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ing Story

#0172 - 칼의 노래, 김훈

하나모자란천사 2018. 6. 10. 09:41

 2018년 책 100권 읽기 쉰일곱 번째 책입니다.


이 소설을 읽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사실 소설은 내가 즐겨 읽던 분야가 아니다. 최근 몇 년 사이에 인문학에 대한 관심을 가지면서 소설을 읽기 시작을 했다. 처음 인문학을 접했을 때 나에게는 생소하고 어려운 분야라 나를 인문학의 세계로 안내해 줄 가이드북이 필요했다. 내가 선택한 책은 박웅현의 인문학 강독인 '책은 도끼다'라는 책이었다. 나는 박웅현의 '책은 도끼다'를 통해서 김훈 작가의 '칼의 노래'를 꼭 한 번 읽어 봐야지라고 생각했다.





이 책은 사천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읽었다. 오래간만에 종이로 된 책을 읽었다. 책이 너덜너덜하다. 이 책이 많은 사람들에게 읽혔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왜 많은 사람들이 이 소설을 좋아할까? 박웅현은 그의 인문학 강독 '책은 도끼다'에서 김훈은 문장은 간결하면서도 힘이 있다고 했다. 정말 그랬다. 내가 느끼기에는 그의 문장은 아름답기도 했다.



소설은 임진왜란을 배경으로 한다. 주인공은 이순신 장군이다. 소설은 1인칭 시점에서 작가 김훈이 이순신이 되어 자신이 임진왜란을 겪으면서 느꼈던 일을 이야기하듯 풀어내고 있다. 때문에 책을 읽기가 수월했다. 대단한다. 얼마나 많이 그의 입장이 되었을까? 이 소설을 위해 작가는 아마도 이순신 장군의 흔적이 있는 곳이라면 놓치지 않고 그곳을 방문했을 것이다. 그곳에서 수없이 장군이 되어 500년 전의 전쟁을 떠 올렸을 것이다.


소설은 전쟁 중 정유재란을 배경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백의종군 후 다시 삼도수군통제사가 되었다. 통제사가 되었으나 그에게는 통제할 수군이 없었다. 거제도 칠천량 해전에서 원균의 수군이 대패를 했기 때문이다. 영화 명량으로 잘 알려진 것처럼 그에게는 군사 백이십 명과 열두 척의 전선만 남아 있었다. 그러나 그의 충정심은 그가 올린 글을 통해 읽을 수 있다.


신의 몸이 아직 살아 있는 한 적들이 우리를 업신여기지 못할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매 순간 죽음을 생각했다. 전쟁이 끝나면 자신이 죽어야 하는 것을 알고 있었다. 무엇보다 임금과 조정이 자신이 죽기를 바라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이 나라 정치인들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걸림돌이 되는 것이라면 사람의 목숨까지도 가볍게 여기는 작자들이다.



소설에서도 장군의 그런 심정을 상세하게 표현하고 있다. 과연 나라면 어떠했을까? 이 전쟁이 끝나면 나는 죽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면서 나라에 충성을 할 수 있었을까? 그래서 장군의 이름 앞에는 성웅이라는 칭호가 붙는 거 같다. '성웅 이순신' 잊히지 않는다. 나는 임진왜란에 대해서 누구보다 잘 알고 있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상세하게 설명을 할 수 있다.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이 난다.


이유는 내가 지금의 둘째 아이(초등 4학년) 시절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그때에 폐렴으로 인해 병원에 입원을 했었는데 담임 선생님께서 병문안을 왔는데 그때 성웅 이순신이라는 책을 가지고 오셨다. 요즘은 선생님이 학생들의 병문안을 오는 일이 별로 없겠지만 당시에는 지금처럼 조금 아프다고 병원에 가는 것이 아니었기에 선생님이 병문안을 오셨던 것 같다. 아무튼 그때 읽었던 책으로 인해 중학교, 고등학교를 거치면서 역사에 대한 관심을 많이 가졌던 것 같다. 


책을 읽으며 장군이 자신의 죽음을 생각하는 부분에서 자꾸만 눈과 마음이 끌렸다. 역사 저널을 통해서 이순신 장군이 노량해전에서 죽지 않았다는 학설도 있다고 들었다. 충분히 그럴 수 있을 것 같다. 소설의 이 문장을 보면서 더 그랬다.


명과 일본이 강화하는 날, 다시 서울 의금부에 끌려가 베어지는 내 머리의 환영이 떠 올랐다. 나는 임금의 칼에 죽을 수는 없었다. 나는 자연사로서 적의 칼에 죽기를 원했다.


혹 이순신 장군이 노량해전에서 죽지 않았다는 내용에 관심이 있다면 이곳 링크를 통해서 관련된 검색을 살펴보면 된다. 하나의 학설이다. 지금까지는 많은 사람들은 장군이 노량해전에서 전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것은 임금과 조정의 입장에서도 장군의 입장에서도 좋은 것이다. 그러나 소설을 통해 만난 장군의 마음을 보고 나니 그렇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장군이 노량해전에서 전사하지 않고 은둔을 했다면 내 마음이 더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예나 지금이나 전쟁은 힘이 없는 자에게는 지옥이다. 살아서 지옥을 맛보게 되는 것이 전쟁이다. 그래서 일어나지 말아야 할 것이 전쟁이다. 우리는 너무나 평안한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내가 그 시대에 태어나지 않은 것은 큰 행운이다. 그러나 기억해야 할 것이 있다. 바로 다산 신채호 선생의 말이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이 말을 이번에 서울시장 후보로 출마한 모 후보에게 전해주고 싶다. 그를 직접 본다면 그의 얼굴에 침이라도 뱉고 싶다. 어떻게 일본이 없었다면 지금의 우리가 없었다는 말을 그렇게 쉽게 할 수 있을까? 일본이 우리나라 경제발전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더라도 정치인이라면 쉽게 내 뱉을 말은 아니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