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시작되었습니다. 무더위가 한풀 꺾이고 가을이 왔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주말 어느 날 무더웠던 여름 동안 미루었던 가족 산행을 다시 시작합니다. 3개월 정도 휴식을 가지고 다시 시작하는 산행이라 가볍게 오를 수 있는 산을 선택합니다. 집 근처에서 가장 가까운 안점산 봉수대를 가려고 하다가 비가 개인 후 하늘이 예뻐서 안점산 봉수대에서 각산으로 목적지를 변경하였습니다. 코스도 사천시문화예술회관에서 헬기장을 지나 각산으로 향하는 코스가 아닌 가장 쉽게 오를 수 있는 구간인 대방사를 출발지로 하여 각산산성을 찍고 각산 정상으로 오르는 코스로 정합니다.
대방사 아래에 등산객을 위한 주차공간이 있습니다. 승용차를 기준으로 4대 정도 주차를 할 수 있고, 하산 후 먼지를 털어낼 수 있는 컴프레서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이번에도 이곳에 주차 후 산행을 시작하였습니다.
산행을 시작하기 전 투덜 되었던 두 아이들도 막상 산행을 시작하면 둘이서 경쟁하듯 앞서 나갑니다.
대방사를 지날 무렵 하늘을 올려다보니 사천의 랜드마크인 바다 케이블카가 구름 위로 둥둥 떠 다니고 있습니다. 케이블카를 타고 각산에 오르면서 주변 경치를 보는 것도 좋지만 땀 흘리며 산을 오르는 것 또한 즐거움입니다.
대방사를 지나 오른쪽으로 코스를 잡으로 약수터를 지나 각산으로 오를 수 있는 등산로가 있고, 앞으로 쭉 직진하면 각산산성을 찍고 각산 정상으로 오르는 구간입니다. 이번에는 처음 계획대로 각산산성을 찍고 각산 정상에 오르는 코스로 올랐습니다. 역시나 예상대로 날다람쥐로 불리는 둘째 녀석이 앞서가기 시작합니다.
산행을 통해 인생을 배웁니다. 제일 먼저 앞서가던 둘째 녀석이 큰 아이와 아내보다 뒤처져 있습니다.
수풀 사이에 숨어 있던 등산포 표지판을 보지 못했던 것이죠. 우리의 인생이 이와 마찬가지라 생각합니다. 일등 만능주의를 살아가고 있지만 꼭 일등을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아이에게 전합니다. 그 의미를 둘째 녀석이 이해를 했을는지.
아직 더위가 완전히 꺾이지 않았고, 비가 내린 뒤로 곳곳에 이름 모를 풀꽃과 야생 버섯들이 자라고 있습니다. 그들에 대한 정보가 없어 그냥 보고 지나갑니다.
이 코스의 첫 번째 힘든 구간입니다. 사실 이 코스는 특별히 힘들이지 않고 쉼 없이 40분 정도면 정상까지 오를 수 있는 코스입니다.
예전에는 그랬습니다. 몸무게가 점점 더 늘어나고 여름 동안에 산행을 하지 않아서 안전하게 첫 번째 쉼터에서 잠깐 휴식을 가집니다.
먼저 올랐던 아내와 아이들은 이곳에서 잠시 앉아서 쉬었습니다. 사진을 찍느라 천천히 올랐던 저는 쉼 없이 바로 산행을 이어갑니다. 여기서 각산산성까지가 이 코스에서 가장 힘든 구간이라 생각하면 됩니다. 그러나 이 구간 또한 다른 산행 구간과 비교하면 그리 힘들지 않습니다.
이번에도 아내와 아이들이 각산산성에 먼저 도착해서 쉬고 있습니다. 쉬면서 아빠가 제가 올라오기를 기다립니다. 이유는 물과 간식이 있는 백팩을 제가 메고 있기 때문입니다.
각산산성에서는 삼천포 시내와 삼천포대교와 인근의 섬들을 내려다볼 수 있습니다. 때문에 이 코스를 각산을 오르는 대부분의 등산객들이 이곳에서 쉬었다 산을 오릅니다.
제가 사진을 찍는 동안 아내와 아이들은 뭔가를 열심히 보고 있습니다. 뒤에서 얘기를 들어보니 각산산성에 대해 휴대폰으로 내용을 검색해서 보고 있었습니다.
각산산성을 지나 각산 정상에 오르는 구간은 힘들지 않은 구간입니다. 사실 각산산성까지 올랐다면 각산 산행의 팔부능선을 넘었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저는 각산산성에서 각산 정상까지 이 구간을 가장 좋아합니다. 이유는 이 구간의 등산로는 소나무가 빼곡하고, 조금 더 오르면 바다 케이블카가 다니는 모습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바다 위를 둥둥 떠 다니는 케이블카가 초양섬을 둘러 다시 대방 정류장을 지나 각산으로 오로고 있고, 각산 전망대를 지나 다시 대방 정류장으로 내려가고 있는 케이블카를 지척에서 볼 수 있습니다.
잠시 이곳에서 케이블카에 타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카메라로 담아 봅니다. 대부분 몸을 이리저리 돌리며 사천 바다의 아름다운 풍경을 즐기고 있습니다.
오늘 케이블카를 탑승하신 분들은 파란 하늘, 푸른 바다, 그리고 초록이 짙은 숲까지 좋은 날을 선택한 복 받은 이들입니다.
이제 각산 전망대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역시나 둘째 녀석이 가장 앞서 올라 전망대에서 망원경으로 한려수도의 중심 구간이 삼천포 앞바다를 내려다보고 있습니다.
고개를 돌려 삼천포대교를 사진으로 담아 봅니다.
대방진 굴항이 있는 삼천포를 배경으로도 사진을 담아 봅니다.
각산 전망대 위로 둥둥 떠 다니는 구름을 보니 오늘 산행을 잘했다는 생각을 합니다.
가장 늦게 각산 전망대에 올라 삼천포대교, 비토섬, 신수도, 시내 등 이곳저곳에 사진에 담습니다. 태풍이 지나고 난 다음이라 구름이 적당이 있어 산행을 하기에도 좋았습니다.
이곳에 사천 바다 케이블카가 생기기 전에는 각산 정상 표지석과 각산 봉수대에 오를 수 있었습니다. 케이블카가 생기면서 문화재 보호 차원에서 각산 봉수대에 오르지 못하도록 했는데, 문제는 각산 정상에도 오를 수 없어서 아쉬웠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각산에 올라보니 각산 정상 표지석에서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개방이 된 것을 확인했습니다. 케이블카 생긴 이후에도 여전히 각산이 좋아 산행을 하는 사람들은 각산 정상을 밟지 못하는 것이 아쉬웠는데 이렇게 다시 각산 정상 표지석을 밟을 수 있게 되어 좋았습니다.
조금 더 이곳저곳을 사진에 담고 싶은데 아이들은 각산 정류장의 매점을 향하고 있습니다. 나에게 와서 백팩에 있는 지갑까지 챙겨서 나를 버리고 먼저 내려갑니다.
저도 아내와 아이들을 따라 각산 정류장을 향합니다. 이날은 날씨가 너무 좋아서 이곳저곳에서 다들 사진을 찍느라 바쁩니다.
누구의 아이디어인지 몰라도 주황색 우산은 참 좋은 것 같아요. 파란 바다와 짙은 초록과 보색이어서 우산을 쓰고 사진을 찍으면 사진이 참 예쁘게 담기는 것 같아요.
마음은 케이블카를 타고 편하게 내려가고 싶지만 다시 각산 정상을 찍고 전망대를 지나 출발했던 대방사를 향해 내려갑니다. 하산 후 대방동에서 잘 알려진 김치찌개 전문점에서 아내와 나는 김치찌개를 먹고 아이들은 수제 돈가스로 허기를 해결하였습니다. 각산 가을 산행은 누구나 가벼운 마음으로 별 다른 준비 없이도 오를 수 있습니다. 준비 없이 가볍게 오르는 산행이지만 산행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은 다른 어떤 산보다 많습니다. 다음에는 일몰 시간대에 맞춰 혼자서 천천히 올라 보렵니다. 아직은 이르지만 11월 말에서 2월 초반까지는 각산에서 보는 삼천포의 일몰이 정말 아름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