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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풍을 맞고 자란... 맛있는 포도원길

하나모자란천사 2019. 9. 7. 10:36

아내와 함께 살아온 세월이 15년입니다. 이렇게 말하면 고작이라고 말하시는 분들도 있겠지만 나름 그 시간 동안 많은 추억이 있었고 지금까지 그랬듯 앞으로도 추억을 만들며 살아가고자 합니다. 아무튼 함께한 세월이 15년인데 아내는 작년 이맘쯤 제가 가장 좋아하는 과일이 포도라는 것을 알았다고 합니다. 조금 서운하다고 생각했는데, 그럴 필요가 없을 것 같아요. 사실 저도 아내가 가장 좋아하는 과일이 뭔지 모르겠어요. 최근에는 복숭아를 잘 먹긴 했는데... 아무튼 오늘은 포도 얘기를 하려고 우리 집 가정사를 잠깐 이야기했습니다.




사천은 한려해상 국립공원의 중심지로 바다도 있고, 사천만을 따라 갯벌도 형성되어 있습니다. 또한 와룡산 자락을 따라 평야도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원래 도시는 교통이 발달하고 사람의 이동이 많은 곳에 발달하지만 예로부터 고립된 지역의 대명사로 알려진 삼천포이지만 육지와 바다에서 다양한 먹거리가 풍부하기 때문에 도시로 발달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만큼 이곳 사천(삼천포)에는 다양한 먹거리가 있습니다.



사천의 대표적인 농산물 하면 제일 먼저 떠 올리는 것이 참다래(키위)입니다. 단순히 다래를 생과일로 판매하는 것뿐 아니라 다래로 만든 와인도 있고, 다래를 가공하여 만든 각종 제품들도 있습니다. 다래뿐 아니라 용현 지역을 중심으로 토마토도 유명합니다. 최근에는 정동면에서 수확하는 단감과 배 등과 사남면에서는 우리밀과 딸기 등이 있습니다. 모두 이곳 사천 땅에서 자라고 수확한 것들이지요.



이것들 외에도 삼천포에서 직접 잡고 가공한 각종 건어물(특히 쥐포)과 재래식 된장 등의 특산물도 있습니다. 이것들 외에도 목장에서 유제품과 치즈 등의 가공제품을 생산하기도 합니다. 이처럼 사천에서 수확하고 생산하는 먹거리가 다양하다 보니 오늘 제가 이야기할 주제인 ‘해풍을 먹고 자란... 맛있는 포도’에 대해서는 모르는 분들이 많습니다.



사천읍에서 삼천포 방향으로 국도 3호선을 따라가면 낙조가 아름다운 실안해안도로로 빠지는 길이 있습니다. 이 길로 접어들면 바로 앞에 모충공원이 있고 사진사들에게 너무도 잘 알려진 선상카페 씨멘스도 있습니다. 바로 이 길을 따라 해풍을 맞고 자란 맛있는 포도원길이 있습니다.



왜 해풍을 맞고 자란 맛있는 포도원길인지는 사진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포토원 바로 앞이 바다입니다. 포도원 뒤로 멀리 보이는 다리가 사천대교입니다. 



이곳에서 여름 내내 해풍을 받으며 포도가 영글었습니다. 제가 처음 사천에 내려왔을 때는 모충공원 주변으로만 포도원이 있었는데 이곳 해풍 먹은 포도가 조금씩 알려지면 실안을 찾는 이들이 많아지면서 지금은 모충공원에서 삼천포마리나까지 길을 따라 포도원이 있습니다.



8월의 무더웠던 어느 날 아내가 시장에서 포도를 사 왔는데 더위 탓인지 아니면 수확한 지 오래되었는지 제가 원했던 그런 포도맛이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블로그 취재도 할 겸 맛있는 포도를 구입도 할 겸해서 이곳 포도원을 찾았습니다. 포도원 주변에서 사진을 찍다 보니 더웠습니다. 잠시 포도나무 그늘 아래에서 쉬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실제로 포도나무 그늘 아래에서 포도를 먹으며 쉬고 있는 분들을 보았습니다.



저도 포도를 수확 중인 농장주께 동의를 얻고 포도밭을 촬영하고 포도나무 그늘 아래에서 잠깐 휴식을 가졌습니다. 



그제야 왜 이곳이 해풍을 먹은 포도원길인지 알 수 있었습니다. 넓은 포도 잎이 따가운 햇살을 막아 주었고,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 그 바람으로 인해 더위를 잊었습니다. 이렇게 이곳 포도들은 해풍을 먹고 자라고 있었습니다.



이곳에는 제가 좋아하는 캠벨뿐 아니라 아이들과 어른들이 좋아하는 거봉도 있고, 청포도,  키위, 배 등도 있습니다. 사진을 찍는 동안에도 이곳을 지나던 차량들이 가던 길을 멈추고 포도를 구입하고 있었습니다.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아는 사람들은 꼭 이곳에 들러서 포도를 구입해 간다고 합니다. 이유는 해풍을 먹고 자란 이곳 포도의 당도가 월등히 높기 때문입니다. 이곳 포도가 특별히 맛있는 이유 중 하나는 이곳에서 수확하는 포도는 별도의 유통과정을 거치지 않고 산지에서 직접 당일 판매되는 만큼 수확하기 때문에 신선하다는 것입니다.




이곳 포도원의 농장주께서는 실제로 포도를 판매하고 나서야 또 잘 익은 놈을 골라 포도를 수확했고 그 자리에서 손질 후 포도 박스에 담는 작업을 하고 있었습니다. 원래 숫기가 없지만 용기를 내어 몇 가지 질문을 던졌습니다. 궁금했던 것은 이렇게 봉지에 쌓여 있는데 어떻게 잘 익은 포도를 선별해서 수확하는지 궁금했습니다. 무슨 비결이 있는지 물었습니다. 그냥 봉지를 열어서 눈으로 확인하고 잘 익은 녀석을 수확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우문현답입니다. 몇 가지 더 질문을 했습니다.



Q. 제가 13년 전쯤 사천에 내려왔는데 그때도 이곳에 포도원이 있었습니다. 그런데도 이곳을 모르는 분들이 많습니다. 언제부터 이곳에 포도원이 있었는지요?

A. 40대 초반의 자녀들이 있는데 아이들이 학교에 들어갈 무렵부터 포도원을 시작했으니 30년이 넘은 것 같습니다.


Q. 이곳에서 생산하는 포도의 판로는 어떻게 되는지요? 포장해서 농협이나 다른 채널을 통해 판매가 되는지요?

A. 따로 판매하는 것은 없고 현지에서 대부분 판매가 됩니다.


Q. 10년 전쯤 국도 3호선이 새롭게 뚫리면서 일부러 이곳을 둘러가는 차량들이 많지 않은데 현지 판매가 다 되는지요?

A. 처음에는 어려움이 있었으나 최근에는 실안을 중심으로 개발이 진행되고 카페들이 많이 생겨나고 개발이 되면서 이곳을 지나는 사람들이 늘어서 판매는 문제가 없습니다. 그리고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대부분 다시 이곳을 찾기 때문에 판매는 어려움이 없습니다.



주인아저씨께서 포도원 끝자락에 해안으로 내려갈 수 있는 계단이 있으니 그곳으로 내려가 보라고 했습니다. 계단을 따라 해안으로 내려가니 너무도 잘 알려진 선상카페 씨멘스가 있었습니다. 아직 일몰이 시작되려면 오래 기다려야 하지만 많은 이들이 이곳에서 추억을 남기고 있었습니다.



저도 몇 컷 사진을 찍은 후 다시 포도원 그늘 아래에서 머문 후 돌아오는 길에 포도 한 박스를 구입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캠벨과 아이들이 좋아하는 거봉을 섞어서 5Kg 한 상자를 구입했습니다.



참고로 이곳 포도는 당일 바로 수확했기 때문에 바로 냉장고에 넣지 말고 하루 정도 숙성 후 냉장고에 넣으면 당도가 올라간다고 했습니다. 집에 도착 후 바로 캠밸과 거봉 각각 한 송이를 먹어 봅니다. 아내가 먼저 구입했던 포도가 아직 남아 있어 비교하면서 같이 먹었는데 아내가 자기가 구입한 포도는 못 먹겠다고 합니다. 실제로 그랬습니다. 해풍을 먹고 자란 포도를 먹기 전에는 몰랐는데 이제 이 맛을 알아 버려서 다른 포를 먹을 수 있을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