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ily Life/탐구생활

사천읍시장 예지분식에서 물국수로 점심을 해결하다

하나모자란천사 2019. 8. 20. 06:00

국수를 좋아한다. 아마도 어머니의 식성을 닮아서 그런 것 같다. 어려서부터 어머니는 종종 바지락 칼국수 또는 팥 칼국수를 끓여주었다. 국수를 먹는 즐거움도 있었지만 밀가루 반죽을 병으로 밀어서 면을 만들어 내는 것이 재미있었다. 그럼에도 국수를 자주 먹을 수 없었다. 아버지가 국수를 싫어하셨기 때문이다. 식민지 시대 일본에서 장사를 하다가 해방 후 국내로 들어와서도 장사를 했던 외가는 부유했지만 아버지는 어렵게 자랐다고 했다. 어려서부터 쌀밥이 아닌 보리밥이나 밀가루를 많이 먹어서 밀가루로 만든 음식을 싫어하셨다. 때문에 어머니는 당신과 우리를 위해 국수를 준비하고도 아버지를 위해서 따로 밥을 준비하곤 하셨다. 아버지로 인해서 국수를 자주 먹을 수 없었기 때문에 국수를 좋아했는지 모른다. 아무튼 그 때문에 마산, 창원, 밀양, 성남, 그리고 이곳 사천까지 생활했던 곳 주변에 맛있는 국숫집이라면 일부러 찾아다닌다.




아직 대박국수는 가 보지 않았다. 원래 저곳은 제일국수가 있던 곳이다. 처음 사천에 내려와서는 제일국수를 자주 이용했다. 말 그대로 대박집이었다. 요즘도 장사는 잘 되고 있다. 다만 내가 발걸음을 하지 않는다. 손님이 많았고, 장사가 잘 되어서 시장 골목이 아니라 사천읍 보건소 아래로 건물을 지어서 옮겼다. 장소를 옮긴 후 두세 번 정도 찾았다. 국수를 먹기 위해서다. 그런데 새로 오픈한 식당은 넓고 쾌적한 환경 제공과 함께 다양한 메뉴가 생겼다. 이제는 국수만 전문적으로 판매하던 제일국수가 아니다. 국수 맛이 다르게 느껴졌다. 새로운 국숫집을 찾아야 했다.



그렇게 해서 찾게 된 곳이 사천 촌국수다. 그 이후로 꽤 오랫동안 사천 촌국수를 이용했다. 사천읍시장의 주차장 골목 첫 집이다. 이곳은 지금도 처음 방문했던 그 맛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그래도 꽤 오랫동안 이 집만을 이용하다 보니 새로운 국숫집을 가 보고 싶었다.




아내에게 물었더니 사천읍시장 예전 제일국수(지금의 대박국수) 옆에 예지분식이라는 곳이 있는데 그곳 국수가 맛있다고 했다. 토요일 어중간하게 점심때를 놓쳤다. 이럴 때 찾는 곳이 국숫집이다. 저녁은 어머니댁에서 가족과 함께 먹기로 했기 때문에 가볍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이 필요하다.



골목길로 들어서자마자 예지분식을 찾을 수 있었다. 입구에 대박국수를 시작으로 예지분식을 포함 좌우로 국숫집이 즐비하다. 조금 더 깊숙이 들어가면 지난주까지 발걸음 했던 사천 촌국수다. 그러나 오늘은 예지분식이다. 이곳에서 국수를 먹어보리라. 문이 열려 있어 들어서려는데 몇 명이냐고 물었다. 혼자라고 말했다. 지금은 자리가 없어 잠깐 기다리라고 했다. 앞에 보니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는 아주머니 한 분이 있었다.


시장 골목의 식당들은 공간이 협소하다. 이곳도 홀에 테이블은 없이 주방만 있고, 안쪽 방에 몇 개의 테이블이 놓여 있다. 때문에 빨리 먹고 일어서야 테이블 회전이 되는데 더워서 그런지 좀처럼 일어서지 않았다. 주인이 조금 퉁명스러운 태도로 나를 안내했는데 아직 일어나지 않은 곳으로 나를 안내했다. 뒤에 손님이 있으니 일어나 달라는 암묵적인 불만이다. 나도 별로 기분이 좋지 않았고, 앉아 있던 손님들도 불쾌했을 것 같다.



상황은 이해가 되지만 조금 그랬다. 물국수를 시켰는데 잠시 후 이렇게 그릇 위에 국수와 고명만 올려져 나왔다. 반찬은 깍두기 하나다. 대부분 국숫집에서 깍두기 하나만 나오니 이상할 것은 없었다. 그런데 물국수를 시켰는데 왜 국물이 없는 것일까?




그런데 테이블에 이상한 주전자 하나가 놓여있다. 물은 아니다. 테이블 측면에 물은 셀프라고 조그만 글귀가 있는데 이렇게 물을 주전자에 줄리가 없다. 막걸리는 시키지도 않았는데 뭘까? 앞에 있던 손님이 마셨던 막걸리일까? 주인에게 물어볼까 하다가 옆 테이블에서 국수를 드시는 분을 보니 이곳에 육수가 들어 있는 것 같았다. 만져보니 시원했다. 살짝 그릇에 부어 보니 색깔이 육수가 맞았다.



그릇에 육수를 가득 부었다. 이곳 국수는 고명으로 숙주나물, 부추나물, 홍합 등이 올려져 있다. 따로 양념장은 없다. 고명에 고춧가루와 깨가 뿌려져 있고, 나물에 간은 충분히 되어 있다. 원래 국수를 좋아하기에 맛있게 먹었다. 양은 어른 한 사람이 먹기에 충분히 푸짐했다. 따로 곱빼기를 시킬 필요는 없다. 국수를 많이 좋아해서 배가 고플 때는 곱빼기를 시켜 먹는다. 맛은 기존 사천 촌국수와 비교했을 때 차별화는 없었다. 새로운 맛을 내는 국숫집을 찾고 있었는데 아쉬웠다. 맛이 없다는 의미는 아니다. 기존 내가 이용하던 사천 촌국수와 차별화가 없다는 것이다. 다만 면과 육수가 따로 나오는 형태는 다르지만 맛은 거의 차이가 없다.



처음부터 이곳을 이용했다면 앞으로도 이곳을 이용하겠지만 홍합으로 육수를 내고 고명을 올리는 국수를 먹는다면 개인적으로는 이곳보다 사천 촌국수를 찾을 것 같다. 전체적으로 이용하는 손님은 이곳이 더 많지만 그러하기에 나는 사천 촌국수를 이용할 것 같다. 그런데 궁금해서 한 번은 더 가봐야 할 것 같다. 물어보고 싶다. 메뉴가 전부 국수인데 왜 예지국수로 하지 않고 예지분식으로 한 것일까? 아무튼 새로운 국숫집을 경험했다는 것에 만족하는 것으로 포스팅을 정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