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참 빠르게 흘러간다. 어느새 봄에서 여름의 문턱에 접어들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누렇게 익은 밀과 보리가 들판을 채우고 있었는데 어느덧 보리를 대신에서 벼가 자라고 있다.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올 때 그랬듯 곳 봄은 잊히고 여름의 절정이 다가와 있을 것이다. 벌써 여름을 생각하니 올해 여름은 어떻게 보내야 할까 걱정이다.
개인적으로는 겨울보다는 여름을 좋아한다. 어려서부터 어머니로부터 없는 자들에게는 겨울보다는 여름이 더 나기 좋다는 말을 듣곤 했다. 어쩌면 어머니의 말 때문인지 모른다. 땀으로 인한 끈적거림이 싫다. 모기도 싫다. 그럼에도 좋은 것은 샤워 후 느끼는 시원한 느낌이다. 차가운 물을 몸에 끼얹을 때 그 느낌이 좋다. 생각해보니 어려서부터 그랬다. 시골에서 자라서 동네 계곡에서 멱을 자주 감았다. 추워서 입술이 파래져도 물에서 나오지 않았다. 어머니의 불호령이 떨어지고 나서야 물에서 나오는 때가 많았었다.
나를 닮아서 일까? 두 아이들도 물을 좋아한다. 물질적으로는 가진 것이 많은 요즘 세대들이지만 어떻게 생각하면 불쌍하다. 나 어릴 적처럼 멱을 감을 수 있는 깨끗한 계곡을 쉽게 찾을 수 없다. 주말이면 대중목욕탕의 냉탕에서 물놀이를 즐기는 것이 아이들에게는 즐거움이다.
물을 좋아하는 아이들이기에 여름이면 물이 있는 곳을 자주 찾는다. 6월이 시작되었다. 한낮은 벌써 여름이다. 그러나 밤은 아직 아직 쌀쌀하다. 그러나 7월이 시작되면 상황은 달라진다. 무더운 여름밤을 생각해야 한다. 에어컨이 있다고 하나 답답하다. 그래서 여름밤 시원한 물줄기가 있는 곳을 찾는다. 그곳은 바로 삼천포대교공원의 음악분수다.
삼천포 앞바다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과 삼천포대교의 야경을 즐기면서 즐거운 음악과 함께 세차게 뿜어 나오는 시원한 물줄기를 즐길 수 있다. 여름밤이 되면 이곳에 사람들이 모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아직 때는 이르지만 퇴근 후 이곳을 찾았다.
올해도 삼천포대교공원에 음악분수가 찾아왔기 때문이다. 음악분수와 바닥분수는 뭐가 다를까? 일단 운영시간이 다르다. 바닥분수는 낮에 운영된다. 말 그대로 바닥에서 시원한 물줄기를 쏟아 낸다. 낮에 아이들은 이곳에서 서 물놀이를 즐길 수 있다. 대신 음악이나 다른 볼거리는 없다. 목적은 더위를 피해 물놀이를 즐기는 것이다. 때문에 바닥분수는 더위가 기성을 부리는 7월 1일부터 8월 31까지만 운영이 된다.
음악분수는 야간에 운영된다. 목적도 다르다. 열대야를 피해 공원으로 나들이를 나온 사람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하는 것이다. 음악분수를 물놀이를 즐길 수 없는 단점이 있다. 그러나 경쾌한 음악과 함께 물줄기 사이로 오색찬란한 빛이 쏟아져 나온다. 음악에 빠져들고 시원한 물줄기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덥다는 생각은 이내 사라진다. 올해는 6월 1일부터 9월 30일까지 운영한다.
운영과 관련된 자세한 정보는 아래 사진을 참조하면 된다.
작년까지 아쉬웠던 점은 처음 음악분수가 생겨나고 지금까지 같은 곡들만 나왔다는 것이다. 이제는 너무나 익숙한 레퍼토리가 조금은 지겨웠다. 올해도 어김없이 음악분수가 시작되었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사천시 SNS 서포터스의 사명감을 가지고 삼천포대교공원을 찾았다.
올해는 경관 조명을 설치해서 야간에 볼거리가 더 풍성해졌다. 아쉬웠던 음악 선곡만 좀 더 다양해진다면 모든 게 다 좋다. 다행이다. 새로운 곡들이다. 작년에 듣지 못했던 곡들이 추가되었다.
아직 때는 이르지만 벌써부터 소식을 듣고 가족, 친구, 연인 단위로 음악분수를 즐기러 나온 이들을 만날 수 있었다. 삼천포대교공원의 음악분수는 이미 사천의 명물로 자리매김을 하고 있다는 증거다.
해가 떨어지고 나면 음악분수는 그 진가가 드러난다.
서서히 어둠이 찾아 오면서 바닥의 조명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꼭 연인이 아니라도 상관없다. 저기 홀로 산책을 즐기는 이를 보라.
나도 잠시 주변을 거닐어 보았다.
그리고 어둠이 내리고 난 후 다시 음악분수를 찾았다.
확실히 다른 느낌이다.
주말이 아니어서 삼천교대교에 조명이 들어오지 않았다. 주말에는 삼천포대교에도 경관 조명이 켜진다.
이제 6월 말부터 주말마다 이곳 삼천포대교공원의 특설무대에서 프로퍼즈 공연이 시작되면 사람들로 넘쳐날 것이다.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언젠가 사천이 여수의 인기를 넘어설 수 있는 문화관광 도시로 거듭나기를 바라는 것은 지나친 바람일까? 그러나 사천시를 알리는 SNS 서포터스로써 그런 바람은 욕심이 아니라고 생각하며 나의 바람을 글로 남겨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