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한 편을 보았다.
정말 오래간만에 보는 연극이다.
종종 이런 문화생활을 누리고 싶지만 쉽지 않다.
그래도 오늘은 특별히 시간을 내었다.
이번 연극은 사천시 주최로 사천문화재단 주관의 기획공연이다.
사천 문화재단에서 이 연극에 대해 일찍부터 홍보를 많이 했다.
빨간색의 전단지에 선글라스를 낀 아가씨가 나를 노려보고 있다.
그리고 나에게 던지는 말 한마디는
'그녀를 믿지 마세요'라는 말이다.
이 연극의 제목이다. 그런데 왜 그녀를 믿지 말라는 것일까?
궁금증 때문에 연극을 보고 싶었다.
퇴근 후 가볍게 국수 한 그릇으로 허기를 채우고 사천시 문화예술회관으로 달려왔다.
연극은 저녁 7시 30분부터 시작하기에 아직 시간적인 여유는 있었다.
신년 음악회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다.
춥지 않았다. 포근함이 느껴져서 좀 더 주변을 거닐었다.
어느 순간 나의 주변을 서성이는 그림자가 있다.
무서웠다.
그러나 심심하다고 같아 놀아 달라는 길냥이다.
녀석은 나를 보고 '너 누구 냥이?'라고 묻는 것 같다.
시간에 맞춰 많은 사람들이 몰려왔다.
나도 예술회관으로 들어갔다.
입구에서 티켓을 받고 잠깐 주변을 둘러보았다.
사천시와 문화재단에서는 올해도 다양한 문화행사를 기획하고 있다.
이 연극 이후 3월에는 제37회 경상남도 연극제가 이곳 사천에서 열린다.
장소는 사천문화예술회관과, 사천문화원이다.
이 행사와 관련된 내용은 다음에 포스팅할 예정이다.
입구에 포토존이 세워졌다.
아직 연극이 시작하려면 시간이 좀 더 남았다.
그 시간을 이용해서 기념 컷을 남기는 이들이 많았다.
사진은 좋은 추억이다.
배정된 자리는 2층 앞에서 세 번째 열이다.
나쁘지 않은 곳이다.
연극을 시작하기 전 무대를 배경으로 사진 몇 컷을 찍었다.
아직 시작까지 10분 정도 시간이 남아서 2층은 빈자리가 많았다.
드디어 연극이 시작되었다.
주인공으로 보이는 그녀다.
수수한 옷차림에 뿔테 안경까지 그녀는 딱 만화 주인공 영심이 캐릭터다.
그런데 왜 그런 그녀를 믿지 말라는 것일까?
믿지 말라고 하지만 믿고 싶은 그녀의 이름은 김준희다.
천방지축 사고뭉치 그녀는 2년간 짝사랑 해온 차명석에게 고백을 위해
사랑을 이루어 주는 회사 로멘틱 컴퍼니를 찾아간다.
흰색 셔츠를 입은 이가 로멘틱 컴퍼니의 사장 강태범이다.
그는 자신의 사랑에 대한 상처 때문에 그녀의 의뢰를 거부하지만,
그녀의 간절한 마음을 알고는 의뢰를 받아들인다.
그리고, 저 뒤에 파란 티를 입고 있는 어리바리 하게 보이는 이
그가 이 연극의 감초다.
차명석에 대한 치밀한 조사를 끝내고 작전을 수행한다.
세상 모든 일이 진행되면 얼마나 좋겠는가?
철저한 계획 덕분에 상황이 순조롭게 풀릴 것 같았지만 어리바리한 작전요원 고대로와 천방지축 김준희로 인해 계획적으로 접근했던 것이 차명석에게 들키게 된다.
그녀의 간절함을 알았기에 이번에는 강태범 그가 직접 나선다. 결국 차명석의 마음을 그녀에게로 돌리는 데 성공한다.
다시 한번 철저한 작전으로 준희와 명석은 급속도로 친해지게 된다.
그리고, 고백의 순간... 준비는 사랑을 차지할 수 있을까?
마지막 궁금증은 직접 이 연극을 보면 된다.
이 연극의 마지막에는 영화 '식스센스' 급의 반전이 숨어 있다.
힌트를 드리자면 위 두 장의 사진을 자세히 봐야 한다.
하나. 그녀는 지금 누구의 품에 있는가?
둘. 저 양복을 입은 신사가 설마 어리바리 작전요원 고대로?
연극이 끝나고 텅 빈 무대만 남았다.
아쉬움에 텅 빈 무대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었다.
무대에 새겨진 글자는 '그녀를 믿지 마세요'라는 연극의 제목이다.
도대체 왜 처음부터 끝까지 그녀를 믿지 말라는 것일까?
그 해답은 연극을 봐야 알 수 있다.
연극이 끝나고 난 후...
갑자기 영화 '친구'에 삽입되었던 노래가 생각났다.
연극이 끝나고 난 뒤
혼자서 객석에 남아
조명이 꺼진 무대를 본 적이 있나요
음악소리도 분주히 돌아가던 세트도
이젠 다 멈춘 채 무대 위에
정적만이 남아있죠
어둠만이 흐르고 있죠
배우는 무대 옷을 입고
노래하며 춤추고
불빛은 배우를 따라서
바삐 돌아가지만
끝나면 모두들 떠나버리고
무대 위에 정적만이 남아있죠
어둠만이 흐르고 있죠
연극이 끝나고 난 뒤
혼자서 무대에 남아
아무도 없는 객석을
본 적이 있나요
힘찬 박수도 뜨겁던 관객의 찬사도
이젠 다 사라져
객석에는 정적만이 남아있죠
책망만이 흐르고 있죠
관객은 열띤 연기를 보고
때론 울고 웃으며
자신이 주인공이 된 듯
착각도 하지만
끝나면 모두들 떠나버리고
객석에는 정적만이 남아있죠
어둠만이 흐르고 있죠
정적만이 남아있죠
어둠만이 흐르고 있죠
그러나 연극 '그녀를 믿지 마세요'가 끝나고 난 후에는
정적만이 남아있고, 어둠만이 흐르고 있지 않았다.
배우들과 함께 포토존에서 기념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재미있는 연극이었던 만큼 배우들과 함께 좋은 추억을 만들고자
꽤 긴 줄이 있었다.
그리고, 이 행사를 주관한 사천시 문화재단 관계자 분들과 배우들이 마지막 기념촬영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