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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90 - 아직 특별한 사진 수업, 주기중

하나모자란천사 2018. 7. 20. 06:00

 2018년 책 100권 읽기 일흔다섯 번째 책입니다.


내가 뒤늦게 사진을 취미로 삼은 이유가 무엇일까?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나의 일상, 너의 일상, 우리의 일상. 그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다. 카메라가 나를 일상에서 건져줄 것이라 생각했다. 조금씩 실현이 되고 있다.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바쁜 일상에서 찌든 몸과 마음을 씻겨주는 '힐링'이다. 또 다른 이유라면 나를 알고 싶었다. 사진을 통해 나를 발견하는 것이다. 어쩌면 이 말은 잘 이해가 되지 않을 수 있다. 40 중반을 넘기고 50을 바라보는 삶을 살면서도 아직 나를 잘 모른다. 특히나 작년 한 해를 자아를 찾기 위해 고민을 많이 했던 것 같다. 자아와 사진이 무슨 관련이 있을까? 사진은 그냥 눈에 보이는 것을 담는 기계라고 생각하지만 사진을 오래 한 작가들은 눈에 보이는 것을 담는 것이 아니라 눈에 보이는 것을 마음으로 다시 그려서 담는다고 한다. 때문에 똑 같이 보이는 것도 사진을 담는 사람의 마음에 따라 사진이 달라진다고 했다. 그렇다면 사진을 통해 나의 내면을 볼 수 있지 않을까. 그것이 내가 사진을 취미로 삼은 이유다.




때문에 나에게는 카메라를 잘 다루는 기술도 필요하지만 나의 감성을 담을 수 있는 '아주 특별한 사진수업'이 필요했다. 그리고 나는 나의 필요와 정확히 일치하는 제목의 책을 찾았다. 사진가 주기중이 들려주는 좋은 사진 찍는 법인 '아주 특별한 사진수업'이다. 작가는 사진작가 이전에 사진기자로 지금은 중앙일보 시사미디어 사진팀 부국장이라고 한다.



어떤 느낌이 드는가? 무엇이 생각이 나는가? 혹 이 사진을 보고 한 편의 시가 떠 오르지 않는가? 그렇다면 작가는 매우 기뻐할 것 같다. 작가는 사진을 시에 비유하고 있다. 시가 작가의 마음을 비유적이고 함축적으로 표현한 것처럼 사진도 그렇다는 것이다. 작가는 이 사진의 제목을 '굿모닝'으로 붙였다.



똑같은 장소에서의 사진이라도 이렇게 느낌이 다르다. 구도의 중요성을 알게 되었다.



무엇이 보이는가? 대부분 하트를 떠 올렸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번에는 무엇이 보이는가? 예전의 나라면 몰랐을 것이다. 그러나 최근에 서양 미술사에 관련된 책을 읽었기에 나는 알았다. 이 사진을 보고 몽크의 '절규'를 떠 올렸는가? 자세히 보라 이 사진에는 다양한 모습의 절규하는 사람들이 있다. 



사진은 기다림의 미학이다. 일몰 사진을 찍고 사람들이 떠나고 난 다음 작가는 조금 더 오랜 기다림 이후에 건진 사진이라고 했다. 그러나 기다림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사전 지식이다. 작가가 일몰 이후 1시간이 골든아워라는 것을 몰랐다면 그도 다른 이들처럼 일몰 장면을 담은 후 그곳을 떠났을지도 모른다.



책에는 좋은 사진들이 너무나 많다. 그 사진들을 다 소개하기도 힘들다. 오래간만에 마음에 꼭 드는 책을 읽었다. 이 책은 사천 도서관에서 빌려서 앞부분을 읽다가 책이 마음에 들어서 바로 전자책으로 구입을 했다. 곁에 두고 반복해서 책을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진을 잘 찍기 위해서는 사람이나 사물을 주의 싶게 보는 훈련을 해야 한다. 얼마 전 서울 광화문의 한 건물에 내걸린 나태주 시인의 '풀꽃'이라는 시를 본 적이 있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시인은 풀꽃을 통해 보고, 생각하는 방식을 이야기한다. 보잘것없는 풀꽃이지만 자세히 오래 보면, 예쁘고 사랑스러운 구석이 있다는 것이다. 사진도 이와 마찬가지이다.




가장 좋은 카메라는 어떤 카메라일까? 작가는 좋은 카메라에 대해 아래와 같이 설명하고 있다.


사진을 위한 모든 준비과정이 머리에서 이루어진다. 이를 '포토아이'라고 한다. 포토아이는 타고나기도 하지만 끊임없는 훈련에 의해 완성이 도니다. 카메라와 렌즈는 기계적인 역할만 할 뿐이다. "가장 좋은 카메라는 지금 내 손에 있는 카메라다."라는 말이 있다. 사진은 일상에서 일어나는 소소한 생활의 발견을 기록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그리기 위해서는 늘 휴대하고 다닐 수 있는 카메라가 가장 좋은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또 카메라 기능을 완전히 익혀서 수족처럼 빠르고 편하게 부릴 수 있어야 한다. 자동차도 소형일수록 유지비도 적게 들고 주차하기도 편하듯이 말이다.



시중에 나와 있는 책들은 대게 사진으로 사진을 파고 들어가는 기술적인 부분에 무게를 둔 것이 많다. 이 책은 사진의 외곽을 건드려서 사진의 본질을 탐구해보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위 그림에서와 같이 서양 미술사를 언급하면서 사진이 탄생하게 된 배경도 설명을 해 준다. 작가의 글을 통해 이 책의 내용을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카메라 메커니즘의 핵심은 노출과 초점을 정확하게 맞추는 것이다. 손떨림을 방지하는 것이야말로 카메라를 다루는 데 가장 중요하다. 그리고 좋은 시를 많이 읽으면 사진에서 많이 쓰이는 비유와 강조의 레토릭을 이해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패턴인식과 연상작용을 훈련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



책의 마지막에 작가에 사진에 대해 Q&A가 있다. 작가에게 사진을 잘 찍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한가요? 신의 한 수를 알려주세요라는 질문을 한다. 그리고 작가는 이렇게 대답을 한다. 


아쉽게도 사진에서 신의 한 수는 없습니다. 카메라를 내 몸처럼 부릴 수 있도록 끊임없이 훈련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또한 좋은 예술작품을 많이 보거나 읽고 들으며 감성을 키우는 훈련도 필요합니다.




주기중 작가 아니 기자를 포함. 내가 책을 통해 만난 다수의 사진작가들은 모두 감수성이 뛰어난 사람들이다. 실제로 그들이 좋은 사진을 찍기 위해 강조하는 내용도 좋은 사진가가 되기 위해 갖추어야 할 자질도 감수성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 감수성을 갖추기 위한 노력으로 기술적인 지식이 아닌 인문학적인 소양을 갖춰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그들의 공통점은 음악, 미술, 문학 등 다양한 분야의 지식을 갖추고 있고, 많은 책을 읽는다는 것이다. 나도 천천히 인문학적인 소양을 갖춰야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이 책을 읽고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이란 20세기 최고의 사진작가에 대해 알아보았다. 그가 누구기에 사진과 관련된 책에서 그의 이름이 거론되지 않는 경우가 없단 말인가? 이 책을 읽고 그의 흑백사진을 하나씩 검색해 보았다. 이 책을 읽으며 좋았던 점은 이 책을 읽으면서 서양 미술사 책에서 보았던 그림들과 인물들을 떠 올렸다. 사진을 배우면서 서양 미술사와 관련된 책을 읽었다. 처음 서양 미술사 책을 볼 때는 많은 미술 사조와 인물들로 인해 이해가 되지 않았는데 오히려 사진과 관련된 이 책에서 사진과 서양 미술을 비교하면서 설명하는 것을 통해 그때 이해하지 못했던 서양 미술사를 조금씩 이해하고 있다. 지식은 이렇게 작은 부분에서 하나씩 나의 것이 되는 것이다. 왜 독서를 폭넓게 해야 하는지도 깨닫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