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책 100권 읽기 일흔 번째 책입니다
이상엽 그의 이름을 믿고 다시 그의 이름이 있는 책을 빌렸다. 그의 책을 계속 읽어 보고 싶다. 사진에 대해 조금씩 알아가면서 특정 작가의 책이라면 믿고 읽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작가들이 있다. 최민식 작가, 전동선 교수의 책이 그랬고, 이상엽 작가의 책도 내 기준에서 그 반열에 포함되었다. 아쉽게도 최민식 작가의 책은 더 이상 새로운 책이 나오지 못한다. 그의 책은 도서관에서 대여할 수 있는 책은 대부분 읽었다. 다행히 이상엽 작가는 지금도 꾸준히 활동을 하고 있고, 새로운 책도 계속 출간하고 있다. 이 책은 지난해 읽었던 낡은 카메라를 들고 떠나다의 후속 편이다.
제목은 ‘낡은 카메라를 들고 떠나다 2’이다. 그렇다고 이 책이 신간은 아니다. 2006년에 출간된 책이다. 뭐 오래되면 어떤가 이 책의 제목과 어울린다. 전편을 재미있게 읽었고, 최근 이상엽 작가의 책 ‘최후의 언어’ 또한 잘 읽었다. 그의 책을 더 읽어 보고 싶었고, 도서관에서 이상엽 작가로 검색하던 이 책을 찾게 되었다.
처음부터 너무 임팩트 있는 사진을 담고 있다. 첫 번째 페이지에서 보여준 사진과 두 번째 페이지에서 보여준 사진이 너무 대조적이다. 성남훈 작가의 사진과 글이다. ‘전쟁과 키스’는 의도된 기획이었을까?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불발판이 즐비한 곳에서 수레를 기다리는 아이의 어울리지 않는 웃음과 너무나 평온한 모습의 파리와 지하철역에서의 연인의 키스 장면. 왜? 이유는 그의 글을 보고 알게 되었다.
아직 바그다드의 이미지가 물린 필름으로 키스를 본다. 살아 있음의 아름다움을 알기에.
이상엽 작가는 시베리아 횡단 열차를 타고 러시아 여행을 다녀왔다. 그것도 꽤 오랜 시간을 여행을 다녀왔다.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당시 남북화해 모드가 무르익고 있었고, 남북이 도로와 철길이 열리면서 실크로드와 시베리아 횡단 열차를 통해 유럽을 오갈 수 있다는 얘기들이 공공연하게 흘러나오던 시기였다. 하지만 작가의 여행은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멈출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모든 것이 미완성인 채로 나의 철도 여행은 막을 내렸다. 철도를 타고 더 이상 남쪽으로 내려갈 수 없기 때문이다. 다음 기차지는 아직도 나의 패스포트로는 갈 수 없는 북한의 원산. 이제 철도에서 내려 배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야 했다.
그 길은 지금도 열리지 않는다.
수전 손택의 글귀가 자꾸 기억에서 맴돈다. 사진학개론의 김감독 영향일까? 아니면 이상엽 작가의 영향일까?
여행도 중요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여행을 기록으로 남기는 일이다. 여행이야 한순간이지만 좋은 기록은 그 짧은 여행을 평생 동안 간직하도록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인간의 기억력이 놓치기 쉬운 여행의 세부적인 부분들을 10년, 20년이 지나서도 기억의 저편으로 사라지지 않게 만드는 것이 바로 기억의 힘이다. 가장 간편한 방법은 사진기록이겠지만 사진과 사진의 틈새에 있었던 이야기들을 역어주는 것은 바로 글(여행일지)이다. 물론 여행뿐만 아니라 인간의 삶 자체가 모두 기록해야 될 대상이다. 그러기에 다큐멘터리 사진의 가치가 빛이 나는 것이다.
이상엽 작가 그도 두 아이의 아빠다. 그의 가족사진을 보면서 나를 떠 올렸다. 그의 가족사진에도 그가 없다. 나의 가족사진에도 나는 없다. 아마 대부분의 아빠들이 그러할 것이다. 아이들은 내 맘대로 되지 않는다. 그 누구의 맘대로 되지도 않는다. 그러하기에 안절부절못하면서도 귀엽고 예쁜 것이다. 내 맘대로 될 것 같으면 그게 아이들인가, 로봇이지. 작가에게서 사람 냄새를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