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책 100권 읽기 예순여덟 번째 책입니다
이동문고에서 또 한 권의 책을 읽는다. 사천대교 아래에 이렇게 이동문고가 있으니 너무 좋다. 오전에 잠깐 비가 내렸지만 비도 이곳을 침범하지 못하고 오후에 해가 떠 올랐지만 해도 이곳을 침범하지 못했다. 바닷가에서 간간히 불어오는 바람이 좋았다. 모든 조건이 책을 읽기에 최적이다. 아쉽다. 계속 운영이 되면 좋으련만 8월 26일까지만 운영한다고 한다. 오늘이 처음이자 마지막이 되어 버렸다. 그래도 오늘 이곳에서 두 권의 사진 에세이를 읽을 수 있어 좋았다. 게다가 오늘 읽은 책들은 사천도서관이나 삼천포도서관에는 없는 책이다.
2005~2007 이 시기에 여행 사진과 관련된 책이 많이 출간된 것 같다. 이유가 뭘까? 나 역시 야생화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사진을 찍기 전에는 보이지 않았던 야생화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내겐 전부 생소한 꽃들이었다. 그제야 김춘수 시인의 꽃이라는 시가 이해되기 시작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한국의 수많은 야생화들은 누가 보던 보지 않던 항상 같은 시기 같은 자리에 꽃을 피운다. 그러나 누군가 그 꽃을 꽃으로 보고 살펴보았을 때라야 비소로 꽃으로 태어나는 것이다. 내가 그랬던 것처럼. 작가는 한국의 야생화들을 소개하고 있다. 소개된 꽃 중에는 내가 사진에 담아 본 꽃들도 있고, 희기 종이라 아직 보지 못한 꽃들도 있다. 언젠가 나도 한국의 야생화 꽃들을 사진에 담아 보고 싶다. 그러고 보면 사진을 통해 내가 하고 싶은 것 이루고 싶은 것이 참 많다는 것을 알게 된다. 뭔가를 즐겁고 재미있게 할 수 있다는 것이 좋다. 이 시점에 내가 사진에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면 나는 또 속세에 매여서 고달픈 삶을 살고 있었을 것이다. 이제는 그런 욕심에서 한 발짝 물러나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되어서 더욱 좋다.
현호색과 자운영에 대해 제대로 알게 되었다. 우리가 소화가 되지 않을 때 마시는 가스활명수 등의 소화제의 원료가 되는 꽃이다. 자운영은 흔하디 흔한 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그 꽃의 기능을 보고 놀랬다. 자운영은 질소 고정작용을 하는 식물이다. 질소 고정 작용이란, 공기 중에 있는 질소를 땅에 공급하는 역할이다. 자운영의 이런 능력 때문에 봄이면 논을 가득 메운 자운영을 볼 수 있다. 벼를 파종하기 전 미리 자운영을 심으면 토양이 비옥해져서 화학비료를 많이 사용하지 않아도 된다. 물론 벼를 파종하기 전에 자운영은 모두 갈아엎는다. 봄이 와서 벼를 파종하기 전까지, 이 짧은 기간이 자운영의 일생이다. 그러나 그 사이 자운영은 예쁜 꽃을 피우고 또 논을 비옥하게 만든다. 그리고 자신은 트럭에 밟혀 짧은 생을 마감한다.
원래 올해 5월에는 고창 학원농장 청보리밭을 다녀 오려했다. 그러나 회사를 옮기고 정신이 없어서 그러질 못했다. 내년에는 가족과 함께 꼭 다녀오리라.
사진은 무심하게 지나칠 수 있는 사물에 대한 관찰 그리고 나에 대한 발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