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4일 결혼기념일이다. 잊을 수 없는 날이고 잊어서는 안 되는 날이다. 아내에게 미리 전화를 걸었다. 뭐 먹고 싶은 거 없냐고. 오늘만큼은 아이들이 좋아하는 음식이 아니라 아내가 먹고 싶은 것을 먹고 싶었다. 아내의 선택은 장어다. 장어구이가 먹고 싶다고 했다. 생각해 보니 꽤 오래되었다. 처음 사천에 내려왔을 때는 실안으로 장어를 먹으러 종종 나왔다. 장어뿐만이 아니라 회를 먹으러도 자주 나왔다. 성남에 있을 때 자주 먹을 수 없었다. 그 동네는 해산물이 너무 비싸다. 이곳에서처럼 편하게 회를 먹기에는 부담스럽다. 회덮밥으로 입맛을 달래곤 했었다. 아무튼 아내가 먹고 싶은 것은 장어. 처음 사천에 내려와서 자주 방문했던 곳은 유자집이다. 다시 유자집을 가려고 하다가 함께 서포터즈로 활동하고 있는 써니 님에게 물었다. 써니 님은 실안 '대성장어'를 추천했다.
삼천포를 다니면서 간판을 보았던 것 같다. 퇴근을 하면서 아내에게 전화를 걸었다. 언제쯤 아이들을 두고 아내와 둘이서 오붓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을까? 아내의 표정을 보니 많이 먹을 것 같아서 일단 4인분을 시켰다. 사장님께서 2인분을 먼저 먹고 추가로 주문하기를 권했다. 아이들 때문에 다 먹지 못할까 봐 걱정이 되셨나 보다. 정직하게 장사를 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사장님 말씀대로 했지만 결국 우리는 2인분을 더 시켰다. 아내와 아이들은 배가 부르다고 했지만 나는 장어국에 공깃밥을 시켜서 말아 멀었다. 장어는 그렇게 먹어야 되는데.
사실 장어야 그냥 먹어도 맛있다. 삼천포에 오면 방아가 곁들여진 양념장이 나온다. 대성장어 외에도 다른 곳도 동일하다. 기본찬은 깔끔하게 나왔다. 혹 아이들이 양념장에 적응하지 못할까 봐 데리야끼 소스도 함께 주었다. 굳이 필요가 없었다. 아이들도 방아가 들어가 양념장을 더 좋아했다.
2인분을 더 추가로 시켜서 맛있게 먹었다. 아내에 표정에서 행복함이 느껴진다. 이런 사소한 것에 행복해하는데 종종 이런 시간을 가져야겠다. 사는 게 뭐 별거 있나? 이렇게 함께 하는 사람들과 웃을 수 있는 시간이 많으면 된다. 큰 욕심부리지 않고 살기로 했다. 나의 소확행을 꿈꾸는 삶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