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ily Life/Weekend getaway

소설 토지의 배경 하동 악양 최참판댁과 박경리 문학관을 다녀오다

하나모자란천사 2017. 10. 20. 15:05

 2017년 10월 15일 일요일 - 박경리의 소설 토지의 배경인 하동 악양을 다녀오다


10월이 지나가기 전 가 볼만한 곳을 추천합니다. 지난 주말 우리 가족은 사량도 섬 여행과 사량도 내지에서 금평항까지 사량도 종주구간 산행을 계획을 했었다. 전날 직접 김밥도 준비하고 아침 7시 배를 타기 위해 모두 일찍 잠자리에 들고 아침 일찍 일어나 삼천포 신항 선착장으로 가기 위해 차에 올랐다. 간밤에 비는 조금 내렸지만 차에 오를 당시만 하더라도 빗방울이 떨어지지 않았고, 휴대폰으로 일기예보를 검색하니 오전에만 비가 내리고 오후에는 부분적으로 흐리다고 되어 있어서 일단 삼천포로 향했다. 그러나 시청을 지날 무렵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하더니 삼천포에 접어들었을 때는 빗방울이 굵어졌다. 삼천포 신항 사량도 선착장에 도착했을 때는 우리 말고도 관광버스로 도착한 단체 관광객들이 있었는데 그들도 굵은 빗줄기로 인해 고민을 하고 있었다. 그들은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에도 강행군을 우리 가족은 회군을 하기로 결정을 했다.




아이들이 배를 타고 싶다는 기대감을 기다린 섬 여행이었지만 다음을 기약하고 우리는 차를 돌렸다. 아무래도 사량도 지리산과 옥녀봉이 험준하기 때문에 빗길에 아이들과 함께 산행을 한다는 것이 무리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냥 이대로 집으로 돌아가기는 많이 아쉬웠고, 김밥과 간식도 준비가 되어 있어서 어머니께 전화를 드리고 어머니댁으로 향했다. 어머니댁에서 아침을 먹고 부족했던 잠을 잠깐 청하고 대략 한 시간 정도 자고 일어났더니 일기예보와 같이 비는 내리지 않고 흐린 날씨였다. 아쉬움을 달래고자 소설 토지의 배경이 된 하동 악양벌(허수아비 축제)과 최참판댁을 구경하기로 했다. 아이들은 할머니와 함께 있는다고 했다. 말이 그렇지 집에서는 볼 수 없는 TV를 실컷 볼 수 있기에 남는 것을 선택한 것이다.


때문에 아내와 단둘이서 오붓하게 데이트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준비한 김밥도 있겠다. 아내와 단 둘이서 하동으로 향했다. 하동을 지나 악양으로 들어설 때까지만 해도 날씨가 점점 맑아지는 듯하더니 악양에 도착하니 다시 빗줄기가 부슬부슬 내리기 시작한다. 새로 구입한 등산화와 등산복의 방수 투습 성능도 테스트할 겸 우리는 우산 없이 악양벌과 최참판댁을 거닐 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악양 벌판으로 향했다. 궂은 날씨인데 들판에 뭐 좋은 구경거리라도 있는 것인지 많은 사람들이 서성이고 있었다. 그런데 나중에 알게 된 것은 그들이 사람이 아니라 허수아비라는 것이다. 이날 비가 내리고 흐린 날씨였지만 허수아비와 사람도 분간하기 힘들 정도였단 말인가? 허수아비가 놓인 길을 따라 쭉 거닐 고 있는데 논 한가운데 뭔가 이상한 시꺼먼 것들이 섞여 있는 것을 보았다. 처음에는 벼가 병에 걸린 것인가 생각했는데 병에 걸려 말라비틀어지더라도 저렇게 시꺼멓게는 되지 않는다는 걸 알기에 좀 더 가까이 다가가서 보니 흑미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런데 이해가 되지 않는다. 왜 흑미를 저렇게 덤성덤성 심었을까? 수확을 목적으로 한 것이라면 일반벼와 확실하게 구분을 했을 텐데 왜 저렇게 중간에 심었을까? 종자가 섞이었다면 저렇게 부분적으로 모여 있지 않을 텐데... 뭔가 상징적인 의미가 있는 문양으로 보였다. 그러나 그 주변에서는 도저히 확인할 방법이 없었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이라도 드론을 띄워 확인을 해 보고 싶었으나 그 사이 비는 계속 주적주적 내리고 있어서 고가의 드론을 띄울 수가 없었다. 나중에 최참판댁을 거닐다가 원두막에서 김밥을 먹고 쉬는 아주 잠깐 동안 비가 그치고 햇살이 살짝 보여서 드론을 띄우고 제일 먼저 벌판으로 드론을 보냈다. 그리고 궁금했던 그것의 실체를 확인했다. 바로 맨 위의 사진이다.


흑미의 실체는 '대한민국 알프스 하동'이라는 글귀와 그림이었다. 



매우 창의적이라 생각한다. 그런데 일반인들이 그것이 무엇인지 볼 수 없다. 나도 드론이 없었다면 무엇인지 확인할 방법이 없었다. 혹, 악양벌 뒤에 있는 지리산의 자락인 형제봉을 올랐다면 볼 수 있었을 것이다. 좋은데... 뭔가 아쉽다.



벌판을 거닌 후 최참판댁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아내와 나는 이곳에 세 번째 방문이다. 처음은 10여 년이 훌쩍 넘었다. 결혼 전 연애 시절에 이곳을 다녀 갔었다. 그때는 이곳이 이렇게 관광지로 꾸며지기 이전이었다. 아내의 이름이 '토지'의 작가인 박경리와 동명이다. 그래서 아내와 어디 가다가 아내의 주민등록증이라도 내밀면 어떤 이들은 이름을 알아보고 유명인이라고 한 번 더 쳐다본다. 웃고 만다. 이름만 같을 뿐이다.



두 번째 방문은 정확하게 기억이 나질 않는다. 아마 아이들과 어머니와 함께 왔었다. 형님이 화개에 터전을 잡고 살고 있다. 아마도 여름휴가 때 형님네 집에 들렀다가 돌아가는 길에 어머니와 함께 들렀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때는 이곳에 막 새로운 건물들을 올리고 있었고 2005년쯤인가... 그때쯤으로 기억한다. 내가 좋아하는 배우인 김현주가 최서희 역을 유준상이 길상이 역을 한 토지가 방영하고 이곳이 촬영지로 유명세를 타기 시작한 이후였다.


그 이후 오래간만에 이곳을 찾았다. 그 사이 많은 건물들이 추가로 들어섰다.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 건물은 박경리 기념관이다. 그리고 전통 음식을 판매하는 초가 건물로 된 식당이다. 이제는 볼거리와 먹거리가 동시에 존재하는 명실상부한 관광지로 자리를 잡은 것 같았다. 흐린 날씨였고, 비도 주적주적 내리는 날이었지만 오후로 접어들면서 꽤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방문했다.


아내와 둘이서 오래간만에 둘만의 추억의 여행을 즐긴 후 형님에게 연락을 했다. 그날 근무란다. 올해 7월부터 화개파출소로 근무지를 옮겼다. 마트에 들러서 비타 500 한 박스를 사들고 파출소에 들어섰다. 추석을 보낸 지 오래되지 않아서 가볍게 인사와 얘기나 나누고 화개장터를 구경하고 우리는 집으로 돌아왔다. 즐거운 여행이었다.