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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08 - 더 나은 세상을 찾아서, 최민식 사진에세이

하나모자란천사 2018. 8. 17. 09:45

 2018년 책 100권 읽기 아흔세 번째 책입니다.


좋은 책을 읽었다. 좋은 책이다. 그래서 2012 문화체육관광부 우수 교양도서로 선정되었다. 이 책을 읽고 사진가 최민식 그에 대해 궁금함을 가지게 되었다. 아마도 대한민국 1세대 사진가로 추측이 된다. 사진과 관련된 책을 계속 읽다 보니 몇 분의 대한민국 1세대 사진가를 알게 되었다. 일제시대와 6.25 전쟁의 시기를 겪고 그 시대부터 사진가의 길을 걸어간 이들을 대한민국 1세대 사진가로 한다. 더 자세한 것은 아직 모른다. 현재 내가 알고 있는 수준에서 그들에 대해 얘기할 수 있는 것은 여기까지다. 




이 책은 지난 주말 가족과 함께 사천 도서관에 들러서 책을 읽다가 마감 시간까지 다 읽지 못해 빌려온 책이다. 끝까지 다 읽고 싶은 책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사진 때문에 이 책을 선택했고, 읽었지만 사진도 좋았지만 그의 글과 문장이 더 좋았다. 책을 읽으면서 아마도 최민식 작가는 다양한 분야의 지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아 많은 책을 읽었으리라 생각했는데 역시나 독서광이다. 그가 독서광이라는 것은 그의 문장을 통해서도 그리고 이 책에 남긴 자신의 이야기를 통해서도 알 수 있다. 이 책을 읽고 인생과 삶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다.


누구에게나 똑같이 주어진 ‘인생’이라는 빈 그릇을 무엇으로 채우느냐이다. 삶에 의미 있는 것이 무엇일까? 이웃과 인류에 대한 봉사보다 더 귀한 인생의 의미가 어디 있겠는가?



이 책의 구성이 마음에 든다. 한 장의 사진 그리고 작가의 생각을 짧은 글로 담았다. 꼭 사진과 관련된 글은 아니라도 좋다. 사진에서 작은 연결점을 통해 우리의 인생을 이야기한다. 그래서 이 책이 좋다. 




작가의 사진은 모두 거리에서 찍은 사진이다. 1950년대부터 오늘날까지 우리의 삶이 녹아 있는 거리에서 찍은 사진들이다. 일부 해외에서 찍은 사진도 있지만 대부분 국내를 배경으로 한 사진이며 사진은 인물을 중심으로 촬영된 사진이다. 희로애락이 작가의 사진에는 녹아 있다. 그리고 사진 옆에 이런 글을 남겼다. 고통 없는 인생은 없다. 우리가. 인생이란 무엇인가를 알기 전에 이미 인생의 반은 지나 버린다. 인생은 사소한 일들로 이루어져 있다. 인생은 즐겁다. 인생은 항해다. 훌륭하게 사는 사람은 오래 산다. 그러나 더 중요한 건 사람들이 이 세상에 몇 년간 사느냐가 아니라 얼마만큼 가치 있는 일을 남겼는가에 있다.


인간이 자신의 일에서 행복하려면 다음 세 가지가 필요하다. 자신의 일을 좋아해야 하고, 자신의 일에 너무 무리해서는 안 되며, 자신의 일이 성공하리라는 신념을 가져야 한다.



작가의 사진과 글을 방향성을 지니고 있지 않다. 특정 사진에서 자신의 생각하는 것을 짧은 글로 남겼다. 아쉬웠던 점은 카테고리로 묶어서 글을 중심으로 사진을 구성했으면 좋지 않았을까? 언젠가 나도 내 이름으로 된 책을 낸다면 이런 책이 될 것 같다고 생각했다. 나는 구성을 어떻게 할지 미리 생각할 수 있어서 좋았다. 한편으로는 이런 책을 내는 것도 쉽지 않겠다는 생각을 했다. 방향성을 잡기 사진과 글이라는 두 가지의 큰 줄기를  가지고 방향성을 잡기 쉽지 않고 방향성을 잡지 못할 경우 여러 분야에서 작가의 생각을 나타낼 수 있어야 하기에 다양한 인문학적 소양을 필요로 한다고 생각했다. 지금부터 더 많이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다.


왜 이 책이 2012년 문화체육관광부 우수 교양도서에 선정이 되었는지 알 것 같다. 이 책은 사진 에세이다. 그러나 이 책에는 다 함께 세상을 잘 살아 보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작가는 소위 말하는 캔디드 사진을 찍었다. 그것도 거리에서 힘들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사진을 찍었다. 책을 보면서 과연 나는 이러한 사진을 찍을 수 있을까. 그런 용기가 내게는 있을까. 그리고 이런 생각도 해 보았다. 과연 힘들게 사는 그들의 모습을 사진에 담아서 이렇게 책에 올리는 것이 바람직한 것일까. 그 고민은 다른 누구도 아닌 작가가 가장 많이 했을 것 같다. 작가의 심정을 담은 글이 있다.


심지어 내 딸조차 “예술과 명예를 위해, 가난한 사람들을 이용하는 게 아니냐”며 따지고 들었다.


창의력은 순간의 경험이 쌓이고 쌓여 나타나는 결과다. 그때그때 거쳐야 하는 단계를 성공리에 끝냈다면 그 자체만으로도 성공한 셈이다.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자기 자신을 변화시키는 사람도 있지만 변화에 성공한 사례를 종합해보면 대체로 천천히 한 걸음씩 내디뎠다는 공통점이 있다. 소설을 쓰겠다는 꿈을 품고 있다면 우선 한 단락만 써보자. 그림을 그릴 생각이 있다면 장난 삼아 그려보자. 사진에 관심이 있다면 전시장에 들러 감상하고 사진 책을 사보자. 취미나 새로운 여가 활동으로 무엇을 선택하면 좋을지 생각나지 않는다면 주말을 어떻게 보내고 싶은지 스스로에게 물어보자.




한 권의 책은 하나의 세계다. 한 권의 책은 한 사람의 인생을, 한 사회를 그리고 역사의 흐름을 바꿔 놓기도 한다. 우리는 자신에게 주어진 삶을 직시하고 살면서 부딪치는 문제들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밤은 길고, 길은 멀어 삶 자체가 고통일 것이다. 인간에게 배움이란 고단한 인생의 길에서 외로움을 덜어주고 삶의 의미를 발견하며, 보다 가치 있게 살도록 해주는 훌륭한 길동무임에 분명하다. 그 길에 책이 있다. 길 위에 책이 있다. 책 안에 길이 있다. 당신의 길 위에는 어떤 책이 있는가?


위 글에 책에 대한 저자의 생각이 담겨 있다. 글을 읽다가 저자는 분명 많은 책을 읽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그 답은 그의 서재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서 알 수 있었다. 저자의 서재에는 1만 권 정도의 책이 있다고 한다. 나도 나의 서재에는 1만 권 아니 그 이상의 책이 있다. 사천 도서관이 바로 나의 서재이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많은 책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얼마나 많은 책을 읽고 사색을 했는가이다. 그런 측면에서 나는 아직 저자를 따라가려면 멀었다. 그래도 나도 꿈을 가지고 있다. 내 생에 1만 권의 책은 읽고 죽겠다는. 그 꿈을 이루려면 오래 살아야 한다. 오래 살면서 새롭게 배우고 싶은 것도 이루고 싶은 것도 많다. 나는 그것을 독서를 통해서 하나씩 이뤄나갈 것이다. 내 꿈은 독서와 함께...ing이다.



어떻게 미래를 보는 눈을 키울 것인가? 분명히 말하건대 그 해답은 책 속에 있다. 바로 책 속에 미래가 있다. 단지 그것을 발견하고 못하고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많이 읽고 많이 생각하다 보면 세상에 없는 가치를 찾는 능력이 생긴다. 집집마다 서재를 꾸미고 그곳에서 삶의 의미와 행복을 찾아보자.


눈여겨보아라! 관심을 갖고 관찰하면 어디서든 내가 원하는 답을 찾을 수 있다. 모든 아이디어의 출발은 지금 여기다. 마음으로 물어라! 창조적 상상력은 어린이와 같은 순진무구한 질문에서 나온다. 안 보여도 참아라! 상상력은 보이지 않는 설렘이며 맛보지 않은 궁금함이다. 이미지로 그려라! 논리적으로 생각하지 말고 상상해보고 그 상상 속의 이미지를 그림으로 표현하라. 뒤집고 엎어라! 고정관념의 뒤통수를 쳐라. 생각의 감옥에서 벗어나 이전과는 색다른 발상으로 사물과 대상을 배치하라. 차이를 존중해라! 다양성 속에서 아름다운 창조는 피어난다. 


사진가는 일반인과 같은 눈을 가지고 있으나 그들과 다른 점은 카메라를 통하여 피사체를 예리하게 관찰한다는 데 있다. 모든 것이 촬영의 대상이며, 그냥 보아 넘길 수 없는 문제이다. 동시에 강렬히 표현해야 되며, 진실의 탐구 또한 추구해야 한다.


문학은 우리에게 생각의 폭을 넓혀주고, 정신세계를 세련되게 다듬어주며, 분별력과 이해력의 깊이를 더해준다고 확신할 수 있다. 인문학이 이런 식으로 우리의 인성을 개발해준다는 점에서 자기 탐구의 도구라 할 수 있다. 


최민식 그의 사진집과 사진 에세이는 모두 읽어 보고 싶다. 단순히 사진을 보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그의 사진과 글에는 삶이 녹아 있다. 그의 사진과 글에서 삶의 지혜를 배우고 싶다. 다음 도서관에서 책을 빌릴 때에는 그의 책을 빌리고 싶다. 무엇보다 그의 책에서 그의 열정을 배우고 싶다. 여든다섯의 나이에도 대학에서 강연을 하고, 아직도 그는 ‘나는 인간을 사랑하는 휴머니스트 사진가가 되기를 소망한다’는 자신이 추구하는 바를 가지고 있다. 그의 열정이 부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