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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97 - 에버노트, 생각서랍 만들기

하나모자란천사 2017. 10. 24. 16:19

 2017년 책 52권 읽기 일흔여섯 번째 책입니다.


저자와 같은 이들이 많았으면 좋겠다. 일단 부럽다. 나는 생각은 하고 있지만 실천으로 옮기지 못한 것을 저자는 실행에 옮겼고 자신을 이름을 책을 내었다. 일단 그 점을 높이 평가하고 싶다. 그리고 저자의 생각에 공감하는 부분들이 많았기에 책을 읽는데 어려움은 없었고 빠르게 책을 읽어 내려갈 수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뭔가를 배우고자 할 때 기술적인 부문 곧 테크닉을 배우려고 한다. 나 역시도 그렇다. 실제 뭔가를 다루기 위해서는 테크닉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영상 편집을 얘기하자면 최근 나는 파이널 컷 프로라는 프로그램을 이용해서 영산 편집하는 방법을 유튜브를 통해서 틈틈이 배우고 있다. 독학으로 배우고 있지만 그렇게 힘들지는 않았다. 파이널 컷의 기본 기능을 이용해서 드론이나 액션캠으로 촬영한 영상을 편집 및 제작하고 있지만 잘 못한다. 이유는 뭘까? 너무 테크닉적인 요소에 집착하다 보면 발전이 없는 것 같다. 영상 편집의 경우 처음 시작은 오래되었고, 윈도우 환경에서 무비메이커를 시작으로 소니의 베가스와 어도비의 프리미어도 사용을 해 보았다. 그때도 지금과 마찬가지였다. 테크닉에 집중하다 보니 기본적인 기능을 익히고 나면 그 이면에 있는 내용에 집중을 하지 못한다.





결론은 한 가지에 정통하면 된다는 것이다. 하나의 도구를 잘 활용하면서 깊이 있게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에버노트 역시 그런 게 아닌가 싶다. 스마트폰을 사용하면서 에버노트를 알았고, 그 기능이 좋아서 나의 생활에 모든 로그를 에버노트에 기록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절정은 학교에 강의를 나가고 보안과 관련된 일을 시작하면서 새로운 것을 배우는 과정을 기록하면서였다. 당시에는 많은 사람들과 학생들에게 에버노트 앱을 사용하라고 권장할 정도였다. 그런데 요즘 내가 에버노트 이용을 거의 하지 않는다. 이유가 뭘까? 물론 다른 대안(마이크로소프트 원노트)이 등장한 것이 이유가 되기도 한다. 차라리 원노트가 아이폰이나 아이패드에서 지원되지 않았던 시절이 좋았다. 그때는 에버노트를 대체할 상품이 없었기에 에버노트에 집중할 수 있었다.


이처럼 너무 많은 선택지가 쏟아지면 선택을 기피하는 결정 마비(decision paralysis)를 일으킨다.


그런데 원노트가 나오면서 2가지 앱을 이용하면서 이것도 저것도 아닌 게 되어 버렸다. 다시 나의 주변을 기록할 필요가 있다. 생활을 기록하는 것은 좋은 습관을 만들 수 있는 도구가 되기 때문이다. 올해 나의 책 읽기의 큰 주제 중 하나가 자아를 찾는 것인데, 어쩌면 내가 이런 문제로 힘들어하고 고민하는 이유도 나의 주변이 정리되지 않았기 때문일 수 있다. 적어도 에버노트에 뭔가를 열심히 기록할 때는 이것저것 하고 싶은 것도 배우고 싶은 것도 많아서 이런 고민을 하지 않았다.


에버노트를 잘 사용하고 있을 때 나는 항상 새로운 것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주로 처음 접하거나 때로는 잘 알지 못하는 것을 경험할 때마다 그 경험을 에버노트에 기록으로 남겼다. 그때는 즐거웠다. 늘 새로운 것에 대한 생각으로 또 그 경험을 노트에 정리하는 것이 즐거움이었다. 그런데 편안한 길을 찾아 돌아섰다. 어쩌면 나에게는 쉬운 길이다. 왜냐면 내가 쭉 해 왔던 일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즐거움은 없다. 새로운 경험도 없다. 그 시점부터 나의 에버노트는 잠이 들었다. 그리고 나의 사고도 잠이 들었다. 이후로 나는 나의 자아를 찾고자 헤매고 있다. 어쩌면 나는 이미 답을 알고 있다. 그런데 그 정답을 두고 책에서 다른 답을 찾고자 하고 있다. 이 정도면 이 책을 읽는 이유는 충분하다.


이 책을 선택한 것도 그때의 즐거웠던 생활을 다시 찾고 싶다는 간절함 때문이었다. 책은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다른 이들이 이 책을 읽고 서평으로 남긴 내용들은 기술적인 것들이 빈약하다고 하는데, 처음 내가 언급했던 것처럼 기술적인 것은 오래 지속되지 못한다. 더 중요한 것은 내가 왜 기록을 습관화하고 기록을 남겨야 하는지에 대한 필요성과 당위성이다. 아무리 에버노트의 기술적인 부분을 잘 안다고 하더라도 기록을 만들 이유가 없다면... 그런 측면에서는 책은 나쁘지 않았다. 


풍요의 시대를 우리는 살아가고 있다. 부족한 것이 없고 모든 것이 넘치는 세상이다. 이 가운데 늘 우리는 판단과 결정에 힘들어하고 있다. 판단과 결정의 장애라는 병명도 있다. 그런데 오늘 이 짧은 한 줄을 글을 통해 왜 그런지 조금은 알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