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ing Story

#0182 - 우리는 언젠가 만난다, 채사장

하나모자란천사 2018. 7. 4. 22:40

 2018년 책 100권 읽기 예순일곱 번째 책입니다.


여름이 좋다. 겨울보다는 여름이 좋다. 누군가 나에게 왜 여름이 좋으냐고 묻는다면 나는 이렇게 말할 것이다. 땀 흘리고 나서 샤워하는 것이 좋아서 여름이 좋다. 없는 사람에게는 겨울보다 여름을 보내는 것이 더 나아서 나는 겨울보다 여름이 더 좋다고 말할 것이다. 추운 겨울은 껴 입어야 하지만 여름은 벗어야 한다. 벗으면 있는 자나 없는 자나 매 한 가지다. 그래서 나는 겨울보다 여름이 좋다. 그의 책을 읽고 나면 사람이 이렇게 바뀐다. 바로 채사장이다. 그의 책은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그래서 그의 책이 좋다. 아껴두고 보고 싶은 책이다. 이제 지금까지 출간된 채사장의 책은 모두 다 읽었다. 처음 그의 책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을 읽고 놀랬다. 바로 누군가에게 책을 추천한다면 꼭 권하고 싶은 추천도서 목록에 올렸다. 이후로 그의 책은 빠지지 않고 읽는다. 




오늘 바쁜 하루를 보냈다. 오전 9시부터 고객응대를 시작으로 주간업무보고와 상반기 개선실적 발표회까지 정신없었다. 오늘은 더웠다. 태풍이 지나고 난 후라 맑은 하늘이 좋았지만 태풍이 더운 열기를 몰고 와서 무더운 하루였다. 땀을 많이 흘렸다. 그러나 그런 찝찝함이 좋다. 찝찝함이 있어야 샤워 후 개운함을 강하게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퇴근 후 바로 욕실로 향했다. 이런 날은 가능하면 찬물로 샤워를 한다. 아내가 걱정을 한다. 이제 청춘이 아니라고. 그래도 좋다. 가끔은 차가운 물에 신음소리를 내면서도 그 맛을 즐긴다.


샤워를 끝내고 잠시 고민을 한다. 얼마 남지 않은 무라카미 하루키 작가의 '1Q84' BOOK3을 마저 읽을 것인가? 아님 오늘 점심시간에 읽기 시작한 채사장의 '우리는 언젠가 만난다'를 읽을 것인가? 결국 채사장의 책을 선택했다. 오늘 이 책을 마무리 짓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마음 가는 대로 하면 된다. 세상 그렇게 복잡하게 살 필요가 없다.


이 책은 지금까지 채사장의 책과는 조금 다르다. 그렇다고 그가 지향하는 내용이 달라진 것은 아니다. 책의 구성이 다르다는 것이다. 에세이처럼 구성이 되어 있다. 그의 책을 읽을 때는 공감하는 구절이 많다. 때문에 SNS를 통해서 부지런히 퍼 나른다. 오늘도 그랬다. 오늘 내가 그의 책을 통해 무엇을 공감했는지는 나의 페이스북을 보면 알 수 있다. 짧은 글에서 공감하는 내용이 많았지만 꼭 공유하고 싶은 글이 있다. 책을 읽다가 사내 그룹웨어를 통해서 팀원들에게 메일로 전달한 글이다. 이 글에 대해 각자 생각하는 시간을 갖고서 얘기하는 시간을 가지자고 했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낡은 벤치를 지키는 두 명의 군인 이야기



새로 부임한 대대장은 부대를 시찰하던 중 이상한 광경을 발견했다. 수풀로 가려진 공간에 낡은 나무 벤치 하나가 놓여 있고 그 벤치를 두 명의 병사가 지키고 있었다. 대대장이 병사에게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물었다. 병사가 큰 소리로 대답했다.


“경계근무를 서고 있습니다!”


대대장이 무엇에 대한 경계근무를 서고 있는지를 물었다. 병사는 이것이 일종의 시험이라고 생각했는지 얼굴에 부담감이 역력했다. 대대장의 뒤를 따르고 있던 간부들도 긴장한 표정으로 병사의 입에서 어떤 말이 나올지 숨죽여 주시했다. 갑자기 병사의 표정이 밝아졌다. 답이 생각난 것이다.


“적으로부터 경계근무를 서고 있습니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뒤에 선 간부들의 표정이 밝아졌다. 그 속에 있던 중대장 한 명이 자기 부대원이라며 대대장에게 들릴 만한 목소리로 다른 간부들에게 자랑했다. 대대장은 무슨 이유가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우선은 그 자리를 떠났다.


시찰이 끝나고 대대장은 중대장을 호출했다. 대대장이 물었다. 무엇에 대한 경계근무인가? 중대장은 질문을 이해하지 못했다. 대대장이 다시 물었다.


“왜 병사들이 나무 벤치를 지키고 있느냐는 말일세. 그것도 두 명씩이나.”


중대장은 그것이 자기 부대의 근무 명령 중 하나라고 대답했다. 이것은 자신이 부임하기 전부터 있었던 부대의 임무라는 것이었다. 대대장은 부대에 가장 오래 있었던 주임원사를 호출했다. 하지만 주임원사도 그 이유를 알지 못했다. 이 경계근무는 주임원사가 이곳에 오기 전부터 있었던 임무라고만 했다.


대대장은 이것이 비합리적이고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지만 그 임무를 쉽게 없앨 수도 없었다. 표면적으로는 알 수 없어도 무언가 매우 중요한 이유가 숨겨져 있을 수 있지 않은가? 게다가 부임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상황에서 잘 지켜지고 있는 기존 규칙을 괜히 바꿨다가 잡음이 발생할 수도 있었다. 그리고 생각해보면 서두를 이유도 없었다. 한두 해 지나고 부대에 익숙해졌을 때, 어떤 이유인지 알아보고 조치를 취하면 될 일이다.


부대를 지휘하는 일은 녹록지 않았다. 상급부대가 원하는 업무는 많고, 부대 내에는 신경 써야 할 일들이 쌓여갔다. 대대장은 최선을 다했고 존경받는 지휘관이 되었다. 하지만 시간은 빠르게 흘러 이 사건은 잊혀갔다. 대대장은 새로운 인사 명령을 받고 다른 부대로 가게 되었다.


이후 새로운 대대장이 부임했다. 그는 부대를 시찰하던 중 이상한 광경을 발견했다. 수풀로 가려진 공간에 낡은 나무 벤치 하나가 놓여있고 그것을 두 명의 병사가 지키고 있었던 것이다. 무엇을 하고 있느냐고 대대장이 물었고, 병사는 큰 소리로 대답했다.


“경계근무를 서고 있습니다!”


 낡은 벤치를 지키는 두 명의 군인 이야기의 진실


아주 오래전, 부대가 창설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어느 날. 상급부대로부터 업무가 내려온다. 모든 부대는 병사들의 심적 안정을 위해서 부대 내에 쉴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라. 부대는 다양한 조치를 취했다. 그중 하나가 곳곳에 나무 벤치를 만드는 것이었다. 그렇게 해서 당시에는 수풀로 가려지지 않았던 이곳에 벤치가 들어섰다. 하지만 병사들이 벤치에 앉을 시간이 어디 있겠는가? 벤치는 잊혀갔고 점차 낡아갔다.


부대가 창설되고 많은 시간이 흐른 어느 날. 상급부대 연대장이 부대를 시찰하기로 했다. 부대는 분주해졌다. 병영을 정비하고 청소를 시작했다. 그러던 중 당시 대대장의 눈에 이 낡고 빛바랜 벤치가 들어왔다. 대대장의 핀잔에 행정관은 병사들을 시켜 급히 페인트 칠을 했다. 중대장은 이 소식을 듣고 걱정했다. 병사들이 페인트가 마르기 전에 벤치에 앉아서 이를 더럽히면 어쩌나. 처음에는 경고판을 세울까 하다가 그것마저도 걱정이 되어 한 명의 병사를 배치하게 했다. 중대장은 이 일을 정식 명령을 통해 임무 배치할 것을 소대장에게 지시했고, 소대장은 교대 명령서를 작성하여 24시간 병사들을 배치했다. 며칠 후 연대장이 부대 시찰을 왔으나, 그의 행보는 벤치에까지 이르지 않았다. 하지만 부대는 그동안 정신없이 분주했고 이후에도 무수히 많은 훈련과 일정을 소화했다. 그렇게 중대장과 소대장이 교체되었지만 임무 명령서는 계속 작성되었다.


부대가 창설된 지 오랜 시간이 흐른 어느 날. 상급부대로부터 명령이 내려왔다. 인근 부대에서 경계근무 사고가 있었으니 경계근무 안전을 강화하라. 명령을 받은 당시의 대대장은 혼자 경계를 서는 것을 전면 금지하고 모든 경계근무에서 반드시 2인 1조로 활동하게 했다. 그 명령은 대대장으로부터 중대장에게로, 다시 소대장에게로 이어졌다.


무수히 많은 계절이 바뀌었고, 사람들이 교체되었으며, 시대가 변했지만, 부대의 규칙과 질서는 반복되고 이어졌다.


이것이 낡은 벤치가 두 명의 병사에 의해 지켜진 이유였다.


낡은 벤치를 지키는 두 명의 군인 이야기.doc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