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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5 - 사진 일기

하나모자란천사 2019. 8. 27. 09:49

 2019년 책 100권 읽기 예순세 번째 책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사진을 하고 싶어 하면서도 막상 시작하려면 엄두를 내지 못하고 주춤거린다. '카메라가 너무 비싼데...', 누군가는 경제적인 이유 때문에. 혹은 재능이 없다는 열등감으로, 이래저래 핑계가 많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첫발을 내딛지 않았기 때문에 생긴 기우일 뿐이다. 걱정을 내려놓고 일단 무조건 시작해보자. 좋은 사진이란 그냥 보고 좋다는 끝나는 사진이 아니라 그 사진에서 궁금증을 유발하게 하는 사진이다. 대상을 바라보는 시선의 차이는 사진을 생각하는 태도의 차이에서 온다. 멋진 장면을 잡아내는 것은 분명 즐거운 일이다. 그러나 이야기가 들어 있는 내 사진을 찍을 수 있다면 즐거움은 배가 될 터, 일기 쓰듯 사진 작업하기를 권하는 이유이다.




사진은 카메라가 찍는 것이 아니라 카메라를 사용하는 사람이 마음으로 찍는 것이다. 결과에 얽매이지 말고 사진 찍는 과정 그 자체를 즐기라는 것이다. 결과를 가볍게 생각해도 된다는 것이 아니라, 대상과 만나는 촬영 과정에서 끌어올려지는 내 감성의 흐름을 끊지 말고 놓아두자는 것이다.


일상 속에서 마음을 끄는 사물이 있다면 셔터를 누르자고 했다. 게다가 대상이 움직이는 것이라면 순간적으로 그 느낌이 사라질 수도 있으니까 생각하기 전에 일단 셔터를 누르고 보는 태도가 중요하다.


소재를 찾는 사진가의 눈은 외적인 형상을 바라보는 물리적인 눈이 아니라 대상을 통해서 새로운 이미지를 투사시키는 마음의 눈이 더 중요하다.



 사진가의 분류


☞ 프로 사진가

사진을 통해 밥을 버는(전업) 사진가. 미술관이나 화랑에서 전시하는 예술가, 광고 사진을 찍는 사진가, 사진을 빌려주고 비용을 받는 스톡 사진가, 일간지의 사진 기자. 동네 사진관에서 증명사진을 찍는 사진가 등이 모두 포함된다.


☞ 아마추어 사진가

생활을 위한 주업이 따로 있고 경제적인 목적보다 다른 목적을 위해 사진을 찍는 사진가. 아름다움을 사진에 담고 즐거움을 느끼는 취미 사진가, 행사 기록을 돕는 자원봉사 사진가, 시민 기자 등 다양하다.


☞ 생활 사진가

소소한 일상에서 촬영 대상을 찾고 사진 찍기를 즐기는 사람들.


☞ 전문 사진가

특정한 소재를 전문적으로 촬영하는 사람들. 당연히 프로일 수도 있고, 아마추어 일수도 있다.


☞ 예술(사진)가

예술(일반적으로 현대 미술)의 문법 하에서 사진을 사용하는 사람들. 좁은 의미에서 '작가'가 이에 해당된다.


☞ 사진 애호가

사진 자체가 즐거워서 사진을 찍는 사람들.


나는 어느 부류의 사진가일까? 나는 아마추어 사진가 이면서 생활 사진가에 속할 것 같다.


더 훌륭한 문장을 위해서는 다른 사람의 글을 예제로 삼는 것보다 직접 쓴 글로 공부하는 것이 더 효과적인데, 사진도 마찬가지다. 내가 찍은 사진에서 무엇이 부족한지 찾아가며 배우는 것이 실력을 늘리는 지름길이다. 


3차원의 입체적인 대상이 2차원의 평면적인 이미지로 바뀌는 과정에서 결과가 어떻게 바뀔지 예측할 수 있는 힘, 이것이 사진적 시각의 기본이다.


사진 작업을 하다 보면 사실을 사실대로 바라보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순간순간 느낄 수가 있으니 삶을 성찰하는 거울 역할로서 사진 작업만 한 것도 드물지 싶다.


여행이 마음에 새로운 에너지를 공급하는 계기라면, 가지고 떠난 카메라는 충전기이다. 여행지에서 찍은 사진을 들여다볼 때마다 새롭게 깨어나는 감정을 살피며 이 생각을 한다.


선택은 부족한 기술을 찾아 사진적 시각을 발전시키는 계기로 삼고, 작업의 방향(주제)을 발견해서 내 사진의 스타일을 찾는 중요한 과정이다.


사진은 이미지 언어이므로, 굳이 글을 써서 설명하려는 것 자체가 모순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사진을 공부하는 과정이라면 감각을 구체화시키는 방편으로써의 글쓰기가 도움이 된다.


같은 대상을 찍은 사진들을 여러 장 엮어 시간을 표현한다. 사진에 시간을 담을 수도 있다. 같은 대상을 시간의 흐름에 따라 순차적으로 두 장 혹은 서너 장으로 엮는다면 영화 같은 특성을 살린 일기를 쓸 수 있다.



나는 우리 모두가 자신만의 '사진 일기'를 써내려 가길 바란다. 사진을 찍을 때 다른 사람을 의식하지 말고 결과보다는 과정 그 자체를 즐길 수 있기를. 카메라가 내 몸의 일부처럼 느껴지기를. 사진 속에 비치는 나를 찾아내기를. 그래서 우리의 일상이 더 풍요롭고 행복해지기를 바란다.


사진을 주제로 한 또 다른 한 권의 책을 읽었다. 좋은 책이다. 소장하고 싶은 책이다. 임동숙 그녀의 이름을 기억하고 서점가 또는 도서관에서 그녀의 이름을 보게 된다면 주저 없이 책을 뽑게 될 것 같다. 사진이 내게 부담으로 느껴질 무렵에 이 책에 내게 다가왔다. 이 책은 내게 사진을 잘 찍어라고 말하지 않는다. 사진을 인생의 동반자처럼 여기라고 말한다. 기쁠 때에도 슬플 때에도 그냥 나와 평생을 함께하는 동반자처럼 여기라는 것이다. 사진으로 인해 인생이 많이 달라지고 있다. 세월이 흘러 지금보다 더 나이가 들었을 때 나도 작가처럼 사진이 내 삶의 일부로써 내 삶을 이끌어주는 수레바퀴의 한쪽과 같은 역할을 했었노라고 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