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ily Life

가족과 함께 저녁 식사를 하는 즐거움 - (2) 봄 냄새 가득한 푸성귀

하나모자란천사 2019. 3. 13. 16:16

퇴근이 가까운 시간 아내에게서 한 통의 문자가 왔다. 왠지 싸한 느낌이 있어서 회사 식당에서 저녁을 먹지 않았다. 함께한 시간 때문일까? 가끔 그런 싸한 느낌은 적중한다. 함께 저녁을 먹자며 톡으로 사진을 보내왔다. 오징어 튀김이다. 냉이도 튀긴 모양이다. 특별히 바쁜 일이 없어서 정리를 하고 퇴근을 했다. 맞춰서 들어간다고 회신을 하지도 않았는데 기다리고 있다. 오늘은 멀리서도 서로 교감이 통하는 그런 날이다. 식탁을 살펴보았다. 역시나 푸성귀가 넘쳐난다. 나를 위한 식단이다. 고혈압 때문에 고기보다는 풀 위주로 식단을 챙긴다. 그렇다고 고기를 안 먹는 것은 아니다. 밖에서 충분히 고기를 많이 먹고 다니니 적어도 집에서만큼은 고기를 먹지 말라는 뜻이다. 집에서는 내가 없을 때 고기반찬을 먹는다. 기본 룰이지만 잘 지켜지지 않는다. 




씻고 식탁에 앉았다. 큰 녀석은 때가 되면 하던 일을 멈추고 알아서 식탁으로 온다. 작은 녀석은 힘들다. 오늘은 몇 번을 불러야 올려나. 아내의 손이 빨라졌다. 예전에 이 정도 찬을 올리려고 하면 점심때부터 준비를 했어야 했다. 오징어 튀김, 냉이 튀김, 과일 샐러드, 바지락을 넣은 냉이·쑥 된장국, 미나리나물, 파김치, 배추 겉절이, 머위나물무침, 깻잎김치, 나박김치, 고추까지 열 가지가 넘는 반찬이다.



역시나 몇 번을 불러도 대답 없는 둘째다. 밥 생각이 없나 보다. 아내와 나는 밥때에 오지 않는 녀석을 억지로 먹이지 않기로 했다. 대신 나중에 따로 밥을 챙겨주지 않는다. 큰 아이와 함께 먼저 밥을 먹었다.



가장 먼저 냉이·쑥 된장국을 먹었다. 봄내음이 가득하다. 게다가 바지락으로 국물을 우려 시원하기까지 하다. 예전에는 된장국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어머니는 나의 어릴 적 입맛만을 기억한다. 그래서 늘 걱정이다. 내 입맛이 바뀐 것을 알지 못한다. 




다음은 미나리 나물이다. 요즘은 미나리를 먹지만 한동안 미나리를 먹지 못했다. 원래부터 못 먹었던 것은 아니다. 미나리 때문에 김밥도 먹지 못했다. 대학을 다닐 때까지 그랬다. 어릴 적 김밥과 미나리에 대한 아픈 상처가 있다. 아마 초등학교 4학년쯤으로 기억한다. 부산에 사는 큰고모님이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이장한 산소를 찾지 못하겠다면 기다렸다가 같이 가자고 했는데, 부산 터미널에서 김밥을 사 가지고 왔는데 더운 여름이라 김밥이 상했던 것이다. 모르고 먹었는데 두드러기와 식중독 증상이 심해서 병원에 입원을 했었다. 이후로 미나리도 김밥도 먹지 않았다. 이후 고등학교까지 소풍을 갈 때도 나는 김밥이 아닌 맨밥을 도시락으로 싸갔다. 그 때문에 내가 아주 가난하게 사는 줄 오해한 친구도 있었다. 대학에 가고서야 다시 김밥도 먹었고, 미나리도 먹었다. 



냉이 튀김이다. 처음 먹어 본다. 아내도 처음이라고 했다. 요즘은 집밥 백 선생 때문에 처음 시도하는 요리가 많다. 그런데 방송에서 백 선생은 정작 본인의 레시피가 아님에도 본인의 이름으로 나도는 것이 많다고 했다.



머위 나물이다. 쌉싸름한 맛이 식욕을 돋운다. 처음이 어렵지 먹다 보면 자꾸 손이 가는 반찬이다.



파김치다. 내가 좋아하는 반찬이다. 냄새 때문에 저녁에만 먹는다. 어머니가 맛있게 잘 담그는데 내가 좋아하니 요즘은 아내가 직접 담근다. 맛있다. 이렇게 봄내음이 가득한 저녁상으로 맛있는 저녁을 먹었다. 행복이 뭐 별거 있는가. 이렇게 작은 것에서 행복을 느끼 수 있으면 된다. 중요한 것은 내 기준이다. 남들의 기준에 맞추면 절대 행복을 느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