 추웠다. 갑자기 풀린 날씨 때문일까? 이상 기온으로 인해 봄에 피어야 할 꽃들이 시기를 알지 못하고 꽃을 피우고 있었다. 그저 신기하게 바라만 보다가 문득 엉뚱한 생각을 했다. 지성을 지닌 인간의 입장에서 바라보면 때를 인식하지 못하고 피는 저 꽃들이 이상하게 보이지만 어쩌면 자연의 순리에 따라 사는 저 식물들이 바른 것이 아닐는지. 세상의 기준은 인간이 아닌 자연이 아닐는지. 사람들이 생각하는 그 기준에 따라 사는 게 아니라 자연의 순리에 맞춰 사는 것이 행복은 아닐까는 생각을 해 보았다.



그렇게 자연을 즐기며 와룡저수지를 따라 거닐다 보니 저수지의 위쪽까지 오게 되었다. 여기에 오면 와룡골 깊숙이 청룡사까지 둘러서 산책을 할 것인지 아니면 와룡저수지 주변만 거닐 것인지를 고민한다. 



선택권을 아내에게 넘겼다. 언제 또 이런 하늘을 볼 수 있을는지. 더 걷고 싶었으나 아내의 선택을 따랐다. 이날은 와룡저수지를 따라 산책을 즐겼다. 반대쪽 코스를 길을 따라 단풍이 붉게 물들어 있었다.



지리적인 형상 때문일까? 이곳은 12월 초반까지도 가을 단풍을 볼 수 있을 것 같다. 아직 가을 단풍을 구경하지 못했다면 와룡저수지 둘레길을 따라 가을 산책을 즐겨보는 것을 추천하고 싶다. 



이 코스는 천천히 거닐더라도 한 시간 정도면 충분하고 와룡산 줄기에서 와룡저수지로 흘러 내리를 물소리와 저수지 가장자리에서 자리는 다양한 수생 식물들을 볼 수 있어 산책을 즐기기에 좋은 곳이다. 산책로를 따라 가을꽃들도 볼 수 있다. 



아직 늦지 않았다. 와룡골은 지형적인 이유 때문인지 아직 만추를 즐기기에 늦지 않았다. 아래 표시된 곳은 내가 걸었던 곳이며 사진을 찍었던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