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ing Story

#0281 - 박경리 대하소설 토지, 1부 1권

하나모자란천사 2019. 3. 29. 09:23

 2019년 책 100권 읽기 스물아홉 번째 책입니다


때가 되었다. 기회가 주어졌다. 이때를 놓치면 안 된다. 박경리 작가의 대하소설 토지를 읽어야겠다고 생각을 했다. 언젠가 한 번은 읽어야 할 소설이다. 나에게는 이 소설을 읽어야만 하는 사명과 같은 것이 있다. 남들과 다른 사명이다. 아내의 이름이 작가와 동명인 박경리다. 그 이름 때문이라도 나는 이 소설을 읽어야 한다. 지금까지는 소설을 멀리했다. 소설보다는 자기 계발서 또는 기술서 위주로 읽었다. 살면서 나에게 필요한 지식을 얻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생각이 바뀌었다. 불혹을 넘기면서 인문학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인문학에 관심을 가지고 고전을 하나씩 읽었다. 무라카미 하루키 작가의 책도 읽었고, 최근에 출시되는 소설도 가끔 읽는다. 토지를 읽어야겠다고 생각하게 된 것은 유시민 작가의 영향이 크다. 방송에서 유시민 작가가 소설 토지에 대해 언급하면서 꼭 읽어야겠다고 생각을 했다. 그러나 선뜻 토지를 읽을 수 없었다. 아직 토지를 읽을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무엇보다 5부로 25편으로 구성된 대작이라 접근하기가 부담스러웠다. 그러나 때가 되었다는 것을 알았다. 나에게 열흘의 시간이 주어졌다. 그 시간에 의미 있는 것을 하고 싶었다. 소설 토지를 읽기 시작했다.




우선 1부를 먼저 읽자고 생각했다. 1부는 시대적으로는 1897년부터 1907년까지다. 소설의 배경은 경상도 하동 평사리이다. 주된 이야기는 양반 가정인 최참판댁과 농민 가정인 이용의 집의 인물들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가 된다. 시대적으로 보자면 1894년 동학농민운동이 일어난 직후부터 1905년 을사늑약 체결 이후까지다. 독서노트를 정리하고 있는 지금은 1부를 다 읽고 2부를 읽고 있는 시점이다. 그래서 1부 1권의 내용이 아닌 1부의 전체적인 맥락에서 내용을 정리하고 있다.



1부는 1996년 9월부터 1973년 6월까지 작가가 글을 썼다. 토지를 읽으면서 박경리 작가 또한 많은 책을 읽은 다독가였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글을 쓰는 사람들의 공통적인 특징이다. 본문이 아니라 작가의 서문을 읽으며 박경리 작가의 다독을 엿볼 수 있었다. 글을 쓰는 이들은 많이 읽는 것으로 끝내는 것이 아니라 작가의 관점에서 내용을 해석한다. 아직 나는 그 정도의 스킬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아직 더 많이 읽어야 한다. 작가는 1부를 집필하는 중간인 1971년 8월에 유방암 수술을 받았다. 당시의 의료 수준을 생각한다면 죽음을 생각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작가는 글 쓰는 것이 삶의 터전이라 생각했다.


목숨이 있는 이상 나는 또 글을 쓰지 않을 수 없었고, 보름 만에 퇴원한 그날부터 가슴에 붕대를 감은 채 '토지' 원고를 작성했다.




이제 1부 1권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1부의 주무대는 하동 평사리다. 최참판댁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최참판댁이 주무대이지만 실질적인 이야기는 지리산을 배경으로 한다. 민족의 한이 서려 있는 지리산이다. 오랜 옛적부터 지리산은 사람들의 한과 슬픔을 함께 해 왔으며, 핍박받고 가난하고 쫓기는 사람, 각기 사연을 안고 숨어드는 생명들을 산은 넓은 품으로 싸안았고 동족상쟁으로 피 흐르는 곳이다.



나는 사람들의 이름을 잘 기억하지 못한다. 그러한 특징은 소설을 읽을 때도 나타난다. 그래서 소설을 읽을 때 새로운 인물이 등장하면 인물들의 관계를 위 사진과 같이 정리한다. 소설 토지를 읽을 때는 이런 작업이 꼭 필요하다. 5부까지 약 600명의 인물이 등장한다고 한다. 


그래도 소설의 중심은 최서희가 이끌어 간다. 1부, 1편, 1장에서 서희를 가장 먼저 소개하고, 길상도 등장을 한다. 1부에서 이들이 중심인물은 아니지만 1부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이들이 중심이 되기 때문에 이들을 먼저 등장시킨 것이라 생각한다.


1부 1권은 1편과 2편의 일부를 포함하고 있다. 1편은 '어둠의 발소리'라는 제목을 가지고 있다. 최참판댁에 닥칠 어둠의 상황을 암시하고 있는 제목이라 생각한다. 구천(김환), 귀녀, 김평산, 칠성 등이 가져올 사건들에 대한 이야기다. 2편은 '추적과 음모'라는 제목이다. 최참판댁의 윤씨부인의 비밀이 드러나고 구천(김환)이 최서희의 어머니인 별당 아씨와 도주하는 내용까지다.


처음 책을 읽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책을 읽은 이후로 다른 책을 잡을 수 없었다. 각 권당 400페이지가 넘는 분량이고, 한꺼번에 많은 인물들이 등장하여 책 읽는 속도가 느렸지만 재미가 있었다. 1부 1권을 내려놓고 바로 2권을 읽었다. 책에 대한 전체적인 내용은 소설을 다 읽고 나서 정리해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