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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라면을 아시나요? 농협에서 한강라면을 먹는 사연...

하나모자란천사 2019. 3. 11. 10:27

면요리를 좋아한다. 특히나 국수를 좋아하죠. 가끔 아내에게 '그 대충 국수 한 그릇 말아서 주세요'라고 말하면 아내가 내 말을 받아친다. '그 대충 한 그릇 마는 국수가 어딨냐'라고 국수가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이라고 투덜 된다. 그럼 내가 선택하는 대안은 라면이다. 그런데 이제는 라면도 마음대로 먹을 수 없다. 집에는 라면이 없다. 뭐라 할 말이 없다. 원인 제공자가 나이기 때문이다. 혈압이 문제다. 아직 위험 수준은 아니다. 약을 복용해야 하는 수준도 아니다. 딱 커트라인이다. 문제는 계속 이 상태가 유지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아내가 저염식과 맵고 자극적인 음식은 없앴다. 문제는 그중에 내가 좋아하는 라면도 포함이 된다는 것이다. 나를 닮아서 아이들도 라면을 좋아하는데 아이들까지도 나 때문에 라면을 먹지 못하게 된 것이 미안할 뿐이다.




아내에겐 비밀이지만 나는 가끔 라면을 먹을 수 있다. 회사에서 점심과 저녁을 먹는데 식사 시간에 최대한 늦게 식당으로 간다. 어떤 날은 밥이나 반찬이 부족해서 미안하다며 라면을 끓여준다. 고마울 따름이다. 미안해할 필요가 없다고 말하고 싶다. 문제는 아이들이다. 나 때문에 라면을 먹지 못하게 돼서 미안할 뿐이다. 아내 몰래 라면을 먹을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하다. 



주말 아이들에 데리고 산책을 나간다. 아내도 좋아한다. 아빠와 아이가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한데 회사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고, 집에서도 바쁘게 지내기에 아이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부족하다. 아내는 아들은 아빠와 함께 보내는 시간이 필요하다며 나에게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낼 것을 요구한다. 그런데 내가 먼저 아이들을 데리고 산책을 나간다고 하니 얼마나 좋아하겠는가? 눈치 없는 둘째 녀석은 컴퓨터를 한다고 따라나서지 않았다. 어쩔 수 없다. 아내가 따라붙으면 안 된다. 단순히 산책을 즐기러 나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라면을 먹기 위한 산책이다. 사진을 보면서 아이의 표정을 봤다. 너무 좋아라 한다. 얼굴에 웃음이 가득하다.




죽천강을 따라 산책을 즐긴다. 그리고 산책의 마지막 코스는 사남 농협 미니 편의점이다. 그곳에 가면 한강라면 자판기가 있기 때문이다. 나는 한강라면이 뭔지 몰랐다. 아내와 큰 아이가 나를 놀렸다. 나는 그런 라면 브랜드가 있는 줄 알았다. 아니란다. 한강에 가면 라면 자판기가 있다고 한다. 그렇게 한강 둔치에서 찬 바람맞으며 끓여 먹는 라면이 한강라면이란다. 그 한강라면 자판기가 사남 농협 미니 편의점에 있다. 아이와 각자 먹고 싶은 라면을 골라서 자판기에서 라면을 끓여 먹었다. 아내는 모른다. 비밀이다.



큰 아이는 엄마의 식성을 닮아서 꼬들꼬들한 면을 좋아하고 나는 퍼지기 직전의 면상태를 좋아한다. 참고로 한강라면은 냄비 뚜껑 없이 높은 온도에서 빠르게 끓이기 때문에 면이 꼬들꼬들하다. 그래서 나는 시간을 조금 더 사용해서 더 끓였다.



아들과 둘이서 하나의 추억을 더했다. 아내 몰래 먹는 라면이라 더 맛있다. 한강라면 앞으로도 가끔 라면 생각이 나면 아들과 함께 몰래 나와서 먹을 것 같다. 누가 이런 자판기를 개발했는지 몰라도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