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책 100권 읽기 여든네 번째 책입니다
외주물집은 마당이 없고 길 밖에서 집 안이 들여다보이는 보잘것없는 집을 말한다. 막살이 집처럼 재료와 연장을 제대로 못 쓰고 거칠게 건목만 쓰고 지은 집인 도깨비집에 가깝다. 말하자면 길가상에 자리 잡은 노변 가옥인데 대체로 이런 집의 특성상 힐끔거리는 눈길을 그대로 감내하며 살아야 하는 집이기도 하다. 밖에서 안을 들여다볼 수 없고, 생활의 내밀함이 일정하게 보장되는 점을 먼저 고려하는 본능이 집 짓기에 자연스레 발현되는 건 상식이라고 했다. 하지만 사진 속 외주물집처럼 길거리에 막바로 실내를 볼 수 있는 집을 두고는 말을 달리 했다. 집 본래 기능을 하기 어려운 집에서 살았다면 근본 또한 약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도 했다.
마을 진입로 외주물집 사람들은 대체로 마을에서 살다가 도저히 어쩔 수 없어 외부 이주를 고려중인 이들이거나, 아니면 장애를 안고 있는 가구가 정착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전통 마을과 터무니없는 거리를 두고 지은 게 독가촌이었다. 독가촌 주변으로 마을이나 민가를 찾아볼 수 없을 만큼 몹시 춥고 척박한 곳에 덩그러니 지어 놓았다. 말하자면 처음부터 전통마을로부터 ‘분명한 격리를 염두에 두고 지었던 셈이다.
세계에서도 그 유래가 드물어, 우리나라가 내세울 만한 독특한 학교 형태가 바로 분교다. 물론 미주 대륙이나 유럽에서도 분교 형태는 있었지만 우리처럼 깊은 산간이나 섬 지역까지 기초교육기관을 낱낱이 설치한 나라는 우리가 독보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누가 봐도 놀랍고 유별난 것이었고, 그만큼 가르치고 배우려는 열정이 남달라서였다. 가난에서 왔던 질병과 고통을 상당 부분 덜어내는 데 크나큰 기여를 했고, 오늘날 풍요의 바탕도 어찌 보면 이때 희생하며 가르친 교사와 맘 다해 밀어준 학부모가 있어서였다. 그러면서도 먼저 살 필 것은 가난한 이들이 비로소 일어설 수 있는 첫 돌파구를 분교가 열었다는 점에서 매우 특별한 뜻이 있다는 점이다. 이는 벼농사를 중심에 둔 전통 마을 체제를 어쩌지 못한, 산간과 객사, 섬의 외딴집, 외주물집, 독가촌 사람들이 다시 우리의 공동체로 돌아올 수 있는 몇 안 되는 기회이기도 했다.
작가는 이십여 년을 우리 국토를 돌아다니면서 산골 벽지의 가난한 이들의 살림집을 촬영했다. 단순히 사진을 촬영한 것이 전부가 아니라 그곳에서 그들과 함께 며칠을 보내면서 그들의 쓰리고 아픈 이야기를 사진과 함께 이야기로 담았다. 이런 다큐멘터리 작가들이 있기에 가난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간접적으로나마 듣게 되는 것 같다. 소외된 사람들의 이야기가 자꾸만 끌리는 것은 왜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