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쓴 맛을 알기 전에는 커피의 달콤한 맛을 느끼지 못한다. 이 말은 예전 어느 책에서 읽었다. 이후 내가 커피를 맛있게 마시고 있으면 아이들이 커피를 마셔보고 싶다고 하는데 그럴 때마다 나는 이 말로 아이들에게 브레이크를 건다. 나중에 인생의 쓴 맛을 깨닫게 된 후에 커피를 마시라고. 그래야 커피가 달다고 말한다. 내가 커피를 처음으로 마신 것은 대학교에 입학하고 난 이후다. 그때는 커피 맛을 몰랐다. 자판기 커피의 달콤함 때문일까. 아니면 남들이 마시니 그냥 마신 것일까. 아무튼 당시는 커피 맛을 모르고 커피를 마셨다.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인생의 쓴 맛을 깨닫게 되었다. 그제야 나도 진정한 커피 맛을 알게 되었다.
지금은 믹스 커피를 마시지 않는다. 마시고 난 후의 텁텁한 느낌이 싫다. 지금은 거의 아메리카노만을 마시고 있다. 마시고 난 후 깔끔함이 좋다. 집에서도 원두를 마시기 시작한 것도 거의 10년이 되어 간다. 처음에는 마트에서 로스팅한 원두를 구입하다가 특정 시점 이후에는 당일 로스팅한 원두를 인터넷으로 구입하고 있다.
처음 커피를 구입할 때는 '아름다운커피'에서 구입을 했다. 지금은 '커피창고'를 이용한다. 두 곳 모두 공정무역을 하는 곳이다. 적어도 커피만큼은 공정무역을 하는 곳을 이용하려고 한다. 사실 내가 구입한 커피가 공정무역을 통해 거래가 되는 것인지 확인할 방법은 없다. 설마 온라인에 거짓으로 공정무역을 한다고 하겠는가? 커피창고에서 구입한 커피는 원산지와 그곳 커피 농부의 이야기를 보고 구입할 수 있어 좋다.
나와 아내가 마시기에는 커피가 많이 필요하지 않기에 매월 할인 상품을 구입한다. 너무 많은 상품 중에서 상품을 고르는 것도 귀찮은 일이기에 선택 장애가 있는 나는 할인 상품을 구입하는 게 정신 건강에도 좋다.
처음에는 혼자만 마셨는데 이제는 아내도 원두의 맛을 알아버렸다. 이제는 200g 한 봉지로 한 달을 버티지 못한다. 고민이다. 앞으로 어떻게 상품을 구입하는 것이 좋을까? 주력으로 마시는 상품을 하나 정해야 할 것 같다.
커피창고에서 커피가 오는 날이면 집안 가득 커피 향이 퍼진다. 커피 향이 퍼지기 5초 전 두근두근. 그 느낌은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만 알 수 있다.
처음에는 드립 커피머신을 이용했다. 책을 통해 커피 맛의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알고 나서는 귀찮더라도 직접 커피를 내려 마신다. 여름에는 진하게 우려낸 후 더치커피 병에 원액을 담아 놓고 물과 얼음을 넣고 수시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만들어 마신다.
퇴근 후 몸도 힘들도 정신적으로도 힘든 상황일 때 커피를 마신다. 커피를 내리는 동안 은은하게 퍼지는 커피 향이 좋다. 천천히 물을 내리는 동안 세상 온갖 시름도 잠시 내려놓는다.
한 방울, 두 방울 커피가 떨어지는 것을 보면 모든 시름이 잊힌다. 어쩌면 커피 맛을 즐기기보다 커피를 내리는 과정을 즐기는 것이다.
최근에는 더치커피(콜드블루) 맛을 알아 버렸다. 드립 커피보다 더 깔끔한 느낌이다. 더치커피를 내리는 도구를 구입하고 싶지만 아내의 눈치가 보인다. 망설이고 있다.
그런데 최근 tvN에서 방영 중인 삼시 세 끼를 통해 그냥 찬물에 티백에 원두가루를 담아 3~4시간 우려낸 후 마시는 것을 보았다. 굳이 기계가 있어야 할 이유가 있을까? 어차피 더치커피는 찬물에 천천히 우려내는 과정인데, 도구를 통해 우려내는 것과 그냥 찬물에 담가서 우려내는 것이 무슨 차이가 있겠는가? 지난 주말 아내와 집에서 그렇게 더치커피를 우려내어 마셔 보았다. 좋았다. 아내는 처음에는 원두커피를 마시면서 담뱃재 냄새가 난다고 했다. 아내의 말을 듣고 보니 담배 냄새가 나는 것 같다. 언젠가 TV에서 모 연예인이 60~70년대 다방에서는 실제로 담배 가루를 커피에 넣었다는 얘기를 들었다. 커피창고에서 더치커피도 판매하기 때문에 가끔 더치커피를 구입해서 마신다. 그러나 같은 커피를 가지고 드립 추출한 것과 더치커피로 내려서 맛을 비교해 보지 못했다. 확실이 더치커피 쪽이 더 깔끔한 것 같다. 아내는 담배 냄새가 덜 난다고 했다. 조만간 더치커피를 내리는 도구도 구입하게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