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0월 27일 금요일 밤 드디어 tvN에서 알쓸신잡(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 시즌 2 첫회가 방영되었습니다. 시즌 1을 너무나 재미있게 보았습니다. 때문에 이 프로그램이 끝난다고 했을 때 너무 아쉬웠습니다. 서로 다른 분야의 사람들이 모여서 대화를 나눈다는 게 쉬운 것이 아닙니다. 저는 그 사실을 대학 시절에 깨우쳤습니다. 대학시절 누구나 미팅이란 것을 한 번쯤 경험을 했을 겁니다. 미팅 때 마음에 드는 애가 있었고 몇 차례 더 만남을 가졌습니다. 그런데 만남을 가질수록 더 멀어지는 이유가 서로가 얘기를 나눌 때 공통점이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공대를 다녔던 나는 특히나 그 시절 컴퓨터에 빠져 있던 나의 이야기의 소재는 당연 컴퓨터였고, 그녀는 교육학과를 다니고 있어서 교육 또는 아이들과 관련된 이야기를 좋아했습니다. 사람이 오랫동안 지내면서 가까워지기 위해서는 얘기를 나누면서 '정'이라는 게 더해져야 하는데 그것이 안 되었으니 관계가 가까워질 수 없었죠.
그때의 영향으로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기 시작했던 것 같습니다. 군대를 다녀온 이후에는 졸업을 위한 최소한의 전공수업 외에 역사학, 신문방송학과 외에도 인문학과에 개설된 다양한 교양과목까지 수업을 들었습니다. 학과 친구들 중에는 나를 타과생으로 아는 친구도 있었습니다. 나쁘지 않았습니다. 저에게는 오히려 사고를 넓히는데 좋은 기회였다고 생각을 합니다.
그런데 알쓸신잡에서는 서로 다른 분야의 전문가들이 나와서 썰(얘기)을 풀어갑니다. 경영학을 전공했으나 정치가의 길을 걷다가 작가의 길을 걷고 있는 유시민 작가, 서울대 작곡가를 졸업하고 대중 음악가의 길을 걷다가 방송인으로 활동하고 있는 유희열,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 선생, 소설가 김영하 작가, 뇌과학자 정재승 교수까지... 모든 서로 다른 분야의 사람들이 만나서 함께 여행을 떠납니다. 이들의 조합으로 보면 방송이 그리 재미있을 것 같지가 않습니다. 그런데 알쓸신잡 시즌 1을 우연히 보게 되었다가 이 프로그램의 재미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이유가 뭘까요? 원래 이런 종류의 프로그램을 좋아했었던 것 같네요. 예전에 KBS에서 일요일에 방송했던 '궁금한 일요일 장영실 쇼'라는 프로그램을 놓치지 않고 보았죠. 그 프로그램도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나와서 과학이라는 어려울 수 있는 주제를 재미있게 이야기를 나누면서 쉽게 풀어 주었습니다. 그런데 그 프로그램의 패널들은 대부분 과학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정재승 교수도 그 프로그램을 통해서 알게 되었었죠.
이들은 전혀 연관성이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풀어나가는 이야기를 듣다 보면 재미가 있습니다. 그리고 전혀 연관이 없는 분야에서 이야기의 맥이 끊어지지 않고 썰을 풀어나가는 것을 보면 재미가 있습니다. 이 프로그램의 주된 소재는 여행입니다. 매주 한 지역을 정해서 그 지역의 먹거리, 볼거리, 즐길거리, 문화, 역사, 인물 등을 소개합니다.
여행을 좋아합니다. 아마도 대학시절 유스호스텔이라는 여행 동아리 활동의 영향이 큰 것 같습니다. 그때 이후로 지금도 가끔 가족들과 가까운 곳이라도 여행을 다녀오려고 합니다. 대한민국의 그렇게 큰 땅이 아니지만 곳곳에 다닐만한 곳이 많습니다. 그리고 예전과 달리 각 지역에서도 특산물과 문화를 상품화해서 다양한 축제들이 생겨나서 먹거리와 볼거리 그리고 즐길거리가 많아졌습니다.
그러나 같은 축제도 한두 번이라야 흥미가 있죠. 계속 여행을 다니다 보면 뭔가 부족함을 느꼈는데 바로 이 프로그램 '알쓸신잡'이 그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통영이 거주하고 있는 사천과 가까워 몇 차례 다녀왔지만 알쓸신잡을 보기 전 통영을 여행했을 때와 알쓸신잡을 보고 난 이후 통영을 여행했을 때는 전혀 다른 느낌이었습니다. 알쓸신잡을 보고 방송에서 소개된 곳을 여행한 경험을 한 분들이 있다면 저와 비슷한 생각을 할 것 같습니다.
이제 시즌 2 얘기를 시작해 볼까요. 시즌 2에서는 김영하 작가와 정재승 교수가 빠지고 새로운 인물이 합류했습니다. 궁금했습니다. 알쓸신잡에서 김영하 작가를 알게 되었고, 최근에 영화로 만들어진 그의 소설 '살인자의 기억'법을 읽었습니다. 사실 제일 아쉬운 부분이 김영하 작가의 하차입니다. 김영하 작가에 대해 좀 더 알고 싶은데 이제 조금 그에 대해 알았는데 하차를 하니 아쉬움이 큽니다. 그에 대해서는 그의 다른 소설을 통해 알아 가려고 합니다.
두 사람이 하차하고 새롭게 두 사람이 합류를 했습니다. 김영하 작가의 공백을 채우는 분은 건축가 유현준 교수입니다. 유시민 작가의 표현을 빌리면 학벌 깡패라고 합니다. 하버드와 MIT를 거쳤다고 합니다. 처음 이름을 보고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를 기록했던 유홍준 교수로 알았습니다. 그런데 좀 젊어서 이상하게 생각했는데 자세히 보니 유현준 교수이네요. 그의 내공은 시즌 2 첫회를 보고 충분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한 분야를 통달하게 되면 그 분야를 통해서 다른 부분가지 유추하고 해석할 수 있는 식견을 갖게 되는 것 같습니다. 첫회 방송분에서 유현준 교수는 오래된 가택을 보고 인류사의 다양한 부분과 집안의 내력을 읽어 내는 신기한 능력을 보입니다.
예전에 인구학을 전공한 조영태 교수가 인구학을 통해서 미래를 예측하고 오늘날의 사회 문제와 앞으로의 사회문제를 바라보는 식견을 보고 놀랬는데 한 분야에서 그루의 경지에 오른 이들의 공통적인 특징인가 봅니다.
정재승 교수를 이어서 나오는 분은 젊은 과학자이네요. 뇌과학자 장동선이라고 합니다. 독일서 태어났고 고등학교는 국내에서 대학은 다시 독일에서 마치고 다들 피할 수 있는 군대도 마쳤다고 합니다. 장박사는 독일판 알쓸신잡과 같은 프로그램에서 유명인사라고 하고, 또 독일에서 과학자 스피치에서 1위 세계 과학자 스피치에서 9위를 했다고 합니다. 뿐만 아니라 피아노까지 잘 친다고 하네요.
안동으로 향하는 버스에서 유희열이 알쓸신잡 입단 테스트를 실시합니다. 첫 번째 요건은 앉은자리에서 10시간 수다를 떨어본 적 있나?라는 것입니다. 어떠한 대답이 나왔을까요? 방송을 보시면 됩니다.
두 번째 알쓸 입단 테스트는 맛집 선택 철학이 있는가?입니다. 이에 대한 대답은 방송에서 그렇게 시원하게 보여주지 않습니다.
알쓸신잡 시즌 2의 조합입니다. 이들의 첫 여행지는 경북 안동입니다. 오랜 역사가 있는 곳, 서해 류성룡과 퇴계 이황을 배출한 곳, 낙동강이 굽이 흐르는 하회마을로 유명하고, 안동소주와 간고등어로 유명한 곳입니다. 방송에서는 제가 몰랐던 헛제삿밥에 대해서 알려줍니다. 그리고 병산서원과 도산서원의 건축에 담긴 이야기도 들려줍니다.
제가 알쓸싲잡을 좋아하는 주된 이유는 유시민 작가입니다. 말 그대로 잡학에 두루 식견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선 그의 독서량을 가늠할 수 없습니다. 부럽습니다. 그렇게 되고 싶습니다. 그의 책을 보면 그가 아는 것을 다른 이들에게 많이 전하고 싶어 하는 마음을 읽을 수 있습니다.
썰전에서 그의 활약을 보고 있습니다. 글 쓰는 것에 이어 말하는 것도 직업에 어울릴 것 같은 유시민 작가입니다. 그의 책을 모두 읽으려 합니다. 올해 그의 책 3권을 읽었습니다. 그의 책에서는 특정 주제가 없습니다. 읽다 보면 다 나옵니다. 그래서 읽고 나면 많은 것을 알게 되었는데 특별히 기억에 남는 것을 뽑아내기가 어렵습니다. 요즘은 그런 책이 좋습니다. 아마도 채사장의 지대넓얕의 영향도 받은 것 같습니다. 암튼 시즌 2 첫 회를 재미있게 보았습니다. 앞으로 많은 기대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