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ing Story

#0197 - 낡은 카메라를 들고 떠나다. 이상엽·임재천·강제욱·노순택

하나모자란천사 2018. 8. 2. 10:55

 2018년 책 100권 읽기 여든두 번째 책입니다.


힘들다. 적응이 필요하다. 7월 말 하계휴가를 다녀왔다. 가족과 함께한 즐거운 휴가였다. 그러나 내가 원하는 그런 휴가는 아니었다. 이제 나의 휴가는 굳이 명승지나 사람이 많이 찾는 그런 피서지가 아니더라도 에어컨 빵빵하게 나오는 카페에서 조용히 책을 읽을 수 있다면 그것이 최고의 휴가다. 그러나 이번 휴가는 그렇지 못했다. 여수를 다녀왔다. 폭염 속에서도 여수를 찾은 이들이 어찌나 많은지 사람 구경 실컷 하고 왔다. 책은 한 줄도 읽지 못했다. 그래서 더 아쉬운 휴가였다. 그럼에도 이번 휴가는 나쁘지 않았다. 어머니와 함께 한 휴가라서 좋았고, 아내와 아이들이 즐거워했기에 좋았다. 그러나 언젠가 기회가 주어진다면 나도 '낡은 카메라를 들고 떠나다'의 작가들처럼 이런 여행을 떠나고 싶다.




'낡은 카메라를 들고 떠나다'는 지금까지 내가 읽었던 사진 책들과는 조금 다르다. 이 책은 시대를 거스르고 있다. 책의 제목에서와 같이 낡은 카메라를 들고 떠나는 여행에서의 사진의 이야기이다. 모양과 연식은 오래되었지만 사진의 품질에 있어서는 결코 낡지 않은 사진에 대한 이야기이다. 책은 아날로그 카메라 즉, 디지털카메라가 아닌 필름 카메라와 함께 떠나는 여행 이야기이자 사진에 대한 이야기이다.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절대 저절로 풀리지 않을 문제가 하나 있다. 그것은 피사체를 대하는 사진가의 태도이다. 클래식 카메라는 하루 종일 열심히 찍어도 다섯 롤을 넘지 못한다. 모터 드라이브가 없어 일일이 한 컷 한 컷 넘겨주어야 한다. 빛을 철저하게 읽고 상황을 살펴야 한다. 피사체만 보는 것이 아니라 배경도 고려해야 한다. 그래야 비로소 한 장을 찍는다. 그러나 이런 번거로운 상황과 조건은 반대급부로 사진에 대한 사진가의 자세를 아주 진지하게 만들어 준다. 


나도 사진관을 운영했던 외사촌 형의 영향으로 중학교 시절 필름 카메라를 배웠다. 학교 클럽 활동 시간에도 사진부에 가입해서 사진을 배웠다. 그러다 필름 카메라도 자동카메라가 나오면서 자동카메라로 추억을 남기는 것에 만족했고, 이후에 나의 관심사는 사진에서 컴퓨터로 옮기면서 사진은 나의 관심사에서 점점 멀어졌다.



책은 낡은 카메라, 클래식 카메라, 필름 카메라를 사랑하는 이들이 공동으로 집필했다. 이상엽, 임재천, 노순택 이들을 통해 클래식 카메라에 대해 조금 눈을 뜨게 되었다. 책에서 소개된 카메라 중에서 내가 만져 본 카메라는 니콘 FM2 모델과 올림푸스 PEN EE-3 정도이다. PEN EE-3는 군대에 있을 때 사용하고 전역하면서 후임병에게 물려주고 나왔다. 책을 읽으면서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 시절 내가 클래식 카메라를 사용할 때의 추억을 떠 올렸다.


그러나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절대 저절로 풀리지 않을 문제가 하나 있다. 그것은 피사체를 대하는 사진가의 태도이다. 클래식 카메라는 하루 종일 열심히 찍어도 다섯 롤을 넘지 못한다. 모터 드라이브가 없어 일이이 한 컷 한 컷 넘겨 주어야 한다. 빛을 철저하게 읽고 상황을 살펴야 한다. 피사체만 보는 것이 아니라 배경도 고려해야 한다. 그러고서야 비로소 한 컷을 찍는 다. 그러나 이런 번거로운 상황과 조건은 반대급부로 사진에 대한 사진가의 자세를 아주 진지하게 만들어 준다.


사진을 배우는 입장에서 클래식 카메라에 관심을 가는 이유다. 세상이 참 많이 변했다. 지금도 세상은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고 있다. 디지털의 장점이라면 편리성이다. 사진만 보더라도 디지털화되면서 정말 편리해졌다. 이제는 내가 찍은 사진을 보기 위해 사진관(현상소)에 들리지 않아도 된다. 요즘 젊은 세대에게 이런 얘기를 한다면 믿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편리성 뒤에는 뭔가 아쉬움이 남는다. 기다림, 여유 등의 감성적인 측면이 결여된 것 같은 느낌이다. 때문에 아날로그를 그리워하고 다시 옛것을 찾는 이들이 동호회를 구축하여 활동을 하는 것을 종종 볼 수 있다. 이 책에서 만나는 사람들도 대부분 그러하다.


1839년 지로 다게레오 타입 시대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160여 년에 걸쳐 실로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수많은 카메라가 탄생하고 사라졌다. 분명 카메라는 그 자체만으로는 아무런 생명력이 없는 공업 제품일 뿐이다. 사용하는 사람의 눈과 두뇌, 그리고 감정이 수반되지 않는 한 아무짝에도 쓸모 없는 도구에 지나지 않는다.


이 책을 통해 카메라와 렌즈의 발전 과정을 볼 수 있고, 혹 책을 읽고 클래식 카메라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면 필름 카메라를 시작하기 위해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방법과 클래식 카메라를 구할 수 있는 방법과 낡은 카메라를 구입할 때 유의사항 등의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당시의 사진가를 찾다 보면 당대의 문화를 접해, 결국 어느샌가 비틀즈나 야드버즈의 60년대 음악을 듣고 앉아 있는 사태가 종종 발생했다. 사실 카메라는 광학과 기계공학적 산물이지만 당대의 문화가 스며 있는 하드웨어인 탓에 재미있는 문화현상을 발견하기도 한다.


이제는 쉽게 찾을 수 있었던 현상소를 찾아보기 힘들다. 때문에 쉽게 필름 카메라를 시작할 수 없다. 그러나 때가 된다면 나도 다시 옛 시절로 돌아가서 필름 카메라로 사진을 찍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어머니께서 나의 물건들을 다 버리지 않았다면 시골집 어딘가에 니콘 FM2 카메라와 삼성 전자동 필름 카메라가 있을 것이다. 다시 필름 카메라로 사진을 찍고, 사진이 나오기까지 기다리는 그 즐거움을 느껴 보고 싶다. 언젠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