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은 독서의 계절. 맞습니다. 그러나 가을은 등산하기에도 좋은 계절입니다. 이제 9월도 중순에 접어들었고 조금 있으면 단풍 구경으로 전국의 명산들이 떠들썩하게 생겼습니다. 다시 가족과 함께 하는 등산을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지난주 오래된 등산화로 인해 미끄러지고 구르는 사고를 당했습니다. 다행스럽게도 등에 메고 있는 드론 가방으로 인해 추가로 굴러 벼랑으로 떨어지는 것은 모면할 수 있었습니다. 한동안 가벼운 산행만 해서 트레킹화로 산행을 하다가 나름 돌도 많고 험준한 곳이라 오랫동안 묵혀두었던 등산화를 꺼내 신었는데 산행 도중에 등산화 밑창이 떨어져 나가 버렸습니다. 나 때문에 가족 모두가 도중에 산행을 포기하기 좀 그래서 조심해서 정상까지 오르는데 문제는 없었으나 하산 시에 결국 바위에서 미끄러져 구르는 사고를 당했습니다.
산을 오를 때 무엇보다 가장 중요하게 살펴야 하는 장비가 '등산화'라는 것을 알면서도 너무도 무사안일했던 것 같습니다. 하산하는 동안 발가락 끝에서부터 허리까지 온 힘을 다해 주의해서 걸었지만 몇 번 더 미끄러지고 넘어지고 나서야 기본인 등산화의 중요성에 대해 온전히 깨우칩니다. 집에 돌아와서 확인하니 아내의 신발도 밑창이 분리되기 직전이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내 등산화도 아내의 등산화도 10년이 훨씬 넘겨 20년이 다 되었네요. 이번 교훈으로 오래된 등산화 바로 처분했습니다. 고민할 필요도 없었습니다. 버리는 것은 고민할 것도 없었는데 새로 구입하는 것은 어렵네요. 퇴근 후 아내랑 둘이서 컴퓨터 모니터 앞에서 거의 2시간 동안 이것저것 다양한 살펴보다 결국 선택한 제품이 블랙야크 알파젯 GTX 모델입니다. 신상은 아니고요. 이월 상품입니다. 제품은 2015년도 하반기에 신상으로 출시된 제품이네요. 출시 당시는 켤레당 30만 원에 육박했던 제품이고 지금은 이월 상품이라 절반인 15~20만 원 수준에 가격이 형성되어 있습니다.
아내랑 둘이서 앉아서 처음 고민한 것은 트레킹화냐 아니면 경등산화냐였습니다. 아무래도 이제 성큼 다가왔고 단풍 시즌에 산행을 위해서는 트레킹화보다는 오래된 경등산화를 대체할 경등산화가 필요하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무엇보다 트레킹화는 발목이 없어서 겨울 산행용으로 부적합하기에 4계절을 커버할 수 있는 경등산화로 정했습니다.
이제 가격대와 필요한 기능을 어디까지로 할 것인가를 고민했습니다. 일단 4계절용으로 선택을 하다 보니 방수·투습은 기본이 되어야 하므로 고어텍스 원단이 적용이 되고, 등산 시 등산화 끈이 자주 풀리는 것이 귀찮아서 보아 시스템이 적용된 등산화로 정했습니다.
경등산화 > 방수·투습 지원되는 고어텍스 원단 > 보아 시스템(신발 끈)까지 해결이 되었습니다. 이제 가격대입니다. 최근에 소비가 좀 많아서 켤레당 5~10만 원선에서 구입하는 것으로 얘기가 되었는데 일단 아내는 K2 제품에서 만족하는 제품을 찾았지만 남성용은 최소 11만 원 정도가 되어야 그나마 맘에 드는 신발이 있네요.
그 사이 가능하면 같은 제조사에 같은 디자인으로 하고 싶다는 아내와 나의 공통된 의견을 반영하여 남여 공용으로 나온 디자인이라는 새로운 요구 조건을 적용하다 보니 선택지가 확 좁아졌습니다. 문제는 선택지가 좁아진 만큼 가격대가 올라갔습니다. 그리고 처음에는 K2 등산화를 구입하려 했는데 남여 공용으로 나온 신발 중에서 맘에 드는 디자인이 없었습니다.
그렇게 2시간여의 고민 끝에 최종 선정된 제품이 바로 블랙야크의 알파젯 GTX입니다.
구매 시 고려한 조건은
1. 경등산화
2. 방수·투습의 고어텍스 원단
3. 보아 시스템(신발 끈 처리)
4. 남여 공용 디자인
5. 브랜드 인지도
색상은 블랙, 블루, 레드가 있습니다. 처음에는 아내와 똑 같이 블랙으로 선택을 했다가(사실 처음 온라인에서 본 매장은 검은색 밖에 없었음) 갤러리아 백화점으로 구매처를 변경하니 옵션에서 색상을 선택할 수 있어서 저는 파란색으로 변경을 했습니다. 아내는 검은색이 좋다고 해서 검정색으로 했습니다.
신발은 주문하고 바로 다음날 택배로 도착을 했습니다. 아내가 빨리 왔다며 좋아하네요. 바로 박스를 뜯어서 등산화 상태를 확인해 봅니다. 만족합니다. 아내는 보아 시스템을 보며 신발끈을 묶지 않아도 되니 신기해하며 너무 좋아하네요.
신발 중량입니다. 남성용 270mm의 경우 575g입니다. 무겁지도 그렇다고 엄청 가볍지도 않습니다. 경등산화라는 것을 고려하면 가벼운 편에 속합니다.
여성용 230mm인 아내의 신발은 460g입니다. 크기에 따른 중량 차이입니다. 참고로 경등산화 남성용 265mm 중에서도 450g 정도 하는 가벼운 등산화도 있습니다. 문제는 100g 차이인데 가격은 심하게 차이가 납니다. 저는 100g의 무게를 인지할 정도로 민감한 다리가 아니라 이 정도의 무게에 충분히 만족합니다. 더 중요한 것은 신발 사이즈를 선택하는 것입니다. 통상 운동화보다 한 치수 큰 사이즈의 등산화를 선택하라고 합니다. 이유는 계절에 따라 신는 등산 양말을 두께를 고려하고 가까운 거리가 아니라 오래 걷기 때문에 약간 여유가 있어야 발의 피로가 덜하기 때문으로 통상 그렇게 권합니다. 저와 아내 모두 한 치수 크게 주문했는데 현명한 선택이었습니다.
다음은 보아 시스템입니다. 레버가 눌려진 상태에서 앞으로 돌리면 신발 끈이 조여집니다.
아래 그림에서와 같이 레버를 당기면 풀림 상태가 됩니다. 역 방향으로 돌릴 필요 없이 자동으로 끈이 풀립니다.
다음은 블랙야크라 자랑하는 VS SYSTEM입니다. 위 사진에서와 같이 발목에서부터 발바닥을 거쳐서 반대쪽 발목으로 이어지는 와이어 보이시죠. 느낌상 등산화가 내 발에 착 달라붙을 것 같아 보입니다.
'등산화는 많다. 그러나 VS SYSTEM은 오직 블랙야크에만 있다'는 광고 문구가 생각이 납니다.
제일 중요한 신발 밑창 부분입니다. 보기에는 튼튼해 보이고 미끄러짐도 잘 방지가 될 것 같습니다. 처음 구입할 때 말고는 잘 보지 않는 등산화 바닥이지만 지난 등산에서 미끄러짐 사고를 당하고 나니 등산화 바닥을 신경 써서 보게 되네요.
처음 이월 상품이라 말씀드렸죠? 이 상품이 2015년 9월 신상이라 제조일자는 2015년 7월에 만들어진 제품이네요. 중국에서 제조했는 줄 알았는데 베트남에서 제조한 신발이네요. 개인적으로 중국보다는 베트남을 더 좋아하고 신뢰합니다.
이제 가장 중요한 착용감입니다. 아내와 저 둘이서 누가 먼저라 할 것도 없이 등산화를 신고 거실을 거닐어 보았습니다. 발바닥 중간에 에어가 들어가 있는 느낌입니다. 그냥 신고 서 있을 때는 몰랐는데 한 걸음씩 거닐다 보면 에어가 발바닥을 마사지하는 느낌이 있습니다. 혹시 혼자만 느끼는 것을까하여 아내에게 물어보니 같은 느낌이라고 하네요. 이제 가을 단풍 시즌을 맞이하여 온 가족이 즐거운 마음으로 안전하게 산행을 즐길일만 남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