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ing Story

#0203 - 내가 갖고 싶은 카메라, 윤광준

하나모자란천사 2018. 8. 13. 10:14

 2018년 책 100권 읽기 여든여덟 번째 책입니다.


내가 그랬다. 아, 바로 이 책이다. 그런 느낌이 있는 책을 찾고 있다. 모름지기 카메라에 관해 책을 쓰려면 이렇게 써야 한다. 지금까지 나는 몇 번이고 카메라 관련 책을 사려고 손에 쥐었다. 던져버렸다. 거들먹거리며 도무지 제대로 알아듣지 못하는 전문용어만 늘어놓은 그런 책을 보고 저자의 뒤통수를 패고 싶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래서 방법을 바꾸었다. 예전처럼 작은 도시에도 대형서점이 있다면 서점에 죽치고 앉아 책을 충분히 읽은 다음에 이 책이다 싶으면 책을 구입하면 되겠지만 요즘은 웬만한 도시에서도 서점을 찾을 수가 없다. 인터넷 서점에서 서평이나 머리말만 보고 책을 구입할 때는 실패할 확률이 너무 높다. 그래서 도서관을 이용한다. 도서관에서 책을 읽은 후 아 이 책이다. 싶으면 책을 구입한다. 이 책도 그렇게 될 것이다.




이제 사진과 관련된 책을 몰아서 읽다 보니 같은 작가의 책을 반복해서 읽게 된다. 혹자의 책은 다시 읽고 싶지 않다는 책이라는 생각이 드는가 하면 혹자의 책은 또 다른 책이 없나 찾게 된다. 사진에 있어서 윤광준 작가의 책은 후자에 속한다. 다행히 오늘 도서관에서 그의 다른 책을 찾게 되었고, 읽을 수 있어서 좋았다. 



카메라 자체엔 영혼이 없다. 찍힌 사진과 카메라의 연관성은 혼돈하지 말아야 한다. 어떤 경우에도 카메라가 아닌 사진이 우선이다. 윤광준 작가의 감수성은 시그마에서 출시한 카메라 DP-2를 설명하는 부분에서 느낄 수 있었다. 그는 시그마 DP-2를 이렇게 말한다. ‘결점까지 덮어주어야 사랑이다. 조건과 필요를 따져 요구조건을 내건다면 사랑은 의심받게 마련이다. DP 시리즈는 백혈병에 걸린 미인 같은 카메라다. 치명적인 매력을 사랑까지 키우려면 순애보의 주인공이 되어야 할 판이다. 이 카메라를 많은 사람들이 사랑하지 못하는 이유다.




최근에서야 알게 된 사실이다. 사진은 바디가 만들어주지 않는다. 좋은 렌즈가 좋은 사진을 찍어주는 것이다. 카메라를 고르고 렌즈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찍고 싶은 사진을 정하고, 그 사진을 찍기 위한 렌즈를 선택하고 그다음 렌즈에 맞는 카메라를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역행하고 있다. 이유는 제대로 가르쳐 주는 사람이 없고, 기업들의 상술이 앞서기 때문이다. 나도 카메라를 구입하기 전에 이 책을 먼저 읽었더라면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 본다. 이제는 바디나 렌즈가 아닌 소프트웨어의 힘을 믿는 수밖에 없다. 그래서 더 책을 많이 읽자. 지금부터 나의 무기는 감성이다. 생각부터 그렇게 해야 한다.



애플을 좋아하고 잡스를 좋아하는 나에게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다. 사실 이 이야기는 예전에 다른 책을 통해서 들었던 이야기다. 나의 기억 어느 한 구석에 잊힌 상태로 남아 있는 이야기를 이 책이 다시 떠 올리게 해 줬다. 이야기는 영원한 빈티지 아이템인 폴라로이드 카메라에 대한 이야기다. 폴라로이드 카메라는 에드윈 랜드의 네 살 된 딸이 “찍은 사진을 왜 바로 볼 수 없느냐?”는 물음으로 시작이 되었다고 한다. 사진 찍는 모든 사람의 소망 가운데 하나가 무엇일까? 사진을 찍고 바로 확인해 보는 일이 아니었던가? 지금은 너무나 당연한 이 사실이 예전에는 꿈같은 이야기였다. 당시 세상에 없던 새로운 발명품인 폴라로이드는 애플의 아이폰과 같은 시대의 아이콘이었다. 스트브 잡스는 가장 존경했던 인물로 에드윈 랜드를 꼽았다고 한다. 둘은 생전에 두 번의 만남을 가졌다고 하는데 둘 사이에는 공통점이 많아서 많은 이들에게 회자가 되기도 한다. 



에어 블로어를 교체할 시점이 되었다. 책에서 소개된 DMC 에어 블로어를 구입하고 싶다. 이 책은 사진에 관심을 가지고 카메라를 구입할 계획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읽으면 도움이 될 것이다. 카메라를 구입하고 나서 선택에 후회하기 전 이 책을 읽고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나와 같은 후회를 하지 않기를... 그의 다른 책을 살펴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