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책 100권 읽기 예순여섯 번째 책입니다
필름 카메라는 한 컷 한 컷 넘어갈 때마다 빛을 철저하게 읽고 상황도 살펴야 한다는 점이다. 피사체만 보는 것이 아니라 배경도 고려해야 한다. 그리고 단 한 장을 찍는다. 이런 상황은 사진에 대한 사진가의 자세를 아주 진지하게 만들어 준다. 그리하여 필름 카메라는 "사진을 찍는다는 행위는 조급히 이루어져야 할 무엇이 아니라 '느림'으로 완성된다"는 교훈을 준다. 저명한 평론가이지 작가였던 수전 손택은 카메라에 대해 이렇게 언급했다. "카메라가 정밀해지고 자동화되며 정확해질수록, 사진가는 스스로를 무장 해체시키거나 자신은 사실상(온갖 카메라 장비로) 무장한 적이 없다고 주장하려는 충동에 빠지게 되며, 근대 이전의 카메라 기술이 낳은 제약에 스스로 복종하고 싶어 한다. 훨씬 투박하고 성능도 덜한 기계가 훨씬 흥미롭고 표현력도 풍부한 결과를 가져오고, 창조적인 우발성이 일어날 여지를 더 많이 남겨준다고 믿으며 말이다."
두 권의 사진집 아니 사진 에세이를 읽으며 사진 일기를 시작해야겠다는 생각을 더욱 확고히 했다. 매일 한 장의 사진과 그 사진에 한 한 줄이라도 글을 써야 한다. 작가는 이 땅의 파괴와 소외라는 주제로 사진 작업을 해 오고 있다. 나는 아직 내가 찍고 싶은 것을 찾지 못했다. 주제와 테마를 정하고 사진 작업을 하는 것은 꼭 필요한 과정이라 생각한다.
부끄럽다. 지금까지 난 제주 강정마을에 대해 관심을 갖지 않았다. 강 건너 불구경하는 남의 일이라 생각했다. 작가의 글과 사진으로 뒤늦게라도 강정마을에 대한 진실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텍스트에 사진을 더하게 되면 몰입도가 증가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런 여름휴가 기간에 천안 독립기념관을 다녀왔다. 책에서 언급되었던 광개토대왕릉비의 복제본을 보고 왔다. 그러나 그때는 가볍게 글을 읽었다. 그러나 작가의 사진과 글을 통해 조금 더 관심을 가지고 글을 읽게 된다.
작가는 변경에 대한 관심이 높다. 변경 지역에 대한 관심과 변경에 놓인 사람들에 관심이 많고, 사회적으로 변경의 위치에 있는 문제나 사람들에 관심이 많다. 변경의 의미가 뭘까? 궁금했다.
최근 한일관계가 악화된 가운데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의 돌발 행동으로 인해 일본 카메라를 사용하는 것에 대해 말들이 많다. 어떤 게 올바른 대응책일까? 그 해답을 작가의 책에서 찾았다.
사진의 정신을 잃어버린 카메라 회사라는 비판은 니콘에게 아주 타당한 것이라고 할 수밖에 ㅇ벗다. 그래서 어떤 이는 자신의 카메라를 “때려 부숴 버리겠다”고도하고 또 어떤 이는 “팔아 버리고 다른 카메라를 사겠다”고도했다. 나는 그렇게까지 할 생각은 없다. 이 카메라는 내가 청년 시절 어렵게 모은 월급을 털어 샀고, 내 사진의 아주 많은 부분을 완성시켜 줬다. 하지만 니콘이 이 문제에 대해 진정으로 반성하고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한 새로운 니콘 카메라를 사는 일은 없을 것이다. 나는 카메라가 단지 사진을 찍는 도구가 아니라 사진가의 정신을 육성 시키는 도구라고 생각한다. 마음과 몸이 따로 놀 수는 없는 일 아닌가?
전 세계 지역에 따른 장례문화 결국 인류의 장례 문화는 흙에서 온 육체를 최대한 빨리 깨끗하게 흙으로 돌려보내기 위한 방편이었다는 것을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책을 읽으며 오래된 카메라들에 대한 이야기를 같이 들을 수 있어 좋았다. 언젠가 기회가 주어진다면 나도 필름 카메라로 사진을 찍어 보고 싶다. 내가 처음 카메라를 접한 것은 중학교 시절 사진부에서 활동할 때며 당시 니콘의 FM2 모델을 만졌고, 고등학교 시절에는 사진을 찍고 싶어 올림푸스 PEN 카메라를 사용을 했었다. 내 앞에 컴퓨터가 등장하기 전까지는 카메라가 관심사였는데 나의 관심이 컴퓨터로 옮겼다가 다시 나이가 들어 카메라로 관심이 옮겨가고 있다. 인생은 아이러니다.
두 권의 책을 통해 만난 이상엽 그는 진정한 포토저널리스트이자. 다큐멘터리 사진가이다. 역사적 이슈, 사회적 이슈 등 소외된 사람들과 지역에 대한 주제를 다루고 있다. 작가는 우리 시대 문제가 되었던,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노무현 대통령의 탄핵, 철탑 위에 오를 수밖에 없었던 노동자, 변경의 역사, 4대강, 새만금, 세월호, 비정규직 근로자 등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앞으로 그의 책과 이야기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될 것 같다. 도서관에 그의 다른 책이 있는지 검색을 한다. 출간이 되었으나 아직 도서관에서 소장하지 않고 있는 다른 책이 있는지도 검색을 했다. 작가의 책을 읽으며 나도 작가와 같은 포토저널리스트가 되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누가 얼마나 많이 보는가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단 한 명이라도 좋다. 내 사진과 글을 통해 올바른 생각을 할 수 있다면 그렇게 세상은 조금씩 좋은 쪽으로 바뀌어갈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세상에는 좋은 미디어보다는 나쁜 미디어 권력에 편에 서 있는 미디어가 너무 많다.
작가의 책을 읽으며 최근 사진학 개론에서 들었던 수전 손택과 다이앤 아버스와 같은 이들의 이름을 다시 떠 올린다. 관련 내가 그들의 글과 사진을 이해하게 되는 날이 올까? 아직 그들을 모른다. 그렇지만 그들의 이름을 떠 올리는 것만으로도 설렌다. 이유는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