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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천과의 첫 만남 - 나의 일터가 있는 사남일반산업단지

하나모자란천사 2019. 6. 15. 09:55

사람들은 처음 기억을 잊지 않고 오랫동안 간직하려고 합니다. 첫인상, 첫 키스, 첫사랑, 첫 만남 등에서 우리가 처음의 이미지를 소중하게 여긴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오늘은 첫 만남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대상이 누구일까요? 오늘 나의 첫 만남에 대한 대상은 사람이 아닙니다. 바로 내가 살고 있는 이곳 '사천'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사천과의 첫 만남은 13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사천에 내려오기 전에는 경기도 성남에서 살고 있었습니다. 그곳에서의 생활이 나쁘지도 않았습니다. 굳이 이곳 사천으로 내려올 이유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운명은 나를 사천으로 이끌었습니다. 어머니의 암 진단과 수술로 인해 멀지 않은 곳으로 내려와야 했습니다. 당시는 어머니를 얼마나 더 볼 수 있을는지 알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어린 두 아이를 보는 것이 어머니의 유일한 즐거움이라 생각했기에 조금이라도 더 자주 뵐 수 있는 곳이어야 했습니다. 그러기에 하동과 성남은 너무 멀었습니다.



창원과 사천을 두고 고민을 하다가 사천을 선택했습니다. 항공산업이 서서히 태동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새로운 직장을 사천에서 찾았고 생활터전을 두고 아내와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저는 처음부터 회사에서 가까운 사천을 찍어두고 있었지만 아내는 생각이 달랐습니다. 성남과 비교했을 때 사천은 시골이나 다름없었기 때문입니다. 지금 같으면 어림없겠지만 당시에는 아내보다 제가 더 영향력을 행사하고 출퇴근이 용이한 이곳 동강아뜨리에 아파트로 이사를 했습니다. 사천에서의 생활이 시작되었습니다.



처음 사천에 자리를 잡았을 때 조선산업이 먼저 자리를 잡고 있었고, 항공산업은 사남면 일반산업단지 내에 클러스트를 형성하면서 조금씩 회사들이 생겨나고 있었습니다. 바쁘게 살았죠. 그럴 수밖에 없었습니다. 밥을 먹을 때에도 회사 주변이었고, 산책이나 나들이도 회사 주변이었습니다. 회사는 사남면 방지리 일반산업단지에 자리를 잡고 있었습니다. 



방지리를 경계로 조선산업단지와 항공산업단지가 구분되어 있었습니다. 당시만 하더라도 조선산업이 잘 나가고 있었던 터라 방지리 일대는 사람들로 넘쳐났고, 주변에 식당들도 하나 둘 생겨나고 있었습니다. 산업단지를 조성하면서 주변에 산책로와 공원도 함께 조성을 해 두어서 가끔 그곳으로 산책을 나가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사천과의 첫 만남이 있은 이후 13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하는데 실제로 그 사이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그렇게 잘 나가던 조선산업은 몰락해서 예전의 영화는 찾아볼 수 없고 흔적만 남아 있고 방지리 일대에 넘쳐났던 사람들도 각자의 삶을 위해 어디론가 살 곳을 찾아서 떠나고 이제는 사람들을 거의 찾아볼 수 없습니다.



저도 회사를 따라 근무지를 진주로 옮겼다가 최근 직장을 옮기면서 다시 사남면 일대로 출근을 하게 되었습니다.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는 말이 있듯 한동안 내 기억에서 잊혀 있던 곳이었습니다.



그러나 사천과의 첫 만남의 장소가 잊힐 수가 없었나 봅니다. 가끔 예전의 기억을 떠 올리고 싶어서 다시 주변을 서성이게 됩니다. 



퇴근하면서 산업단지 내 공원을 혼자 산책을 거닐기도 하고 주말에는 아이들과 함께 이곳을 찾기도 합니다. 예전에 그랬던 것처럼 지금도 예전처럼 그곳을 찾게 됩니다.



아쉬운 것은 예전의 그 모습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아마 사천 시민이라면 대부분 저와 같은 생각이겠죠. 지금도 SPP 조선의 대형 크레인을 보면 예전의 그 모습이 그립습니다. 삐삐-- 안전을 위한 경음을 울리며 분주히 움직이고 있는 크레인이 떠 오릅니다. 조선소 앞마당에는 많은 블록들이 쌓여 있었고 공장 주변에는 주차공간이 부족해서 도로변까지 차들로 넘쳐났었는데...



지금은 정적만이 흐르고 있습니다. 다시 저 크레인들이 예전처럼 분주히 움직이는 모습을 볼 수 있을까요? 예전의 추억을 떠 올리면서 혼자 조용히 산책을 즐깁니다.



가끔을 일부러 이곳을 둘러 퇴근을 합니다. 이제는 풍력발전기도 돌지 않고 멈춰 있습니다. 이곳을 지나치면서 씁쓸함을 느끼는 것은 나 혼자만이 아니겠죠?



일반산업단지에서 해안로를 따라 선진해변 방향으로 내려가다 보면 작은 공원이 있습니다. 작지만 주차공간도 있고, 넓은 공터도 있고, 깨끗한 화장실도 있습니다.



아마도 처음 이곳에 공단을 조성하면서 직장인들을 위한 쉼터를 마련하였습니다. 점심을 먹은 후 이곳에서 휴식을 취하는 사람들을 많았었죠.



이곳에 공단이 조성되기 전에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궁금합니다. 사남면 방지리 이주단지에 가면 예전 이곳에 공단이 조성되기 전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는데 이곳에서는 볼 수 없네요.




주말 가볍게 비가 내리고 있었지만 아이와 함께 이곳을 찾았습니다. 집에서 멀지 않아서 답답할 때면 가끔 이곳을 찾습니다.



예전에는 누군가의 편안한 쉼터였던 벤치가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는 것 같네요.



때와 날씨를 가리지 않고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지만 인적대신 잡초만 자라고 있습니다.



그래도 아주 가끔은 산책을 즐기는 이들이 이곳을 지나 다닙니다. 그나마 그들이 있어 다행입니다. 이곳이 사람들에게 잊혀지지 않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 저라도 이곳을 자주 찾아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런 생각을 가진 후 이곳을 자주 찾습니다. 



가끔은 이곳에서 따사로운 햇살을 즐기며



가끔은 이곳에서 지는 해를 바라보며



가끔은 아무런 생각없이 사진을 찍기도 합니다.



그리고 어둠이 찾아오고서야 집으로 돌아 옵니다.



때를 잘 맞추면 이런 아름다운 반영을 볼 수도 있습니다. 비록 지금은 많은 사람들에게 잊혀진 장소가 되었고, 예전처럼 인적을 찾아 볼 수 없지만 나에게는 사천과의 첫 추억이 있던 곳이라 잊혀지지 않는 곳이 될 것 같습니다. 혹 이 글을 보고 이곳에서의 추억이 있는 분들이라면 다시 이곳을 찾아 보는 것은 어떨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