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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대의 전통을 이어받은 콩지은 교육농장

하나모자란천사 2018. 4. 3. 10:44

주말 혼자 조용히 시간을 보내고 싶을 땐 어김없이 아지트로 나간다. 아지트는 ‘은신처, 소굴, 근거지’라는 의미를 가지는 러시아어 ‘agitpunkt’에서 나온 말이다.  나의 경우 특별한 일정이 없을 때 쓴 커피를 마시며 인생의 달콤함을 즐기는 장소를 말한다. 흔히 사용하는 ‘나만의 공간’, ‘우리들만의 공간’이다. 나의 아지트는 사천읍에 있다. 아지트에서는 책도 있고, 글도 쓰고, 웹서핑도 즐기고, 블로그 포스팅도 하고, SNS를 통해 지인들의 근황도 살핀다. 지난 주말도 평소와 같이 아지트에서 시간을 보냈다.




가상의 공간에서 사람을 자유롭게 만나고 얘기를 나누지만 가끔은 가상의 공간이 아닌 실제의 장소에서 사람을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럴 땐 정처 없이 밖을 거닌다. 지난 주말도 그랬다. 사천강을 혼자서 거닐어 보았고, 항공우주 테마공원에서 열리는 족구대회의 결승전도 보았다. 오후에는 '사천 N' 4월호에 소개된 사천향교도 다녀왔다. 다 좋았다. 그런데 뭔가 부족했다. 그 부족함을 채우고 싶었다. 새로운 장소가 필요했다. 가까운 곳에 내가 아직 발걸음 하지 않은 새로운 곳이 어딜까? 순간 그곳이 생각났다. 사천 스탬프 투어에서 얼핏 보았던 곳, 바로 그곳이 오늘 내가 소개할 ‘콩지은 교육농장’이다.




콩지은 교육농장은 ‘사천시 정동면 화암길 148’에 위치하고 있다. 사천 시외버스 터미널에서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이고, 택시로도 기본요금이면 방문할 수 있는 곳에 있다. 이곳은 3대에 걸쳐 48년 동안 전통식품을 만드는 전문 발효 농장이다. 농장에서 직접 담근 된장, 간장, 고추장, 메주 등을 판매도 하고 만드는 과정을 체험하는 교육도 진행한다.



일요일 늦은 오후에 이곳을 방문했다. 사전에 협조 없이 혼자서 찾은 발걸음이라 조용히 농장을 구경하고 나오고 싶었다. 제일 먼저 나를 반겨준 녀석은 ‘콩’이라는 이름의 강아지다. 다행히 짖지 않고 반겨주어서 혼자서 조용히 농장을 구경할 수 있었다. 나중에 이곳 농장 주인 내외와 차를 마시며 얘기하는 시간을 가졌는데, 원래 콩(강아지)이가 낯선 사람을 보면 심하게 짖어서 외부인이 오면 바로 알아차린다고 했다. 그런데 녀석이 나를 보고 짖지 않고 따라 다녀서 신기하다고 한다. 이 녀석 나와 전생이 무슨 인연이 있는 것일까? 사진을 찍는 동안 내 주변을 졸졸 따라 다녔다.



농장에 들어서자 제일 먼저 눈에 띈 것은 장독대다. 시골에서 이런 시절을 보냈기에 이런 풍경이 낯설지 않다. 옛 향수를 느끼며 장독대 주변의 이곳저곳을 사진에 담고 있는데 장독대 주변에서 밀짚 모자를 쓰고 나무를 손질하고 있는 주인 부부를 보았다. 늦었지만 구경하고 싶어 왔다는 말과 함께 사진을 찍어도 되는지 허락을 구했다. 인상이 나쁘지 않았는지 흔쾌히 허락해 주었다. 



이곳은 2016년 농촌진흥천 지정 농촌교육 품질인증 교육농장이라고 한다. 



장독대는 해와 바람이 잘 드는 곳이어야 장이 잘 발효가 된다. 촌놈이라 어릴 때 어머니와 할머니로부터 이런 얘기를 들었던 기억이 있다. 



그렇게 생각하고 장독대를 둘러보니 이곳이 바로 그런 곳이다. 이곳의 장은 1984년에 제작된 스테인레스 가마솥에 장작불로 4시간 삶고 2시간 동안 뜸을 들인 후 건져 낸다고 한다. 보는 것만으로도 장이 맛있을 것 같았다. 



가마솥 앞에는 한복은 입은 인형이 있다. 자세히 보니 여기 농장의 안주인을 닮았다. 이곳이 교육농장이라 아이들의 체험학습 방문이 많은데 아이들에게 인기가 있다고 했다. 



아이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이곳에는 콩으로 시작되는 이름을 별칭으로 사용한다고 했다. 농장의 젊은 안주인은 콩 엄마, 주인아저씨는 콩 아빠, 할머니는 콩 할머니, 한복을 입은 인형은 콩순이, 아까 보았던 강아지는 콩이라고 했다. 나이가 들면서 기억력이 떨어졌다. 그렇게 기억을 한다.



농장의 이곳저곳을 구경하고 사진을 찍은 후 빠져나가려는데 안주인께서 어디서 오셨냐고 물었다. 그러고 보니 어디서 뭐하는 사람인지 밝히지도 않고 그저 사진을 찍어도 되냐고만 묻고 사진을 찍고 있었으니 궁금했을 법도 했다. 그제야 사천시 SNS 서포터즈 임을 밝히고, 블로그에 포스팅할 글감과 사진을 찍고 있다고 말하고 가려는데 차를 한 잔 마시고 가라고 권했다. 궁금한 것도 있고 새로운 사람들과 얘기도 나누고 싶었는데 잘 되었다 싶어 사양하지 않고 차를 한 잔 얻어 마셨다.



농장에는 체험교육을 위한 별도의 교육장이 있었다. 사진에 보이는 이곳이 교육장이다. 지금까지 이곳에 체험교육을 다녀간 아이들의 사진들이 붙어 있는데 눈에 잘 띄는 아이가 있다. 



생각해 보니 우리 아이가 체험교육을 다녀왔다며, 고추장을 만들어 온 적이 있었는데 바로 이곳 콩지은 교육농장이었나 보다. 사진을 보고 삼성초등학교 얘기를 했더니 맞다고 했다.



교육장에는 이곳에서 판매하는 간장, 된장 등의 제품이 전시되어 있다. 



안쪽에는 식품을 만드는 작업실로 보이는 주방이 있고 그 위에는 콩지은 농장의 증명서, 자격증, 그리고 각종 표창장 등이 걸려 있었다. 




왜 사천시에서 이곳을 스탬프 투어에 올려놓고 홍보를 하는지 이해가 되었다. 가족과 함께 이곳에서 체험교육을 받으면 힐링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또 아이들의 바른 먹거리에 대한 교육에도 좋은 것 같다.



교육장 곳곳을 살피며 사진을 찍고 있는데 녹차와 곶감을 내어 오셨다. 마침 출출하기도 했는데 곶감과 녹차를 마시며 주인 부부와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다. 



일요일 오후 불쑥 찾은 낯선 이를 이렇게 따듯하게 맞아 주고, 좋은 얘기를 듣게 해 준 콩지은 농장의 주인 부부께 감사를 드리고 집으로 돌아왔다. 낯선 장소에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서 편하게 얘기를 나눌 수 있는 기회를 얻기가 쉽지가 않은데 콩지은 농장에서 그런 기회를 얻어서 오래간만에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