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책 100권 읽기 마흔일곱 번째 책입니다
진동선, 그 이름만으로도 믿고 읽을 수 있는 책이다. 그의 책을 읽는 시간이 즐겁다. 그의 책은 단순히 사진에 대해서만 이야기하지 않는다. 사진과 관련된 미술사와 예술적인 측면에서의 사진에 대한 이야기도 포함되어 있다. 아직 그의 글을 읽고도 온전히 이해하기 어렵지만 그의 책을 읽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책을 읽는 동안 생각하는 것도 많고 느끼는 것도 많기 때문이다. 우연히 들린 삼천포도서관에서 사진과 관련된 책을 보다가 그의 이름을 보고 주저 없이 책을 골랐다. 아직 읽지 않은 책이다. '사진예술의 풍경들'이다.
사진을 찍을 때 좀 더 잘 보기 위해서 한쪽 눈을 감고, 꼭 필요한 것만 보기 위해서 검은 테두리를 친다. 1953년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이 "사진을 찍을 때 한쪽 눈을 감는 이유는 마음의 눈을 위해 비워두는 것이다"라는 명언을 남긴 바 있지만 대게는 물리적인 이유 때문이다.
그의 책을 읽으면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마음의 눈, 똑같은 시간과 공간에서 똑같은 피사체를 두고 사진을 찍더라도 작가에 따라 사진이 달라지는 이유다. 마음의 눈으로 보는 것을 사진에 담을 수 있어야 한다. 철학적이다. 사진을 위해서는 철학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마음의 눈, 본다는 것은 무엇인가? 진동선 그의 책을 읽으며 마음의 눈을 많이 떠 올렸다.
가장 이상적인 모습은 모든 예술이 그러하듯이 눈과 마음과 손이 한 몸을 이루는 것이다. 이 문장이 쉬운가? 문장은 어렵지 않다. 그러나 이 문장에 담긴 깊은 뜻을 이해하는 것은 어렵다. 이처럼 그의 책은 어렵다 쉽게 읽을 수 있지만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책은 아니다. 그럼에도 나는 그의 책을 읽으며 사진과 관련된 다양한 분야의 지식을 얻을 수 있기에 그의 책이 좋다.
사진 또한 시대상을 반영하고 있다. 예를 들면 1990년대 사진을 이야기하면서 영화 '컨스피러시'와 '트루먼쇼'의 이야기를 언급한 것을 들 수 있다. 컨스피러시라는 단어의 의미 그대로 음모이론에 대한 내용이다. 눈앞에 벌어지는 일들은 이미 누군가에 의해서, 어떤 목적에 의해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영화에서 말하고 있다. 한마디로 눈앞의 현실을 믿지 말라는 것이다.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라는 것이다. 짐 캐리가 주연한 '트루먼쇼'는 실재와 가상을 주제로 하고 있다. 사실인 줄 알았던 모든 것이 알고 보니 각본대로 움직인 가짜이고, 재현된 세상이라는 것을 말한다. 이렇듯 사진에서도 1990년대에는 진짜와 가짜, 실재와 가상, 진실과 허구에 대한 스토리텔링이 빈번했던 것 역시 사회현상과 연결된다. 즉 눈앞의 세계를 더는 믿을 수 없게 된 모조와 가상의 시대를 반영한다.
그의 책은 내려놓았지만 여운이 남는다. 다시 오래된 영화를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영화 컨스피러시는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다. 멜 깁슨과 줄리아 로버츠가 주연한 영화다. 대학시절 이 영화를 정말 많이 보았다. 이 영화의 OST 'Can't take my eyes off you'도 좋아한다. 그러나 이 시점에서 다시 또 이 영화를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