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ing Story

#0140 - 무라카미 하루키 에세이, 무라카미 라디오 #3 샐러드를 좋아하는 사자

하나모자란천사 2018. 4. 1. 06:59

 2018년 책 100권 읽기 스물다섯 번째 책입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책을 읽어 보고 싶었다.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라서 그의 책을 읽어 보고 싶었다. 그런 생각을 할 즈음에 내 눈에 들어온 무라카미 하루키의 책이 '꿈에서 만나요'라는 책이었다. 작년 가을쯤으로 기억하고 있다. 그 책을 읽고 무척이나 실망을 했다. 이후로 굳이 무라카미 하루키의 책을 읽지 않아도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무라카미 하루키는 내게서 멀어졌다. 내가 틀렸다. 첫인상의 편견을 가지고 그의 책을 끝까지 읽지 않겠다고 고집을 부렸다면 분명 나중에 후회를 했을 것 같다. 다행히 그리 오랜 시간이 지나기 전에 그의 책을 다시 읽게 되었다. 이번에도 소설이 아닌 에세이다. 그가 <앙앙>이라는 주간지에 일 년간 단편으로 올린 50여 편의 글을 모아서 책으로 낸 에세이다. 무라카미 라디오 시리즈로 3편으로 구성되어 있고, 이 책은 2009년, 작가가 오랜 휴식을 끝내고 10년 만에 연재를 재개하면서 더불어 추진된 '전설의 에세이, 무라카미 라디오 단행본 프로젝트' 제3탄이다.




이 책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에세이 중 '무라카미 라디오'의 마지막 이야기다. 작가는 장편소설 '1Q84'를 탈고하고 다시 주간지 <앙앙>에 단편으로 2년 동안 글을 올렸고, 그것이 무라카미 라디오의 2편과 3편으로 만들어졌다. 이렇게 그의 무라카미 라디오 시리즈의 에세이를 다 읽었다. 


죽기 전에 내 이름으로 된 책을 내고 싶다. 나도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했지만 글을 쓴다는 것이 쉽지가 않다. 글을 쓰기 위해서는 내 머리에서 상황이 정리가 되어야 하는데 그런 훈련이 되어 있지 않다. 그래서 글을 쓰기 전에 먼저 1만 권의 책을 읽어 보자. 그렇게 책을 읽고 후기를 지금처럼 글로 쓰다 보면 나중에는 생각을 정리하는 요령도 생겨날 것이고, 또 작가들의 글쓰는 노하우도 간접적으로 배우게 될 것이라 생각을 했다. 



그의 책을 읽고 용기를 내어 본다. 앞으로는 시간이 날 때마다 책의 후기가 아니라 그냥 내 글을 조금씩 써 보려 한다. 작가의 책을 읽으며 내가 좋아하는 글감과 나의 문체 등도 필요하다고 생각을 했다. 그것은 생각으로만 되는 것이 아니라 자꾸 글을 쓰면서 습관이 되고 훈련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무라카미 하루키의 에세이를 읽고 용기를 내어 나도 에세이에 도전을 해 보았다. 며칠 전 페이스북에 올렸던 글이다. 제목은 '사라진 내 드론'이다.



사라진 내 드론

꿈을 꿨다. 꿈 때문에 잠에서 깼다. 악몽은 아니다. 좋은 꿈도 아니다. 꿈에서 일어난 일을 상상하기 싫다. 가끔 꿈을 꾸는 편이지만 꿈이 이렇게 생생하게 기억나질 않는다. 오늘은 꿈의 내용이 생생하다. 왜일까? 왜 평소와 다르게 꿈을 기억하려고 애를 쓰고 있을까? 어쩌면 최근에 읽었던 무라카미 하루키의 에세이 때문이다. 그의 에세이를 읽고 일상에서 일어나는 작은 일 하나도 좋은 글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내용은 이렇다. 어떻게 해서 내 팬텀 4 프로 드론이 아래층의 아파트 베란다에 대롱대롱 달렸는지 모른다. 아무튼 그 상황에서 꿈은 시작되었다. 내가 어떻게 조치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서 아내에게 잘 보고 있으란 말을 남기고 출근을 했는데, 퇴근 후 살펴보니 아래층 베란다에서 드론이 보이질 않는다. 아내가 챙겼을 것으로 생각하고 드론 가방을 살펴 보았으나 드론이 보이지 않는다. 아내에게 물어보니 떨어지고 나서 찾으러 갔는데 그 사이 사라졌다고 한다. 이게 말이 되는가? 그래서 어떻게 했냐고 물었다. 경비실에 확인을 했냐고 했더니 안했다고 했다. 왜? 왜? 왜? 어린아이처럼 발을 동동 구르며 아내를 다그쳤다.

그렇게 꿈에서 현실로 돌아오고 있었다. 확실하게 느꼈다. 꿈에서만 발을 동동 구른게 아니라 꿈에서 깨는 순간 내가 실제로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다는 것을 알았다. 순간 고개를 돌려 드론 가방을 살펴 보았다. 내 드론은 가방에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휴~ 꿈이라서 다행이다. 잠시 왜 이런 꿈을 꾸게 되었을까를 생각했다. 아내가 나에게 보낸 메시지가 아니었을까 이런 생각을 했다. 주말에 가족과 함께 보낸 시간이 많았는데 내가 드론을 취미생활로 시작하면서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이 줄어든 것에 대한 불만으로 나의 꿈에 나타나서 경고를 준 것이다. 또 이런 생각도 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에세이를 읽으면서 나도 이렇게 일상을 재미있게 글로 쓰고 싶다는 생각이 나의 꿈을 지배한 것이다. 그 생각이 간절해서 무라카미 하루키 씨가 나에게 소소한 글감을 던져 준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그냥 나의 생각이다. 아마도 해답은 이거지 싶다. 지금 난 화장실에 앉아서 글을 쓰고 있다. 큰 일이 아닌 작은 일을 봤지만 아이패드를 들고 이 글을 정리하고 있다. 그냥 생리적인 욕구를 해결하고자(어른이 되어 이불에 실수하는 것은 용납되지 않으니) 나의 무의식이 잠에서 나를 깨울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 뭘까를 고민하다가 내가 요즘 가장 아끼는 드론을 이용해 나를 잠에서 깨운 것이다. 그래 이것이 정답이다. 이제 생리적인 욕구를 해결했으니 다시 잠이나 잘까? 아직 다섯시도 되지 않았는데 이 새벽에 변기에 앉아서 뭐하는 짓인지 모르겠다. 그래도 아내는 좋아하겠다. 이 때문에 내가 서서 볼 일을 보지 않고 앉아서 일을 봤다는 것을...

우리집에는 남자가 셋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