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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회 선진리성 벚꽃축제 행사장 둘러 보기

하나모자란천사 2019. 4. 2. 11:44

봄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이 봄을 즐기지 못하면 내년을 기약해야 합니다. 봄은 생명을 싹 틔우는 계절입니다. 겨우내 잠들었는 식물들은 각자의 생존 방식에 따라 새로운 잎을 내거나 꽃을 피웁니다. 선비의 인격과 지조를 상징하는 4 군자 중 봄의 상징인 매화가 세력을 잃으면 그 자리를 대신하는 꽃이 있습니다. 그 자리를 차지하고 싶은 꽃들이 많지만 아직 벚꽃을 밀어내고 그 자리를 차지할 꽃은 없는 것 같습니다. 지금 이 시기는 벚꽃이 왕좌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화무는 십일홍이라. 열흘 붉은 꽃은 없다고 합니다. 이제 벚꽃도 조금 있으면 그 세력을 내어주고 유채꽃이 그 자리를 차지하겠죠? 꽃이 아름답게 보이는 이유는 바로 그 세력이 열흘을 넘기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 말의 의미를 곰곰이 생각해 보았습니다. 만약 화무는 십일홍이 아니라 백일홍이고 365일 매일 볼 수 있는 꽃이라면 사람들이 봄에 꽃을 찾아서 명승지로 여행을 떠나는 일은 없겠죠.




아무튼 화무는 십일홍이라 열흘 붉은 꽃은 없으니 지금 활짝 핀 벚꽃을 찾아서 여행을 떠나 봅시다. 벚꽃은 일본의 국화라는 이유로 어릴 적 내 기억에는 사랑받지 못한 꽃이었습니다. 세월이 지나고 직접적인 피해를 입었던 세대들은 세상을 떠나고 아픔의 상처도 희미해지면서 벚꽃에 대한 인식도 달라진 것 같습니다. 이제는 그냥 봄이면 볼 수 있는 아름다운 꽃으로 인식하는 사람들이 더 많습니다. 대한민국 방방곡곡마다 분홍빛 벚꽃 물결이 넘쳐나고 벚꽃이 있는 곳마다 사람들의 발걸음이 끊이질 않습니다.



이제는 벚꽃 명승지라면 두 손으로 부족합니다. 때문에 굳이 멀리 있는 벚꽃을 찾아서 여행을 떠날 필요가 없습니다. 가까운 곳에 벚꽃이 활짝 피는 곳이 있다면 그곳에서 벚꽃을 즐기면 됩니다. 사천에는 오래된 벚꽃 명승지가 있습니다. 사천 8경 중 하나(4경)이기도 합니다.



선진리성은 아픔의 역사가 있는 곳입니다. 사실 선진리성은 임진왜란 때 일본군이 주둔하면서 세운 왜성입니다. 그래서 선진리 왜성으로 불렸습니다. 선진리성을 방문해 보셨다면 이곳에 이순신 장군의 사천해전 승첩기념비가 세워져 있는 것을 보았을 겁니다. 이곳은 임진왜란 초기 이순신 장군이 거북선을 최초로 출격시켜 승리한 곳입니다. 



일본이 정유재란으로 다시 전쟁을 일으켰으나 영화로 제작되어 잘 알려진 명량에서 이순신 장군에게 다시 대패하고 명나라 지원군의 남하로 일본으로 철수를 준비하면서 이곳 선진리에 왜성을 쌓았다고 합니다. 마지막 노량해전이 있기 50여 일 전 이곳 선진리 왜성에서 치열한 전투가 있었고 왜군은 조명연합군을 대패시켰다고 합니다. 선진리성 인근에 있는 조명군 총이 바로 아픈 상처가 묻혀 있는 곳입니다.



다시 벚꽃 이야기로 돌아가겠습니다. 이곳 선진리성에 벚꽃이 언제 조성되었는지를 이야기하기 위해 잠시 시대를 거슬러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올해가 3.1 만세 운동 100주년인 것은 잘 아시죠. 지금으로부터 100여 년 전 일제강점기 시절에 조선총독부는 정유재란 당시 일본군이 승리한 이곳 선진리 왜성의 천 수각터를 복원하고 전적을 기념하고자 선진리성을 공원으로 조성하며 천여 그루의 벚나무를 심었다고 합니다.



그러니 이곳 선진리성의 벚꽃은 100년이나 되었습니다. 꽤 오래되었죠. 벚나무의 평균 수명은 60여 년이라고 합니다. 지금은 사람의 수명이 늘어 100세 시대를 살고 있지만 벚나무는 오래전부터 우리 인간과 비슷한 삶을 살고 있습니다. 벚나무 또한 수령이 30년 정도 되었을 경우 가장 아름답게 꽃을 피운다고 합니다. 우리의 인생과 비슷하죠. 



선진리성의 벚나무들은 우리의 인생과 비교하면 황혼기입니다. 그렇게 생각하고 선진리성의 벚꽃을 바라보니 전혀 다른 느낌으로 꽃이 보였습니다. 생각해 보세요. 어쩌면 올해가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면서 온 힘을 다해 꽃을 피운 것은 아닐까요. 실제로 선진리성의 벚나무를 보면 아픔의 상처를 볼 수 있습니다. 예전에 비해 그 세력이 많이 약해진 것도 사실입니다.



수령이 5년 또는 10년이 된 벚나무를 옮겨 심더라도 그 꽃이 세력을 나타내기까지는 20년이라는 시간이 더 필요합니다. 어쩌면 앞으로 당분간은 선진리성의 예전 모습을 보는 것이 어려울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올해 벚꽃이 피었을 때 그 모습을 담아 두고 싶었습니다. 




작년에도 같은 생각을 했습니다. '어떻게 하면 선진리성의 벚꽃을 다 담을 수 있을까?' 방법은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것입니다. 드론을 이용하면 가능합니다. 방법을 찾았습니다. 문제는 선진리성은 사천공항에서 반경 9.3 Km 이내의 관제권역이라 드론을 날리기 위해서는 사전에 비행허가 및 촬영허가를 득해야 합니다. 작년부터 APS(원스탑 민원처리 시스템)을 비행허가 및 촬영허가를 신청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다만 사천공항은 군사공항이라 별도로 3훈비를 통해서 비행허가를 얻어야 했습니다. 작년에는 그 절차를 파악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려 벚꽃의 만개 시기가 지나고 나서야 비행허가를 얻었습니다.



실수는 한 번으로 족합니다. 올해는 축제 기간은 3월 30일 ~ 31일(2일간)에 맞춰서 비행허가와 촬영허가를 얻었습니다. 게다가 벚꽃축제 일정도 벚꽃이 만개한 시점과 일치했습니다. 축제기간에는 미세먼지도 세력이 약해져서 시야도 충분히 확보가 되었습니다. 다만 꽃샘추위와 바람이 문제가 되었지만 드론을 날리는데 문제가 있을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3월 30일 토요일 비가 내린다는 일기예보가 있었으나 새벽에 잠깐 내린 비가 전부였고 낮에는 날씨가 좋았습니다. 오전에는 다른 일정이 있어서 드론을 띄우지 못했고 오후에 일정을 마치고 드론을 챙겨서 선진리성으로 향했습니다. 관제센터에 연락을 취하고 드론을 띄우기까지 모든 상황이 좋았습니다. 그런데 드론을 띄우고 채 10분이 지나지 않아서 경고음을 울렸습니다. 기체 배터리를 3개 모두 완전히 충전해서 나왔으나 조종기의 배터리를 체크하지 않았습니다. 사람들이 많기에 어쩔 수 없이 기체를 내렸습니다. 다음날을 기약했습니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일찍 선진리성을 다시 찾았습니다. 비행과 촬영 허가는 이날밖에 없습니다. 모든 상황을 꼼꼼히 점검하고 관제센터와 보안담당자에게 연락을 취하고 드론을 띄웠습니다. 그리고 촬영된 사진과 영상들입니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선진리성의 벚꽃은 역사적으로도 의미가 있고 또한 우리의 인생과 비교했을 때 황혼기를 넘긴 벚나무들이 사력을 다해 피운 꽃이라는 것을 생각하고 꽃을 감상해 보세요. 다른 느낌입니다. 아쉬운 것은 너무도 쉽게 벚나무 꽃가지를 꺾어서 손에 쥐고 다니는 분들이 많다는 것입니다. 안타까웠습니다. 이곳 선진성의 벚나무에 대한 사연을 알았더라면 쉽게 손이 가지 않았겠죠. 마지막 바람은 이곳 선진리성에 벚나무들이 보강되고 늙은 나무들은 뽑아내지 않고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관리해서 다시 예전처럼 벚꽃으로 하늘을 가릴 수 있는 곳이 되었으면 합니다.



드론으로 촬영한 영상 중 일부만 우선 간략하게 컷 편집을 수행하고 가수 김혜진 씨의 '선진성 벚꽃길'이란 노래를 입혀서 영상을 제작해 보았습니다. 



혹 바쁜 일정으로 선진리성 벚꽃을 놓치고 이 봄을 보냈다면 아래 그림을 클릭해 보세요. 아래 이미지를 개별로 사진을 촬영 후 360˚ Panorama Image로 편집한 이미지입니다. 다만 블로그에서 뷰어를 지원하지 않기에 이미지를 클릭하면 하늘에서 벚꽃이 활짝핀 선진리성을 볼 수 있습니다.


선진리성 행성샷


선진리성 360˚ Panorama


하나 더 팁으로 알려드립니다. 벚꽃은 만개한 상태도 좋지만 벚꽃이 바람에 흩날리는 모습이 더 아름답습니다. 지금 선진리성을 방문하면 더 아름다운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